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성경과 선교' 분야를 가르치고 있는 안건상 교수는 선교사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마흔의 나이에 아프리카의 가난하고 작은 나라, 에리트리아에 선교하러 갔었다. 그런데 선교를 시작하기도 전, 하나님이 이미 그곳에 이루신 선교역사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곳의 개신교도들은 고난 속에서도 인내하며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그들 앞에 안 교수는 머리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에티오피아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공산 치하에서 순교의 피를 흘렸던 역사가, 구령의 열정 속에 생생히 살아 있었다. 그는 그때 목도한 아프리카인들의 "신실한 신앙의 실천"이 자신에게 "새로운 학문적 전망을 갖도록 도와주었다"고 말한다.
그의 신간 『선교적 성경 읽기』는 이런 경험에서 나온 책이다. '성경 읽기 및 해석'을 다루되, 철저히 '선교'를 중심한다.
그는 교회가 "처음부터 선교적 관점으로 성경을 읽고 해석"했다고 말한다. 초대교회부터 시작해 역사 속 교회들은 "선교적 과업을 감당하기 위해 성경을 읽고 답을 찾고자 했으며 그것은 선교적 실천으로 이어졌"다는 것.
그런데 근래 들어 '선교적 성경 읽기'는 급격히 쇠퇴되었다. 특히 서구교회 및 서구화된 교회들이 "모든 국면에서 선교적 특성을 잃어버렸다"고 진단한다. 세상과 동화되어버림으로 성경 읽기에 있어서도 '선교'라는 중심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이에 "선교적 삶의 실천을 위한 선교적 성경 읽기"가 강하게 요청된다고 밝힌다.
'선교적 성경 읽기'란 "특정 본문만이 아니라 성경 전체를 선교적으로 읽는 것"을 의미한다. 성경을 관통하는 주제가 '선교'이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하다. 안 교수는 "성경은 온 우주 가운데 펼치시는 '하나님의 위대한 선교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며 "하나님의 선교 이야기는 창조, 출애굽, 그리스도의 구속, 그리고 새 창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선교적 성경 읽기'는 그리스도인 모두를 성경 해석의 장에 초대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는 선교를 바라보는 관점과 관계 있다. 선교가 교회나 단체가 주체가 되어 해나가는 사역이 아니라, 하나님이 해나가시는 "다스림과 구원의 모든 역사"라고 보기 때문에, 한 이름 없는 그리스도인의 선교적 실천도 선교라고 본다. 이에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선교하기 원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선교적 관점에서 성경 해석을 해나갈 수 있다고.
안 교수는 성경 해석이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며, "저마다의 삶의 자리에서 성경을 읽고 그 의미를 찾고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성경 해석"이라고 제시한다. 오히려 "독자의 위치(독자의 이야기와 독자가 처한 상황)는 성경을 해석하는 기본적인 맥락"으로서, 이것이 없이는 "실제로 성경을 해석할 수 없다"고 밝힌다.
읽고 해석하는 데 정해진 절차나 방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지침은 있다. ▲ 성경 본문을 주의 깊게 찬찬히 반복적으로 읽기 ▲ 문맥을 잘 파악하기 ▲ 하나님의 선교라는 관점에서 읽기 ▲ 정직하게 자신과 자신의 공동체가 당면한 문제를 인식하기 ▲ 성경 시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연구의 도움을 받기 ▲ 성경을 읽고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려는 자세로 읽기 등이다.
안건상 교수는 신반포교회에서 선교 담당 목사로 섬겼으며, GMS(Global Mission Society)와 SIM(Serving in Mission) 소속 선교사로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선교했다.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과 교차문화를 전공했다.
선교적 성경 읽기 ㅣ 안건상 ㅣ 생명의말씀사 ㅣ 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