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친척에 속아 중국에 신부로 팔려가...출산에 높은 관심
몇 주, 몇 달, 수년 걸려 탈출해 돌아와도 가족과 마을이 정죄
북부 미얀마의 소수민족인 카친족 기독교인 여성과 소녀들이 인신매매단에 속아 결혼을 못 하는 중국 남성들에게 팔려 가고 있다고 한국오픈도어가 알렸다.
한국오픈도어는 최신호 소식지에서 카친족 인신매매 피해 여성들을 조사한 국제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의 여성 인권 담당관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3년 전부터 카친족 여성의 인신매매 사례를 조사하기 시작한 담당관은 "1979년부터 2015년까지 계속된 중국의 한 자녀 정책에 기인한 남녀 성비 불균형으로, 많은 중국인 남자가 아내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카친족 여성, 소녀들이 그곳에 신부로 팔려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중국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3~4천만 명이 더 많은 것으로 추정한다.
미얀마 정부와 중국 접경지역에 있는 카친족 독립군, 카친주와 북부 샨주의 여러 소수민족 무장단체들 사이에는 오랜 충돌이 있었다. 지난 2011년 미얀마 군대는 17년간의 휴전상태를 깨고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을 공격하여 10만 명 이상이 국내 난민이 되었다. 담당관이 만난 37명의 인신매매 피해 여성과 소녀들도 난민 출신이었다.
담당관은 "카친족 여성들은 정부군과 싸우는 많은 남성을 대신해 생계를 도맡아야 하고, 장녀가 집안을 재정적으로 후원해야 한다는 문화적 기대가 있다"며 "난민캠프에는 일자리가 없고 미얀마 정부가 구호 물품조차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있어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난민캠프가 중국 국경과 가깝고, 여권 없이도 국경을 넘기 쉬워 중국 고용주가 미얀마 사람들을 고용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담당관은 "'농장이나 식당에 여성 일자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면 일자리들이 실제로 있을 때가 많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며 "인신매매단은 모집한 여성들을 중국 가정들에 팔아넘겼다"고 폭로했다. 인신매매자들은 많은 경우 '친척들'이었다. 여성들은 미화 3,000달러(약 360만 원)에서 1만3,000달러(약 1,580만 원)에 팔려 간다. "한 사람은 이를 미얀마에서 산출되는 비취 거래에 비유했다. '비취 품질이 좋으면 중개상에 팔고, 또 다른 중개상에 팔린다. 소녀들도 마찬가지다. 여러 브로커를 거치게 된다'고 했다"고 담당관은 말했다.
인신매매단은 중국에 팔려 가는 상당수 여성과 소녀들에게 약물을 먹여 잠들게 한 후 국경을 넘는다. 여성과 소녀들은 폐쇄된 방에서 깨어난다. 이 담당관은 "한 젊은 여성은 '중국에 가면 수입이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고 올케언니가 말했다. 가고 싶지 않았지만 가족들에게 돈이 너무 필요했다'며 '올케언니가 멀미약이라고 준 약을 먹고 깨어나 보니 손은 묶여 있고, 올케언니는 결혼해야 한다며 그 집에 남겨두고 떠났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 여성은 다른 방에 옮겨져 묶여 지냈고, 남편은 매번 식사를 갖다주고 강간했다고 증언했다. 여성은 아들을 낳고 2년 후 아들과 함께 탈출했다.
담당관은 "우리가 만난 대부분 여성과 소녀들은 한 방에 며칠간, 몇 주간, 혹은 몇 달간 갇혀있었다. 때로는 임신이 될 때까지 갇혀 있었다"며 "많은 여성이 중국 가족들은 신부보다 아이를 갖는 것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들 중 일부는 아이를 낳은 후 도망칠 수 있었고, 아이를 낳은 후에 원하면 떠나도 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미얀마인권위원회는 2017년 미얀마 여성과 소녀가 중국에 인신매매된 경우가 226건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담당관이 만난 여성들의 사례는 한 건도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여성과 소녀가 인신매매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담당관은 "대부분 카친족은 크리스천이며, 많은 이가 신앙심이 아주 깊다"며 "혼외 성관계는 큰 수치이며, 여러 이유로 이러한 경험을 비밀로 하여 피해 여성을 찾기 정말 힘들었다. 이러한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어려웠다. 전쟁이 지속되고 있어서 안전의 문제도 있었다"고 알렸다. 그는 "이 여성과 소녀들의 안전과 비밀을 지키면서 인터뷰하는 방법을 찾느라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들은 큰 고난을 겪었지만, 이제 그러한 일이 다른 이들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결심으로 인터뷰에 응했다"고 덧붙였다.
인신매매 피해 여성들은 몇 주, 혹은 몇 달 후 중국을 탈출할 수 있었지만, 수년이 걸린 경우도 있다. 한 여성은 9년이 걸렸다. 피해 여성 중 12명이 18세 이하의 소녀였고, 14세도 있었다. 이 중 두 명은 두 차례나 인신매매를 당했다. 담당관은 "한 여성은 중국 경찰서로 찾아갔지만, 중국 경찰이 그녀를 추방해 아무 돈도 없는 채 국경에 버려졌다. 택시 기사에게 집에 데려다주기를 간청했지만, 중국에 온 지 이미 5~6년이 되어 가족들이 여전히 그 집에 살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가족 중 일부는 반갑게 맞아주지만, 가족 내에서조차 비난과 정죄를 받거나 혹은 비밀에 부치도록 요구받는다. 마을에서 낙인이 찍혀 결국 마을을 떠난 이들도 있었다. 수치심으로 그냥 중국에 남은 피해 여성과 소녀들도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 일하러 갔다가 인신매매를 당한 후 집에 돌아온 한 여성의 남편은 '사람들이 경멸할 것'이라는 이유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인신매매에서 탈출한 여성들에게 미얀마 정부는 며칠간 쉼터 제공, 의료검진, 새 주민증 발급 등의 도움을 준다. 소수는 제한적인 경제적, 직업적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지원은 아직 미약하다. 인신매매 여성 구출을 위한 시민단체도 있으나 재원이 거의 없다고 알려왔다.
이 담당관은 "인신매매는 미얀마, 중국에서 모두 불법으로, 이를 근절시키려는 몇 가지 시도가 있었다"며 "그러나 우리가 만난 여성들은 모두 자력으로 탈출했고, 많은 경우 양국 국경지대 경찰들은 인신매매를 방조하거나 심지어 금전적 이익을 취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얀마 경찰에 여러 차례 찾아갔지만, 경찰은 어떤 조처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거기에는 인신매매 사건 담당 경찰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중국 경찰 역시 인신매매범들에게 아무 조처를 하지 않고 오히려 여성들을 불법입국자 취급했다고 전했다. 담당관은 "한 여성은 탈출 후 중국 경찰에 의해 다시 중국 가정으로 돌려 보내졌다. 중국 가족으로부터 800달러의 뇌물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탈출한 용감한 여성의 사례도 소개했다. 담당관은 "17세 때 인신매매 당한 여성은 중국인 남편에게서 휴대폰을 얻어 위챗을 이용해 카친족 게시판에 메시지를 올렸다"며 "갑자기 전 세계 사람들이 그녀에게 도움을 주려 했고, 남편은 휴대폰을 뺏었지만 사람들이 자기를 찾고 있다는 사실이 걱정되어 결국 그 가족이 그녀를 놓아주었다"며 "이것은 가장 끔찍한 상황 속에서도 융통성과 창의성을 이용한 고무적인 이야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