"이르시되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가서 잠깐 쉬어라 하시니 이는 오고가는 사람이 많아 음식 먹을 겨를도 없음이라(마가복음 6:31)".
예수님께서 고향으로 가신 후 안식일이 되어 회당에서 가르치실 때, 고향 사람들은 저마다 놀라워하며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지혜와 그 손으로 이루어지는 권능을 믿지 못하였습니다. 인간의 생각과 육적인 눈으로 보는 그들은 도대체 이게 어찌 된 사실이냐고 반문하면서,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님을 믿지 못하고 오히려 배척하였습니다.
주님께서는 "선지자가 자기 고향과 자기 친척과 자기 집 외에서는 존경을 받지 못함이 없느니라(마가복음 6:4)"라고 하시며 몇 명의 병자들에게만 안수하셔서 병을 고쳐주신 후, 모든 촌에 두루 다니시며 가르치시고, 열두 제자를 부르시고 둘씩 둘씩 보내셔서 더러운 귀신을 제어하는 권능을 주셨습니다.
제자들을 파송하시면서 여행을 위하여 지팡이 외에는 양식이나 배낭이나 전대의 돈이나 아무것도 가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신만 신고 두 벌 옷도 입지 말라 하시면서, 어디서든지 누구의 집에 들어가거든 그 곳을 떠나기까지 거기 유하라고 가르치십니다.
어느 곳에서든지 너희를 영접하지 아니하고 너희 말을 듣지도 아니하거든, 거기서 나갈 때에 발 아래 먼지를 떨어버려 그들에게 증거를 삼으라고 하십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듣고 나가서 '회개하라'고 전파했습니다.
제자들은 많은 귀신을 쫓아내며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발라 병을 고칩니다. 제자들의 이러한 행위로 인해 예수님의 이름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헤롯 왕이 이를 듣고 자신이 죽인 세례 요한이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났다고 합니다.
제자들의 힘겨운 수고로 인하여 많은 복음이 전파되기 시작했고, 사도들은 모여 자기들이 행한 것과 가르친 것을 낱낱이 예수님께 고합니다.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가서 잠깐 쉬라"고 하십니다. 이는 오가는 사람이 많아 제자들은 음식 먹을 겨를도 없었기 때문에, 주님께서 이를 아시고 쉬라고 명령하신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옛 조상 때부터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물론 양반들 중에는 놀고 먹으면서 백성들을 괴롭히거나 고통을 줬던 이들도 있지만, 대개 부지런히 움직이곤 했습니다.
그리고 대개 누가 무엇을 시키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이 말은 군에서나 직장, 어느 단체에서나 줄곧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무엇을 더 열심히 해야 하는지보다,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한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오래 살았던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평생 일만 하신 분들이 참 많습니다. 자신은 돌보지 않고 자녀들, 가족들을 부양하며 일생을 살아오신 것입니다.
이제 겨우 한시름 놓는 것 같지만, 온몸엔 고생 자국이 역력합니다. 관절이 좋지 않아 불편하게 다니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기도 합니다, 허리도 아픕니다. 눈도 잘 보이질 않습니다. 음식을 잘 먹어야 할 '이'마저 시원찮습니다.
오래도록 자식과 가족을 위해 그리고 직장의 성공을 위해 쉴 틈 없이 살아온 우리 부모님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잠시 쉴 틈도 있어야 했지만, 쉼 없이 한평생을 살아온 덕분에 남은 것은 '기계 고장' 같은 육신의 질병만 남아 안타깝습니다.
험한 일을 하면서, 온 몸에 상처투성이로 고생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힘든 몸을 이끌고 주일날 주님 앞에 나와 머리 숙여 기도하며 예배드리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오늘 마가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을 바라보고 계십니다. 사도들은 복음 선포 활동을 하고 돌아와, 주님께 보고를 드리는 중입니다. 고초도 겪고 시련도 당하면서, 최선을 다했을 것입니다. 수고했다고 칭찬하실 만도 한데, 예수님께서는 단지 가서 '잠깐 쉬어'라고 하십니다.
대견해 하시면서도, 그들의 고단함과 피로를 먼저 알아 보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처럼 복음 선포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부딪혀야 하고 부대껴야 하며, 때론 반대자들에 표적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자신을 황무지의 밑거름으로 내어놓아야 합니다.
제자들은 주님 안에 머무는 휴식이 필요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한적하고 외딴 곳으로 인도하시어 쉬게 하셨습니다.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꿀맛 같은 휴식을 통해, 다시금 새 힘을 얻었습니다. 주님과 함께 있으면 늘 새로워진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깨달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찾아 몰려든 군중을 바라보시며, 가엾은 마음이 드셨습니다. 목자 없는 양들처럼 근심 걱정에 찌들어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셨던 것입니다.
바쁘게 일하고,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지만, 몸과 마음이 피폐하기만 한 이들을 보시며 마음이 아프셨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으로 이들을 어루만져 주셨습니다. 마음속에 겹겹이 쌓인 죄의 찌꺼기를, 가정과 사회 안에 만연한 어둠을 복음의 빛으로 비추어 사라지게 하셨습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공포에도 굴복하지 않고, 이 대유행을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들과 관계자들 역시 '잠시 쉬어 가라'는 주님의 음성을 들어야 하겠습니다.
이는 환경에 대한 성찰과 회개에 대한 실천을 고민하게 만듭니다. 자연을 무책임하게 이용하고 약탈하면서 지구에게 입힌 상처를, 이제는 치유해야 합니다. 인간의 욕심을 물리치고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방법도 하나의 방편이 아닐까요?
옛날 어르신들이 근로하신 방법에서 탈출하여, 잠깐 쉬어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필자 역시 한 번 일을 하기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미라, 주님 말씀대로 잠깐 쉬어가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보는 경우도 발생하곤 했습니다.
휴식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오래도록 일할 수 있는 건강을 누리게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신앙인들은 일에 노예가 되지 말고, 일을 즐길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오늘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당부하신 말씀 중 '잠깐 쉬라'는 말씀의 뜻을 깊이 아로새겨, 건강하고 행복한 복음을 이 땅에 뿌려야 하겠습니다.
▲이효준 장로. |
이효준 장로(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