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래하는 비종교사회라는 도전에 직면해 교회는 어떻게 대응에 나서야 할까? 옥성득 교수는(UCLA 한국기독교학) 기윤실 '좋은나무'에 기고한 글에서 지난 3~4월에 실시된 갤럽 조사 결과에 근거해 "한국사회가 점점 세속화 되고 있으며 비종교 사회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난 3-4월에 실시된 갤럽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은 개인 생활에서 종교의 중요도가 감소하고 있으며 종교의 대사회적 영향력이 줄어든다고 느끼고 있다. 또한, 한국인의 6%가 천주교도, 16%가 불교도, 17%가 개신교도이며, 비종교인이 60%에 달해 비종교인이 증가 추세에 있다. 바야흐로 비종교사회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옥 교수는 먼저 유럽과 미국에서의 종교 쇠퇴 현상을 짚어봤다. 그는 "유럽은 중세 기독교 사회에서 출발하여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1789)을 겪은 이후 장기적으로 종교가 계속 쇠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19-20세기를 풍미한 카를 마르크스(1818-83), 막스 베버(1864-1920), 에밀 뒤르켐(1858-1917)으로부터 최근의 찰스 테일러까지 많은 이들이 세속화에 따른 종교 쇠락을 예견했다"고 밝혔다.

특히 "테일러는 공적 영역에서 종교가 추방되고 종교적 믿음과 실천이 퇴조되는 '세속화'보다, 종교에 의해 더 이상 기동화 되지 않고 초월적 신을 믿지 않아도 별로 문제가 없는 현세적 '세속주의'에 관심한다. 그는 신과 종교에 사로잡힌(enchanted) 종교인보다 그것에서 벗어난(disenchanted) 세속인이 후기 근대 사회를 더 잘 다스리고, 충만하게 살고 있다고 본다"고 옥 교수는 전했다.

중세 사회나 초기 근대를 "신앙의 시대"(the Age of Faith)였다고 전제하는 것에는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옥 교수는 "중세에도 불신을 선택하는 자가 적지 않았고, 미국 뉴잉글랜드 청교도 사회에도 미신과 불신과 반신앙적 행동이 만연했다"고 전했다.

유럽과 다르면서도 유사한 미국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기독교인은 감소하고 비종교인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타종교인들이 늘어나면서 비종교인은 2020년의 경우 28% 정도이다. 피터 버거는 1960년대 근대화와 도시화로 종교가 쇠퇴한다는 세속화 이론을 주장했으나, 1990년대 오순절 운동과 이슬람의 부흥을 보고 종교 다원주의의 시대가 왔다고 견해를 수정했다. 미국처럼 유럽의 경우도 기독교 인구는 계속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2050년까지 기독교인은 75%에서 65%로 감소하고, 무슬림이 10% 이상, 비종교인이 25% 정도로 될 듯하다"고 옥 교수는 주장했다.

그러면서 21세기 후기 근대인들이 제도 종교로부터 떠나는 현상이 분명하다며 "종교가 공적 영역에서 점차 그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공적 영역에서의 종교의 영향력 쇠퇴는 분명한 사실이지만 "물성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영성에 관심을 가지고 종교적인 인간으로 남는다"며 "따라서 종교 소멸론은 오류이다. 그러므로 종교가 21세기 사회에 통하지 않고 무용하다고 보는 것은 단견이다"라고 그는 지적했다.

종교와 사회를 구분 짓는 '세속적' 혹은 '종교적'이라는 말 자체의 연원에 대해 설명하며 그는 해당 표현들이 모두 "서구의 언어"라고 했다. 그는 "중세 크리스텐덤(Christendom)이 만든 용어가 '세속적'이란 말이요, 세속적 유럽 근대 국가들이 만든 게 '종교적'이라는 말이다. 유럽 기독교 국가의 세속화는 역사적으로 유럽에서만 독특하게 일어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러한 표현을 문화가 다르고 종교적 배경이 상이한 아시아나 아프리카에 여과없이 적용하면 오류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동아시아에서는 불교 국가의 세속화라든지 유교 국가의 세속화라는 개념이 성립하지 않는다. 서구적 '종교의 자유'나 '정교 분리' 개념이 조선에 들어온 것을 근대성 유입으로 보는 북미 학자들의 논문이나 책은 그들의 관점이다"라고 덧붙였다.

비종교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오늘날 기독교의 현주소도 설명했다. 그는 "세계 전체 인구 중 기독교인의 비율은 지난 120년 간 33%로 거의 변동이 없다는 점이다"라며 "세계 인구에서 종교인 비율은 지난 50년 간 증가했고, 앞으로도 증가해서 비종교인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서구나 일부 부자 나라에서 종교인의 비율이 줄어도, 다른 나라에서는 종교인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가 비종교화 되고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다만 유럽과 북미, 한국이 1970-80년에 비해 비종교화 되고 있다"고 밝혔다.

옥 교수는 끝으로 갤럽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늘날 한국사회의 종교인수가 감소하고 무종교인 수가 늘어나는 종교 지형의 변화를 설명하며 향후 종교 실태와 종교의 변화를 전망했다.

그는 "1962년 첫 인구 조사에서 한국의 불교와 기독교 인구는 합해도 9%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1995년 인구 조사에 의하면 종교인은 50%를 넘었고, 불교인이 23.2%, 기독교인이 26%(개신교 19.4%, 가톨릭 6.6%)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한 세대 만에 '종교 혁명'을 이루었다. 경제 성장, 자본주의 발전, 근대성의 발전과 더불어 종교도 함께 성장하는 독특한 유형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옥 교수는 그러나 "1997년 이후 2010년까지 정체기를 지나 지난 10년 간 한국의 3대 종교(불교, 개신교, 천주교)는 급쇠락하고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보면 1962-1997년의 성장은 거품이라고 말할 만하다. 일시적 현상이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현재는 과열로 만들어진 거품이 꺼지고 1960년대 이전 모습으로 회귀하는 과정이다. 즉, 특정 종교에 적을 두고 활동하는 인구는 1/3이 되지 않는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개신교에 대해서는 "현재 한국 개신교의 하드웨어나 조직은 2010년을 기준으로 확대 성장을 예상하고 만들어졌다. 2010년에 비해 2030년에는 교세가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으므로, 건물과 조직을 절반 이하로 축소, 재편해야 할 것이다"라고 당부했다.

옥 교수는 그러면서도 "개신교는 쇠퇴 일로에 있다고 해서 양적 감소에 너무 정신을 빼앗기거나, 혹은, 그래도 한국 제도 종교 중에 1위를 고수한다는 허위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한다"며 "대신 민중 종교들이 사회적 이슈에 대처하는 사회적 영성(예언자적 영성), 민중의 생존과 번영에 관심하는 기복적, 복지적 영성(왕적 영성)에 관심하면서, 유교가 천 년 이상 가정교육을 통해 도덕성과 문화 정체성을 유지한 가족 의례적 영성(제사장적 영성)을 배우고, 동시에 사람들이 원하는 심층 종교 경험을 제공하는 종교적 영성(예수 사건 영성)을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