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교회오빠>는 KBS 특집 다큐멘터리 <앎, 교회오빠>를 통해 전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킨 故 이관희 집사와 오은주 부부의 이야기를 담는다. 지난달 16일 개봉한 영화 <교회오빠>는 적은 상영회차에도 불구하고 현재 5주차 장기 상영 중이며, 관객 8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공휴일이었던 지난 6일엔 무려 44.4%의 좌석판매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영화 제작진 중 기독교인은 한 사람도 없었다. '현대판 욥'이라 불리는 이들 부부의 이야기가 나오기까지는 오랜 기간을 동고동락한 제작진이 있었다. 영화 <교회오빠>를 연출한 이호경 감독은 앞서 촬영 당시를 회상했던 글에서 "촬영 팀에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당연히 이관희 씨의 발언들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고 고백하기도 했었다.
장장 3년을 함께해 온 이호경 감독. 삶의 진지한 질문과 묵상이 있던 그의 얼굴엔 순수하고 옅은 미소가 드리웠고 겸손이 배어있었다. 그가 어떠한 마음으로 촬영에 응했고, 그의 삶의 질문들은 무엇이었는지, 기독교인을 본 비기독교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모든 출연진에게 하셨던 '당신은 왜 더 살아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감독님은 어떻게 답하실지 궁금합니다.
"오랜 기간 이 문제를 고민해왔어요. 세상을 떠난 제 누나가 더 살았으면 좋겠는데, 마땅한 답을 못 얻겠더라고요. 그래서 KBS 스페셜 '앎'을 촬영하면서 '당신은 왜 더 살아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그 질문에 대해 답을 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관희 집사님이 답을 해줘서 깜짝 놀랐어요(故 이관희 집사는 자신이 하루라도 더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서툴고 부족했기에, 단 하루라도 온전하고 충실된 하루를 살아보고 싶어서'라고 답했다고 한다.-편집자 주) 이런 대답은 처음이었지요. 그때 충격을 받았어요. '어떻게 이런 대답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을 했어요. 이관희 집사님을 그날부로 참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왜 더 살아야 하는지' 해답을 평생 찾고 있는 거 같아요."
- 그간 촬영을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으신지요.
"일상에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다가 이젠 일상에서도 감동을 받고 그 소중함을 느끼게 됐어요. 그동안 '앎 시리즈'의 출연자들을 생각할 때, '죽음'이라는 거울에 스스로를 비추게 됐고 여러 깨달음이 있었어요. 이전보다 욕심도 줄었고, 싸울 일도 안 싸우게 되었어요. 또 의미 있는 것과 무의미한 것에 대해 구별을 하기 시작했어요. 아직 부족하지만,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 영화 <교회오빠>의 성경 구절은 어떤 의도로 넣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관희 집사님이 '현대판 욥' '한국의 욥'이라 불리시잖아요. 그런데 전 성경을 본 적이 없었어요. 촬영 기간이 3년이었는데, 그 촬영 중간에 홈리스분들을 촬영 했었어요. 그때 제가 간 홈리스분들을 위한 보금자리가 기독교 쪽에서 하는 곳이었어요. 거기에 성경이 여럿 있었죠. 거기에, 미국에서 신학교를 나오신 목회자신데 인생의 여러 고난이 있으셔서 홈리스가 되신 분이 계셨어요. 하루 종일 촬영을 하다 보면 대기도 하고 비는 시간이 생기잖아요. 그분에게 욥기에 대한 말씀을 듣게 됐어요. 그때 말씀하신 구절 중 '우스 땅에 욥이라 이름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순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더라'가 있었어요.
한 번은 촬영 도중 이관희 집사님께서 건강하실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을 '이 모든 일에 욥이 입술로 범죄치 아니하니라'라고 하신 이야기하는 게 기억이 났어요. 이 구절을 넣은 이유는 이관희 집사님이 가장 좋아했던 구절이기 때문이예요.
영화가 나오고 나서 오은주 집사님이 제주도에서 3개월을 휴향했을 때 쓴, 이관희 집사님이 마지막으로 쓴 묵상 노트를 개봉했는데, 거기에 딱 세 구절이 있었어요. '모든 일에 욥이 입술로 범죄하지 않았다'는 구절과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 같이 나오리다', 그리고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삽더니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였어요. 영화가 개봉한 뒤에 그 이야기를 듣고 제가 이관희 집사님께 어떤 사인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크게 안도를 했어요."
- 평소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생각을 한 적이 있으신가요?
"제가 2012년도부터 인생이 힘들었어요. 정체성의 위기가 도미노처럼 와서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였어요. 직장 생활이 힘든 것이 아니라 삶을 이어나갈 동력이 끊겼다고 생각해서 100일 동안 호스피스에 들어갔었어요. 그때 간 곳이 천주교 계열의 호스피스였는데, 거기서 죽음을 많이 봤지요. 사람의 죽음, 암도 그렇고... 종교의 영역인 거 같았어요. 신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종교가 없으면 죽음을 해석을 못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호경 감독. ⓒ이대웅 기자 |
- 촬영하면서 이관희 집사님의 언어를 이해하기 어려우셨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그 이야기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워요. 제작진이 비기독교인이니 속이 터지죠. 하는 말도, 단어도 모르고 말이에요. 임종 직전에도 '단절감을 느낀다'고 하시는데, 그 부분이 해석을 못 해서 빼려고 했었어요. 부부의 어떤 대화나 사건이 해석이 안 되는 거예요. 속이 아주 답답했어요. 편집할 때 알아듣지 못하고 해석하지 못해서 빼거나 간과한 부분이 있어요. 참 미치고 환장할 노릇인데, 거기다가 계속 의심을 하면서 따라다녔어요. '저 말을 한 이유가 뭘까?' '저 배경이 뭘까?' '진심일까?' 이렇게 의심하다 보니 참 이관희 집사님에게 미안하고요. '비기독교인이 <교회오빠>를 촬영한다는 게 참 신뢰성 없는 일이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가 이렇게 답답해하니까 암 커뮤니티 크리스천분들이 '그게 하나님의 일하는 방식'이라고 위로를 해주시더라고요."
- 만약 누군가를 위해 기도를 하신다면, 어떤 기도를 하고 싶나요?
"누나 투병 때문에 암 카페 가입을 했는데, 누나가 투병할 때 기도를 많이 해주셨어요. 이관희 집사님이 떠나고 두 달 뒤 제 누나도 떠났는데요. 사실 집에 환자가 있으면 온 가족이 병간호를 하잖아요. 누나를 위해 부부가 기도를 많이 해주셔서 고마웠어요. 지금은 사실 누나가 떠나고 나니 어떤 기도가 필요한지 잘 모르겠어요."
- 감독님께서는 남은 삶을 어떻게 살고 싶으신가요?
"어휴 조심해야죠. 죄짓지 않고... 이관희 집사님이 떠나고 나서 영화를 보신 분 중에 이런 말을 한 분이 계셨어요. 죄에 대해서 빈틈도 허용하지 않고 떠났다고. 저는 거기에는 따라가지 못하지만, 이관희 집사님이 마지막까지 '하나님이 요구한 인생을 살고 싶다'고, '하나님이 사랑하라고 하셨는데 그렇게 못 산 것이 자기 죄'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저도 무의미한 짓, 후회하게 될 짓을 하지 말고 정말 죽음 앞에서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에 열정을 쏟고 그것을 지켜나가고 싶어요."
본지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교회오빠> 출연진과 촬영 팀이 함께한 자리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인사를 전했다.
"7월에 책이 나오는데, 그 말미에 이런 글을 썼어요. 비기독교인 제작진이 <교회오빠>를 만든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예수님이 골고다 언덕을 지나갈 때 얼떨결에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게 된 구레네 사람 시몬의 역할을 했다'고 하세요. 그런데 사실 저희는 아무도 구레네 사람 시몬을 몰라요. 그 정도로 기독교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인데, 돌아보면 지난 4~5년간의 일이 '예정되어 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 기적 같고 그래요. 모쪼록 저희가 부족했지만 <교회오빠>의 사명에 일조를 조금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저희로서는 영광이라 생각하고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