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가 작년 한 해 동안 의사 조력자살(일명 안락사)로 인한 사망자 수가 6938명으로 역대 최고치에 이르렀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가 5일 보도했다.
지역 안락사 심사위원회(Regional Euthanasia Review Committees, RTE)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로 인한 사망자를 분석한 결과, 작년에만 2건이 의사 조력 자살에 관한 법률이 명시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 요건에는 환자의 요청이 자발적이어야 하고, 환자의 상태가 너무 심각해서 개선될 가망이 없고, 환자의 고통이 불필요하며, 경감될 수 없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조건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의사에게는 올바른 의약품과 단계를 거쳐 의학적으로 신중한 방법으로 안락사를 수행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지역 안락사 심사위원회의 제로엔 르코트(Jeroen Recourt) 회장에 따르면, 2020년에는 안락사 및 의사 조력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전년(6,361명)보다 9% 증가했으며, 종전 최고 사망 기록인 2017년 6,585명을 넘어섰다.
르코트 회장은 네덜란드 일간지 ‘트루우(Trouw)’와의 인터뷰에서 “이 수치는 더 큰 국면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이 같은 상승세에 놀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점점 더 많은 세대가 안락사를 견딜 수 없는 고통의 해결책으로 보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에게 안락사는 절망적인 고통에 평안을 가져다 주는 선택할 수 있는 권리라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르코트 회장은 그러나 외로움과 같은 사회적 문제는 의사 조력 자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로 사망한 대다수는 말기 암 환자였으며, 그 외에는 치매 환자가 2%, 정신 질환자가 1%를 차지했다. 또한 지난해 코로나19 감염자 중 네 명이 의사 조력 자살을 요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의사 조력 자살 사망자가 증가한 데에는 네덜란드가 안락사 대상 범위를 12세 미만으로 확대하겠다는 결정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작년 10월 네덜란드 정부는 1-12세 불치병 아동에 대해 안락사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세계 최초로 어린이 안락사를 합법화한 벨기에에 이어 두 번째 결정이다.
현재 네덜란드는 12세 이상에게 이미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으며, 1세 이하 유아는 의사와 부모의 동의 하에 안락사가 가능하다.
네덜란드는 2004년부터 의료 지침에 의사가 (환자에게) 심각한 장애 또는 말기 질환이 있는 경우, 법적 영향에 대한 두려움 없이 “영유아의 생명에 대한 능동적인 종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안락사 시행 대상을 계속 확대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