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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과 연옥과 천국 여행 경험 이야기하는 형식
중세 마무리짓는 르네상스와 함께 '근대 예고편'
다양한 주제, 함축적·상징적 의미들로 쉽지 않아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 | 김운찬 역 | 열린책들 | 960쪽 | 30,000원

"성 베르나르두스는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하여, 은총을 바라는 단테가 하느님을 직접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눈이 더욱 맑아진 단테는 드디어 하느님의 빛을 직접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삼위일체의 신비를 관조하고, 태양과 모든 별을 움직이는 하느님의 사랑을 본다(천국 제33곡 서문)."

"단테는 지옥의 가장 밑바닥 주데카에서 은혜를 배신한 영혼들이 루키페르에게 처참한 양상으로 벌받고 있는 것을 본다. 지옥의 모든 것을 둘러본 두 시인은 루키페르의 몸에 매달려 지구의 중심을 지나고, 좁은 동굴을 통해 남반구를 향해 기어오른다. 그리고 마침내 동굴 입구에 이르러 하늘의 별들을 보게 된다(지옥 제34곡 서문)."

필독서이자 기독교 고전인 단테 알리기에리(Alighieri Dante, 1265-1321)의 <신곡(La Divina Commedia)> 개역 합본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됐다.

단테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

이번 개역판은 대구가톨릭대 프란치스코칼리지 김운찬 교수의 번역으로 지난 2007년 출간된 전 3권의 이탈리아어 완역본을 한 권으로 제작한 것이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어 원문대로 3행씩 연을 띄웠다.

번역과 주석에 더욱 완성도를 높였고, 견고한 장정에 금박이 들어간 고급 디자인으로 단테 서거 700주년을 기렸다. 올해는 그의 <신곡>이 최종본으로 완성된지 700년이기도 하다.

<신곡>은 셰익스피어, 괴테와 함께 유럽 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단테의 대표작으로, 단테의 저승 여행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장편 서사시다. 주인공 단테가 살아서 일주일 동안 지옥과 연옥과 천국을 여행하며 보고 들은 것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지옥(Inferno)·연옥(Purgatorio)·천국(Paradiso) 세 편의 각 '노래(cantica)'는 모두 33편씩의 '노래(canto)'로 되어 있으며, 서곡까지 총 100곡이다. 총 1만 4,233행이라는 방대한 분량으로, 체계적이고 기하학적인 사후 세계를 구축했다.

그곳에서 만난 수많은 영혼들의 삶의 애환을 생생하고 실감 나게 파노라마처럼 그려 보인다. 중세 유럽의 사상과 관념, 의식 세계가 총체적으로 집약된 고전 중의 고전이자, 중세를 마무리짓는 르네상스와 함께 근대의 도래를 예고한 작품이다.

윌리엄 블레이크, T. S. 엘리엇, 에즈라 파운드, 사무엘 베케트, 제임스 조이스 등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그 외에도 수많은 시, 음악, 미술 작품의 주요 레퍼토리가 됐다.

단테 신곡
▲단테와 그의 신곡을 그린 작품.

필독 고전이지만, 읽기가 쉽지 않아, 전문 연구자의 좋은 번역과 해설을 갖춘 판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대해 번역자 김운찬 교수는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할 뿐 아니라 다양한 주제가 한꺼번에 어우러져 있고, 함축적·상징적 의미들이 넘치기 때문에 전체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읽기는 쉽지 않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15년 이상 <신곡> 원전을 반복해 읽고 관련 서적을 탐구하고 해설을 달면서 번역에 매달려 지난 2007년 이탈리아어 완역본 <신곡>을 출간했다.

김운찬 교수는 초판 출간 10년 후인 2017년부터 다시 피드백과 검토를 거쳐 번역을 다시 한 번 재정비해 이번에 <신곡> 개역판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학생들과 <신곡> 읽기와 세미나를 몇 차례 진행했다. 학자들의 다양한 견해를 점검하고 대조하며 수정 작업을 했으며, 이전의 문체와 어조를 유지하면서 곳곳에 흩어진 3,000여 개의 역주들을 보완했다.

김 교수는 "그리스 로마 고전 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나 괴물을 비롯해 역사상 실존했거나 전설적 인물들이 각자 고유한 사연들과 함께 장엄한 서사시의 모자이크 조각들을 형성하고 있다"며 "게다가 중세 유럽과 이탈리아 여러 도시의 복잡한 정치 싸움과 대립들, 교황과 황제 사이의 갈등, 스콜라 철학과 신학의 논쟁들, 단테 자신과 관련된 사건들이 다채로운 씨실과 날실을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그 모든 것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들, 시대적 상황과 배경, 당시 사용되던 언어의 의미와 관례들, 등장인물들의 사상이나 믿음, 중세의 지리와 천문학 체계, 일반 민중 사이에 널리 퍼져 있던 전설 등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갖추어야 단테의 이야기를 제대로 따라갈 수 있다"며 "모든 고전 작품들이 그렇듯 <신곡>도 관련 정보와 자료들을 많이 알수록 고유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고,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테가 직접 쓴 <신곡>의 원고가 전해지지 않아, 이 책은 나탈리노 사페뇨(Natalino Sapegno, 1901-1990)가 해설한 판본을 출발 텍스트로 삼아 번역했으며, 번역 과정에서 다른 해설판이나 번역본들도 참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