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 그들은 누구인가
"기독교인은 누구인가?" 하는 질문과 함께 주님이 말세에 믿음을 보겠느냐 하셨던 말씀을 되새겨 본다. 오늘날 교회도 많고 믿는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 그분이 왜 이와 같은 말씀을 하셨을까? 표면으로 나타나는 모습과 달리 믿음이라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점점 불신앙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는 다수의 신앙인들을 보게 된다. 교회로 이름 지어진 예배당을 드나드는 일을 제외하면 세상과 별로 다를 것이 없는 심지어 불신앙의 세계보다 더 세상적인 그들을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은 일찍이 주님이 제자들을 향해서 경고하신 내용이기도 하다. 주의 일을 하고 있거나 입으로 '주여' '주여' 부르는 자들이라면 분명히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인 것이다. 예수를 믿는다는 사람들 중에 종종 현실에 대한 불신이나 어떤 사상이나 이념이나 주의주장에 함몰된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어떤 환상에 깊이 사로잡힌 가운데 이를 자신들만의 의로움과 신앙으로 정당화시키는 일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때로는 거짓이나 비 진리에 빠져드는 가운데 이를 전파함으로써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는 사교집단과 같은 행태를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처럼 극단적인 가치관에 빠져있는 신앙인의 현주소를 생각해보고 이에 대한 처방을 찾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진리를 외면한 광신이 난무하는 시대
우리는 지금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신앙인을 가늠하는 기준을 볼 때 과연 그가 진리 위에 있으며 그 진리를 수호할 결단을 보이고 있느냐 하는 사실을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진리는 이 땅에서 창조주 하나님의 뜻을 완성하신 그분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한다. 그러한 이유로 주님은 자신을 가리켜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분명히 증거 하실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진리는 다른 비 진리와 대척점에 있기에 진리가 아닌 것은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진리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오늘날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교회마다 예배를 지키고 보수해야 할 비상시국을 맞이하고 있다. 이처럼 위중한 상황에서 수많은 교회들이 하나님 앞에 온전한 예배를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참으로 귀한 일이다. 이와 더불어 교회는 안으로 하나님 나라를 섬기면서 밖으로 이 땅의 소속된 나라와 그에 따른 법과 질서도 섬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교회가 세상의 법과 질서를 따르는 일을 무시하거나 등한시했던 일들도 적지 않았음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고국에서 있었던 일이지만 신천지라는 집단을 비롯해서 한 개신교 목사를 중심한 조직 그리고 인터콥이라는 단체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공권력에 대항해서 결코 정상적이라 할 수 없는 일들을 자행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들이 보여준 광기어린 모습들은 믿지 않는 사람들로 하여금 교회에 등을 돌리고 담을 쌓도록 하는 빌미를 제공하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
또 한 가지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처럼 광적이고 극단적인 생각에 빠진 사람들이 벌이고 있는 정치 참여의 현실이다. 이들은 종종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객관적인 사실마저도 부정하는 가운데 자기최면에 빠져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지하는 대로 얼마 전 미국에서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은 폭도들에 의한 초유의 의사당 난입사건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현직 부통령의 목을 매달으라고 외쳐대는 현장에는 '예수가 구원 한다' (Jesus Saves)는 팻말을 든 사람도 눈에 띄었다. 지금도 다수의 복음주의자들이 의사당 폭동을 부채질한 전임 대통령을 그들의 영웅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들 상당수가 갖가지 음모론을 포함해서 인종적 편견에 빠져있는 신앙인이라는 사실에 대해 충격을 금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가짜뉴스에 사로잡혀서 세상을 어지럽히는 모습은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한 유튜버는 '바이든 취임식 취소' '트럼프 재임 확실!'등의 터무니없는 뉴스를 내보냈는데 이러한 가짜 뉴스들이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서 마치 진짜 뉴스인 것처럼 전달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사람은 바이든의 취임식이 취소되었다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는데 "아멘 감사합니다. 주일아침 기쁜 소식 전해주셔서 반드시 승리 합니다" 등 댓글만 보아도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댓글로 미루어 볼 때 이들이 교회를 다니는 것 같은데 어쩌면 이렇게 명명백백한 현실을 외면하면서 딴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철저히 자신들만의 사고방식의 틀 안에 갇혀서 진리와 이성의 눈을 감아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이들 신앙인들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던 것이다.
치유를 통한 회복을 기대하며
이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신념을 관철시키려는 일념으로 주변과 공동체에 상처를 주면서 어려움을 끼치고 있다. 나름대로 세력을 규합하여 상대방을 공격하기도 하지만 그 결과가 바르거나 온전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그들의 심령은 더욱 피폐해지고 그들이 주장하는 신앙이라는 것도 독선적으로 흐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이처럼 진리를 외면한 채 광신적인 모습을 보이는 그들도 상처받은 영혼이라는 사실이다. 자신들이 목적했던 것들을 이루지 못함으로써 현실을 부정하고 거짓과 비판적인 시각으로 일관할 수 밖에 없었던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제는 회복을 이루어야 하는데 그들의 주장이 선택 받지 못하게 됨으로써 느끼는 좌절감에서 자유 하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음모론을 주장했던 사람들 가운데 그 허구성을 인정하고 돌아선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상당수는 자신들의 생각이 관철되지 못했다는 절망감으로 더욱 '외로운 늑대'가 되어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우상숭배 행위와 같이 사람이나 집단을 맹신적으로 따르기 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번쯤 그 이유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도대체 무엇이 이처럼 사람의 영혼을 극단적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병들게 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에게 있어서나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나 정치성향에 대한 호불호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예수를 따르는 신앙인이라면 먼저 그분이 주시는 말씀과 교훈을 따라야 하는 것이다. 주님이 언제 믿는 사람들로 하여금 싫어하는 사람은 철저히 증오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맹목적으로 따르라는 얘기를 하신 일이 있는가? 말세에는 사람과 사람이 대적하고 분열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이러한 현실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주님의 영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치유의 역사이다. 그분은 이 땅에 오셔서 온갖 병자들을 치유하셨을 뿐만 아니라 이 땅의 고질병인 분열과 증오를 치유해 주셨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불신의 장벽을 만들어서 하나님을 떠나 살려 할 때에도 화해의 다리가 되어 주셨다.
이와 같이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외로운 늑대들을 변화시키는 일은 세상의 어떠한 노력이나 방법을 통해서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예수로 인해서 그처럼 독선적이고 완고했던 바리새인들의 심령을 녹여내는 일도 가능했던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이들이 상한 심령에서 치유 받고 회복을 이루는 길은 오직 예수 안에만 있다는 말이다. 그분을 통한 치유야말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를 통해서 상처를 입었던 사람들이 누릴 최고의 선택이 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