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로 나뉘고, 북한에 대한 태도 갈라지는 이유는 가짜뉴스
북 급변 사태 시 동북공정 펼쳐 온 혈맹 중국 가만히 있지 않아
북 정권 무너지면 당연히 우리나라와 통일한다는 생각 내려놓아야
하나님이 원하시는 미래 통일한국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준비할 때
한국교회 '갑의 입장' '물량주의'로 접근하면 북한교회 재건 실패
북한선교 하려면 '강도' '강도 만난 자' 양쪽 접근하는 안목 필요
지난 21일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위중설' '심혈관계 수술설'과 같은 신변이상설에 대한 주장이 확산되자, 이에 대응해 '지방 체류, 정상 활동 중' '특이 동향 없음' '수술설은 가짜'와 같은 상반된 발언과 주장도 쏟아졌다. 여기에 미 대통령의 '우리는 모른다'는 발언까지 더해지며 김정은의 신변을 둘러싼 여러 추측과 진실공방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폐쇄적인 체제의 특성상 김정은과 그의 조부 김일성, 부친 김정일까지 북한 김씨 일가의 신변과 동선은 1급 기밀이라는 점이고, 김일성 때부터 지금까지 북한 최고지도자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은 극히 어렵다는 점일 것이다. 국제 사회는 과거부터 지리적, 정치적, 군사적 특성으로 북한의 행보에 관심을 집중해 왔고, 덩달아 북한 최고지도자 김씨 일가에 관한 사망설, 신변이상에 관한 추정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물론 진위가 파악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북한 및 대북선교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통로로 상반된 정보들이 쏟아져 나올 때 부화뇌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독교인은 상황을 차분하게 지켜보면서 하나님의 심정으로 멀리 보고 넓게 내다볼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북한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먼저는 역사를 이끄시는 하나님을 바라보고 복음통일과 현 대한민국 상황, 북한 영혼 구원과 북한 교회 재건을 위해 기도하고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북한에 하나님의 나라를 어떻게 세워나갈지 지금부터 전략을 세우고 준비하지 않으면 김정은의 신변에 이상이 있든 없든, 북한 정권이 곧 붕괴하든 유지되든 누군가에게는 '통일은 축복이고 대박이며, 기회'가 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혼돈과 위기 그 자체'가 될 것"으로 봤다. 기독교인들은 현 상황을 어떻게 접근하고, 무엇을 준비해야할까.
임헌만 교수 "하나님의 심정으로 넓게 멀리 바라보고 복음통일 준비해야"
백석대 임헌만 교수(통일선교아카데미 교학처장, 한민족가정사역연구원 원장, 행복드림교회)는 김정은 건강이상설과 관련한 수많은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기독교인들은 좀 더 멀리 내다봐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먼저 북한 문제, 통일 문제에 대한 우리 자신의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가 보수와 진보로 나뉘고, 북한에 대한 태도도 '무조건 북한과 소통하고 도와줘야 한다' '북한 정권은 당장 무너져야 한다'며 입장이 서로 갈라지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은 사실 신뢰할 수 없는 뉴스, 거짓뉴스, 가짜뉴스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임헌만 교수는 현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이 갑자기 무너지면 김여정이 정권을 잡느냐, 쿠데타가 일어나 불안정한 상황이 되느냐보다 더 염려하고 주시해야 할 것이 바로 '중국의 움직임'과 '우리가 통일을 맞이할 준비가 얼마나 되었는가'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만약 북한에 급변 사태가 일어나면 6.25전쟁 때 북한과 혈맹관계를 맺은 중국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6.25 때 유엔연합군의 희생자수보다 더 많은 중공군이 피를 흘리며 얻어낸 것이 북한의 백두산 반쪽인 장백산이며, 중국은 이것에 만족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임 교수는 "중국이 북한을 하나의 성으로 차지하고자 오래전부터 '동북공정'을 하고 있다"면서 "한 예로 고구려 시대 성곽인 중국 단둥 압록강 변의 호산장성을 중국은 만리장성에 편입시켜 만리장성의 동쪽 기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한강 이북의 영토를 자신들의 영토로 생각하고, 우리나라의 한복, 전통혼례의식, 차전놀이 등을 중국의 것으로 유네스코에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이 무너지면 어떻게든 자신들의 땅으로 접수하려는 준비를 차근차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헌만 교수는 또 다른 문제로 "남한 사람들은 통일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북한 정권이 무너지면 당연히 한국과 통일될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북한은 노동당 당원이 속한 '핵심계층', 그리고 '기본계층', 옛 지주나 기독교인 등이 속한 '적대계층'으로 나뉘는데, 출신 성분에 따라 거주지, 직업 등 모든 것이 결정된다"며 "그동안 핵심계층이 기본계층과 적대계층의 수많은 사람을 수탈하고 억압해 왔기 때문에 급변사태가 일어날 경우 보복이 두려운 핵심계층은 북한 정권을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나 미국에 넘겨주지 않고,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 넘길 확률이 거의 확실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 중국이 북한에 투자한 산업기지와 북한에서 일하는 자국민 보호 명분으로 인민군을 북한에 대거 진입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곧 우리가 북한과 대치하는 것이 아닌, 중국과 대치하는 상황이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빨리 김정은이 죽고 정권이 무너지면 좋겠다고 말하는 주장에 기독교인으로서 마음을 같이 하지만, 현실적으로 하나님이 정말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통일이 되면 하나님께서 과연 무엇을 원하시는지를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임헌만 교수는 "쉽진 않지만 북한이 건재할 때 마음과 힘을 함께하여 북한이 우리나라와 복음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하나님께서 역사를 움직이고 계시니, 지금 앞에 있는 것을 보고 흥분하고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멀리 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여 중국이 개입하면 사태가 더 어려워지므로 "가능하면 북한 지도부도 하나님을 믿고, 우리 민족이 다시 한번 동방의 빛을 밝혀 예수님이 다시 오기 전 마지막 시대에 선교를 감당하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한국교회도 북한 동향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스스로 110여 년 전 초대 한국교회처럼 말씀과 기도, 전도에 열심을 갖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역사를 움직이시는 하나님의 심정으로 넓게 바라보면, 우리가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할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임헌만 교수는 한국교회를 향해 세 가지 기도제목을 제안했다. "첫째 '남북이 복음통일이 되도록 기도'해야 하고, 둘째 가짜뉴스 때문에 보수와 진보로 나눠 서로 헐뜯고 믿지 않는 것은 마귀가 하는 일이므로 '대한민국이 마음을 하나로 합해 하나 되고 교회가 연합'하도록 기도해야 하며, 셋째 '통일이 될 때를 미리 준비'하기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이라는 급변 사태에서 한국 정부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울 때 국민이 함께 해야 된다면, 기독교인이 적극적인 역할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임 교수는 "하나님이 어느 날 우리에게 통일을 주셨을 때, 준비된 자에게 통일은 축복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혼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빌립 목사 "한국교회 '가르치려는 자세', '물량주의' 내려놓고 북한에 건강한 교회 세워야"
북한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이빌립 목사(통일소망선교회 대표, 열방샘교회)는 김정은의 신변이상설에 대해 "북한 관련 정보는 변수가 많다. 일주일 전후로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김일성, 김정일 체제 당시 건강이상설이 나올 때에는 후계구도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내부 균열이나 내분이 생겨도 체제가 흔들릴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김정은은 후계구도나 체제 안정을 위한 대응 카드가 없어 정상 활동이 불가능해진다면 내분이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탈북민 출신 목회자인 이빌립 목사는 "측근들을 많이 숙청해 온 김정은은 신뢰를 주는 리더십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고, 다수의 지도자가 북한 체제를 이끌어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다음 후계자로 지목되는 김여정도 자신에게 권력을 집중시킬 리더십이 없고 반대파가 많아 실권을 갖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 내부 상황이 더욱 혼란스러워질 경우, 북한 내 다수의 친중파가 중국의 개입을 요청할 확률이 높지만, 중국은 독자적으로 북한 문제에 개입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예측했다. 북한과 혈맹관계이면서도, 미국과 유럽 등과 경제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빌립 목사는 이번 기회에 한국교회가 복음통일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기존 북한선교학교, 통일선교아카데미, 통일선교학교 등을 통해 북한 문이 열릴 때 한국교회가 '갑'의 입장이 아니라, 예수님처럼 겸손한 마음으로 들어가 어떻게 북한 주민을 섬길 것인지 배우고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하셨다"며 "이를 준비하지 않고 들어가면 마치 '갑과 을의 관계' '가르치려는 자세'로 접근하여 실패를 많이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물량주의'로 접근할 경우 북한교회가 복음의 본질에 가깝게 가지 못 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이단들의 활동도 염려된다"며 "북한 성도들에게는 배우기 원하는 마음으로 다가가고 동역자의 관계로 품어야 한다. 바른 복음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철저하게 그들을 보호하고 품어주지 않는다면 북한선교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강철호 목사 "'강도'가 있어 '강도 만난 자'도 있는 것, 북한선교 하려면 양쪽 바라보는 안목 필요"
탈북민 출신 목회자인 강철호 새터교회 목사(북한기독교총연합회 전 회장)는 "저희도 여러 통로로 이야기하는데, 김정은이 치료받은 것으로는 보이나 위중설은 과장된 것 같다"며 "만일 김정은 위중설이 사실이라면 북한 내부에서부터 미세한 움직임이 보일 텐데, 제가 볼 때 김정은이 워낙 질병이 많으니 관련 치료를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한편으로 "이런 위중설을 통해 북한의 움직임을 들여다보는 것도 전략"이라며 "북한의 제일 큰 행사인 태양절(4월 15일) 행사에 김정은이 나타나지 않으니 여러 통로로 추측이 나오면서 북한의 진짜 움직임을 감지하려고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철호 목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 "기독교인은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말고, 우리의 본업인 북한 복음선교를 위한 전략적 준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북한을 반드시 복음으로 통일해야 될 선교대상으로 보고, 주의 깊게 동향을 살피며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강 목사는 이와 함께 한국교회가 북한을 바라볼 때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북한선교에 많이 적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철호 목사는 "강도가 있어서 강도 만난 자도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북한을 전체적으로 강도 만난 자로 이해하는 데 치우쳐 있는데, 강도가 누구였는가에 대해서는 너무 무관심하다"며 "북한을 바라볼 때 '강도'와 '강도 만난 자' 두 가지로 바라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도 만난 자'와 '강도'가 어떤 관계 속에 있는지 보면서 물론 '강도 만난 자'를 살리고 돕고 완치시키기 위해 지원하고 투자하지만, '강도'가 있음으로 어떤 고통이 지속되는가를 살펴봐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이제 북한선교에서 '강도'와 '강도 만난 자' 양쪽을 어떻게 선교적 대상으로 접근해갈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