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넬리아 토프 | 장혜경 역 | 가나출판사 | 272쪽 

인생은 기다림 필요, 기다리면 깊어진다
기다리지 못하는 만남, 인스턴트식일 뿐
오래 여운 남는 깊은 대화? 말을 아껴야
침묵은 인간에게 힘을 주는 최고의 원천

인생은 기다림이 필요하다. 기다리면 깊어진다.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국은 미역국이다. 미역국은 오래 끓일수록 맛이 살아난다. 맛있는 미역국을 먹기 위해서는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은 인스턴트 음식만 먹어야 한다.

인간관계에도 기다림은 필요하다. 부모는 자녀를 기다려 준다. 남편과 아내는 서로를 기다려 준다. 스승은 제자를 기다려 준다. 그래서 깊어진다.

그러나 기다리지 못하는 만남은 인스턴트식 만남만 할 뿐이다. 기다림 속에서 만남의 열매는 익어간다. 기다리는 사람이 맛있는 국도 만남의 열매도 맛볼 수 있다. 기다릴 때 깊어지기 때문이다.

맛과 만남에도 깊은 것이 있듯이, 대화에도 깊은 대화와 얕은 대화가 있다. 깊은 대화는 오랫동안 생각이 나고 여운이 남는다. 그러나 얕은 대화는 아무리 많은 말을 했어도 지나고 나면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는 말의 홍수에서 살고 있다. 쉬지 않고 떠들지만, 정작 필요한 말은 거의 없는 시대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 중에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깊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말을 아끼는 것이 필요하다.

독일 작가 한스 카로사는 이렇게 말했다. "잘 알면 세 마디로 족하다. 잘 모르니 서른 마디가 필요한 법이다." 말을 아끼는 사람은 말의 무게가 있다. 침묵은 언어의 또 다른 표현이다.

<침묵이라는 무기>는 말이 넘치는 시대에 깊이 있는 대화를 하는 법을 알려준다. 책의 저자는 코르넬리아 토프로, 독일에서 경제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저서로는 <현명한 여자의 대화법>, <스몰토크>등이 있다.

저자는 깊이 있는 대화를 하기 위해 침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일단 말하고 나서 후회한다. 귀로 들리는 것만 효력이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말은 할수록 힘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침묵은 인간에게 힘을 주는 최고의 원천이다. 책은 침묵의 힘을 기르는 방법을 크게 9장으로 설명한다.

1장, 말 비우기 연습

쉬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상대를 이해할 마음이 없는 것이다. 끊임없이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은 상대의 말을 듣지 않는다.

자기 할 말만 하고 자기 걱정만 털어놓고 잘난 척만 하려 한다. 대화가 아니라 자기 이야기만 하려고 한다. 입을 다무는 것은 지식이나 권위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소통 방식의 일종이다.

2장, 침묵하면 달라지는 것들

침묵은 이해와 동의를 표하는 강력한 방식이다. 침묵할 줄 아는 사람은 이해심이 많아 보인다. 남의 아픔에 공감하고 동의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긴다.

3장, 우리는 모두 '관종'이다

말하는 자가 통제한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우리가 점점 침묵을 지키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관종'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하지만 사실 사람들은 타인의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기 중심주의가 날로 심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타인에게 별 관심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말을 하면 들을 수 없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말을 배우는 데는 2년이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는 데는 평생이 걸린다"고 말했다.

4장, 비울수록 커지는 말의 무게

수학자 파스칼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오로지 방 안에 조용히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생긴다."

입을 닫고 모든 소음의 원천을 끄면,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마음과의 대화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참 어렵다. 그러나 우리에게 진짜로 필요한 것은 우리 자신이다.

우리가 자신과 대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에게조차 이해심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과 대화를 나누면, 자신의 욕구를 발견할 수 있다. 일명 '내재적 동기'다. 내재적 동기부여가 되어야,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

5장, "말을 해야 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라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버려야 한다. 난감하게 느껴지는 침묵의 순간이 찾아왔다고 해서 아무 말이나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수동적인 사람들만이 침묵을 난감하게 생각한다. 적극적이고 세상과 대화 상대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침묵을 전혀 문제로 느끼지 않는다.

6장, 대화를 유리하게 이끄는 상황별 침묵 사용법

침묵은 협상 상대를 불안하게 만든다. 욕망이 강하고 시간이 촉박할 때, 사람은 말을 더 많이 한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스트레스가 많거나 마음이 불안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

맛있는 과일을 먹고 싶다면, '적당한 양'의 비료를 주어야 한다. 말도 마찬가지다. 말과 침묵의 비율은 각각 1:3이 좋다. 침묵이 말보다 3배 더 길어야 한다. 입을 다물어야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걸 파악할 수 있다.

7장,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상황별 침묵 사용법

학자들의 조사 결과, 너무 빽빽한 뉴스는 사람들의 기억에 거의 남지 않는다고 한다. 하던 말을 멈추고 상대에게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한다.

이해와 공감과 동의는 말에 이은 침묵에서 더 많이 생겨난다.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 문장이 끝날 때마다, 쉼표가 있을 때마다, 정확히 말을 멈추고 쉬어야 한다. 말을 멈출 때 상대의 마음이 움직인다.

8장, 말이 넘쳐나는 세상 속, 침묵할 권리

소음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소음의 생산자에게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의 스트레스 지수를 책임질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다.

소음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정중히 부탁하거나 비언어적 제스처로 상대방에게 불만의 신호를 보내야 한다.

소음을 참지 말고 저항해야 한다. 상대가 말을 끊지 않는 이유를 파악하고, 그 욕구를 만족시켜주어야 한다. 욕구가 만족되면 알아서 입을 다문다.

9장, 백 마디 말보다 강력한 침묵의 힘

일할 때마다 의식적으로 침묵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사람들은 깊게 호흡하고 침묵하고, 조용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개운해지고 기운이 돌아오기도 한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과묵하다. 이런 지혜는 꼭 나이 때문에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지혜의 힘은 소란함이 아니라 고요에서 온다. 소음이 없어야만 고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요는 행동을 멈추고 주변을 온 마음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침묵과 고요를 만나라고 해서 세상을 등지고 산으로 들어가라는 것은 아니다. 삶의 균형을 위해 짧은 순간이라도 침묵해야 한다.

자신에 집중하려면, 소음 아닌 침묵 필요
침묵의 시간 속에, 우리는 점점 익어간다
하나님은 농부, 농부에게 침묵은 기다림

우리는 너무 많은 소음에 노출되어 있다. 종일 TV를 끄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스마트폰은 단 한 시간조차 끄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해서는 소음이 아니라 침묵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 기다려야 맛을 내는 음식과 만남처럼, 우리 자신을 위해 기다릴 때 진정한 자신의 맛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때로 침묵의 시간을 허락하신다.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무언가 말하지만, 내 귀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혼자만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이 고통의 순간, 인내의 순간일 수 있다. 그런 침묵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점점 익어간다. 점점 깊어진다.

하나님은 농부이시다. 농부에게 침묵은 기다림의 시간이다. 침묵은 우리 인생을 맛있게 익어가게 만든다.

침묵을 잘 사용할 때, 인스턴트 인생이 아니라 진국 인생이 될 수 있다. 그럴 때 오래 함께할 수 있는 맛있고 깊은 인생이 된다. 2019년 남은 시간, 더 깊게 익어가기를 바란다.

김현수 목사
행복한나무교회 담임, 저서 <메마른 가지에 꽃이 피듯>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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