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선교 여행을 떠난 바울 선교팀은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아 빌립보로 갑니다. 빌립보에서 바울은 많은 체험을 합니다. 결국 빌립보에서 사역의 결실이 빌립보 교회입니다. 빌립보 교회는 바울 사역의 큰 위로가 됩니다.
고대 빌립보는 그리스 북부 서편의 드라게(Thracia) 지방과 접경 지역에 자리 잡고 있던 마게도냐(Macedonia) 지방의 으뜸가는 도시였습니다. 마게도니아 지역의 수도는 데살로니가였지만 빌립보가 실질적인 으뜸 도시였습니다. 빌립보는 원래 주전 359년 아테네에서 추방당했던 정치가 칼리스트라토스(Kallistratos)가 그리스인들과 함께 건설한 도시로, 주변에 '샘'(우물)이 많아, '작은 우물'이라는 뜻의 '크레니데스'(Krenides)라고 불렸습니다.
그러다가 356년 '알렉산더 대왕'의 부친, 마게도냐의 왕 빌립2세가 이 도시를 정복합니다. 승리를 만끽하며 빌립은 이 도시 이름을 '크레니데스' 대신 자신의 이름을 따라 '빌립보'(Philippi)로 개명했습니다. 빌립보라는 말은 '빌립의 도시'라는 뜻입니다. 온천과 금광(Gold Mine)으로 유명했던 빌립보는 당시 실력자들의 관심 대상이었다고 역사가들은 전합니다.
바울 당시 빌립보는 마게도냐 지방 중심부에 넓게 펼쳐져 있던 비옥한 다토스(Datos) 평원의 동쪽 끝에 있었습니다. 빌립보는 남동쪽으로 약 16㎞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네압볼리(Neapolis)항구를 통해서 에게해(海)로 진출할 수 있어서 무역이 발달한 도시였습니다. 특히 빌립보는 로마 제국이 건설한 국제 포장도로인 '비아 에그나티아'(Via Egnatia)의 도로상에 있어서 '상업과 교통의 요충지'였습니다.
로마는 빌립보를 정책적으로 식민지 도시화했습니다. 식민지 도시화는 지역의 중심 되는 도시를 로마의 식민지 도시로 삼고 그 지역을 지배하게 하는 것이 로마 정부의 도시 정책이었습니다. 빌립보는 마게도냐 지역의 로마 직할 식민지였습니다. 당시 로마는 지방의 많은 도시를 로마 직할 식민지로 삼았습니다. 로마 직할 식민지화의 가장 쉬운 방법은 퇴역 군인들의 정착지로 삼는 것입니다. 비시디아 안디옥 등도 이런 도시였습니다.
로마의 직할 식민지는 특혜가 많았습니다. 우선 황제의 직할 도시였고, 면세 혜택이 있었습니다. 통상 교역과 상업의 중심지로 번성하는 도시였습니다. 이런 빌립보의 위상을 간파한 바울이 유럽 선교를 시작하면서 첫 선교지로 빌립보를 선택합니다. 당시 빌립보는 로마 제국에서 정치와 경제 및 문화면에서 상당한 위상을 누리는 도시였습니다.
빌립보 같은 로마의 직할 식민 도시는 매우 로마화된 도시로 로마법을 본 뜬 자신들의 법을 가지고 있었으며, 로마법의 적용과 보호를 받았습니다. 시민들은 로마법이 보장하는 모든 권리를 누렸으며, 무거운 공물납부의 의무 또한 면제를 받았습니다. 로마 시민은 항소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재판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태형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었고, 설혹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선고에 불복하고 황제에게 직접 항소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과 비 시민들은 빌립보에 거주해도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는 없었습니다. 로마 시민이 아닌 외국인과 하층계급 사람들은 송사를 당하면 정식 재판에 앞서 증거확보의 수단으로 옷이 벗겨진 채 참혹하게 매를 맞았습니다. 바울과 실라가 빌립보에서 이런 고초를 당합니다. 그런데 바울은 로마의 시민으로서 로마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존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주장하면서 이의를 제기합니다. 아마 바울의 일행은 떠돌이 외국인으로 오해를 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빌립보는 상업과 함께 농업이 발달했습니다. 따라서 빌립보는 다산과 풍요의 다이애나라는 여신의 숭배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혹자는 이 때문에 다른 도시들에 비해 빌립보에서는 여자들이 더욱 두드러진 활동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빌립보 선교의 첫 열매인 루디아의 헌신이 부각됩니다. 루디아는 헌신 된 동역자였습니다. 아울러 빌립보서 4장에 유오디아와 순두게도 빌립보 교회 여성 지도자들이었다고 합니다.
바울이 빌립보를 방문할 즈음 로마 정부는 빌립보 시민들에게 특혜를 부여했습니다. 로마 제국으로부터 자치권을 부여 받아 로마와 유사한 특권을 누렸던 식민 도시 '소(小) 로마'(mini-Rome)였습니다. 빌립보를 황제의 직영 식민지 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로마는 퇴역 군인들의 정착지를 조성하고 군인들을 모집하는데 빌립보는 다른 도시에 비하여 인기가 없었답니다.
빌립보에 정착하는 퇴역 군인 중에는 적군이 항복하여 로마 군인이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들은 로마 시민권을 가졌지만, 교양이 부족했습니다. 시민답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빌립보시 다운타운에 "시민답게 생활하라!"라는 표어가 곳곳에 붙어 있었습니다. 바울은 이 말을 빌립보서 1장 27에서 "복음에 합당하게 생활하라(시민답게 행동하라)!"라고 사용하며 '천국 시민답게 행동하라!'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