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복음이 우리를 자유케 하듯,소명은 청년의 때에 갖는 진로와 결혼의 무게를 가볍게 한다. 소명은 사실 우리의 삶을 더 자유케 한다. 물론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어렵기는 하겠지만, 우리의 유일한 청중이신 하나님은 우리의 성취가 아닌 우리의 중심을 보신다. 그래서 때론 넘어져도 그분은 그것을 실패로 보시지 않는다."
<소심청년, 소명을 만나다>는 크리스천 청년들이 소명에 대해 갖는 질문과 오해들을 친절하게 풀어주고 있다. 1장 '소명이 직업인가요?'에서는 '우리에게는 소명이 필요하다', '소명은 직업이 아니다', '소명은 결코 무겁지 않다' 등 기본적인 이야기들을 꺼내고, 2장 '소명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에서는 소명의 '발견'이 아닌 '이해'와 '소명을 이해하는 4단계', '나의 소명을 확인받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이후 3장 '소명대로 살면 모든 일이 잘 풀릴까요?'와 4장 '소명을 따라 살면 성공하나요?'를 통해 주저하고 흔들리는 청년들을 위로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 책이 소명에 대한 개론서가 아니라, '진로와 소명을 찾아가는 청년의 때에 어떻게 하나님과 함께 동행하는가에 대한 고백서'라고 말한다. '좁은 길'을 따라 걷고 있는 도현명 대표와의 나머지 이야기.
-소명과 직업 사이에서 헤매고 있는 청년들에게 주로 뭐라고 조언하시나요.
"가장 중요한 건, 불법이 아닌 정상적 범주 안의 결정이라면, 결정을 잘 하는 게 꼭 중요한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청년들이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시간을 많이 쓰지 않습니까. 저는 차라리, 하려는 일들을 지금 빨리 실행해 보고 얻을 수 있는 걸 얻으라고 합니다.
무엇을 할지 몇 년씩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결정을 위해서라면, 석사 과정을 또 공부하고 하는 일들이 옳은 것은 아닙니다. 결정만으로 해결되는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거기에 엄청난 시간을 사용합니다. 그보다는 실제로 부딪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로 묵상하면서, 어디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깨달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많은 청년들이 한 번의 결정으로 많은 것들이 정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게 무서움이고 두려움이지요. 누가 정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겠지만, 이것 자체가 현 세대에 주어진 시험이자 일종의 유혹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와 대학까지 일직선입니다. 하지만 독일은 전체의 30% 정도만 4년제 대학에 진학합니다. 우리는 대다수가 4년제 대학으로 갑니다. 그어진 경로대로 살던 청년들에게, 경로를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시작되면서 가장 먼저 없어져야 하는 것이 바로 두려움입니다. 성경에도 나오지만, 내일 우리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웃기지만, 청년들이나 같이 일하는 친구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교만해진 것 같다'고요. 평균수명이 30-40대일 때보다 죽음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을 3배는 덜 느끼고 있으니, 죽음 앞에 직면할 일들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내일 여전히 살아있으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되게 무모한 확신이고, 확률에 대한 이야기일 뿐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준비하는 데만 30년씩 걸립니다. 예전에는 40년밖에 못 사니까, 10년만 준비하고 바로 부딪쳤지요.
청년들이 두려움의 지배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빨리 겪는 게 좋고, 조금이라도 체력이 있고 보완될 여지가 있을 때 뛰어드는 게 좋습니다. 무섭다는 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지나보면 '그때 차라리...' 이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아는 청년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때는 1년이 아주 긴 시간 같지만, 지나보면 '그때 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 것입니다."
-심센터는 어떤 사역을 하고 있나요.
"사회적기업 영역에서 지난 2010년 시작했습니다. 5년 정도 됐을 때, 청년에 대한 고민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 소명에 따르면, 처음에 사회적기업을 생각한 것은 일과 삶과 신앙의 일치 지점을 찾다 나온 일종의 '타협점'이었습니다.
둘째로는 선교사님들이 이런 일들을 해야 할 것 같아서였습니다. 많은 국가들에서 선교사 비자가 막히고 있고, 이제 NGO 활동마저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마지막 남은 도구가 비즈니스입니다. 선교사님들이 사회적 기업이라는 도구를 사용해야 할 것 같아서 뛰어들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제가 걸어왔던 길과 동일한 길을 걷는 청년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알려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과거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가 하셨던, 고치고 먹이고 가르치는 일들을 보이기 위해 학교와 병원과 사회복지 시설을 설립했습니다.
지금 시대에는 이것들을 다 정부가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세대가 해야 하는 도구는 비즈니스라고 봅니다. 그래서 사회적기업이라는 솔루션을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제 생각에 동의해 주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센터까지 건립할 줄은 몰랐습니다. 프로그램 정도 할까 하는 고민이었는데, 두 가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나는 돕겠다는 분이 나왔습니다. 네이버 창립멤버이신 더작은재단 오승환 대표께 청년들에 대한 지원을 위해 요청을 받았습니다.
▲심센터 내 모임. ⓒ심센터 제공 |
둘째로는 돌아보니 이 사회적기업 영역에 크리스천 청년들이 많았습니다. 일반 회사에서 찾기 힘들었던 친구들이 여기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보자면 가장 긍정적으로는 긍휼한 마음이 있는 것입니다. 일반 회사에 가서 그들이 이 마인드를 지키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공동체 지지기반을 만들고, 그 기반 위에 얹을 수 있는 청년 리더들을 키우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건물 2-3층에 '쉐어 하우스'가 있는데, 청년 6명이 양육받으며 생활 중입니다. 생활비 최소 금액을 지원하면서 숙소를 저가에 제공하고, 훈련 프로그램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사업이 잘 되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고, 사람이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수요일에는 근처 청년들이 이곳에서 신우회로 모입니다. 저녁에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고 낮에는 협업을 위한 공간을 제공합니다. 크리스천이든 아니든 상관 없습니다. 실제로 팀장만 크리스천인 경우가 있지요.
사무실도 돈도 아직 필요없는 친구들이, 가끔 모여 협업할 공간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몇 시간씩 일을 하고 가는데, 더작은재단 후원으로 운영되기에 커피 가격 정도만 받습니다.
기독청년 사회적기업과 육성센터를 운영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독교인이 아니라 해서 막지는 않지만, 기독교인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스스로 불편하거나 안 맞을 수 있습니다.
저쪽 건너에도 건물이 하나 있는데, 사업이 발전해서 사무실이 필요한 친구들을 위한 업무 공간입니다. 좌석 단위로 임대해서 쓸 수 있습니다. 매일 일하려면 고정 사무실이 있어야 하고, 하루이틀 모여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정도는 여기서도 가능합니다."
-훈련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신앙훈련도 있습니다. 대단한 건 아니고, 사람들마다 수준이 다르니 제자도와 소명 등에 대해 한 번 정리해 주는 정도입니다. 큐티와 묵상, 기도, 공동체 교육 등에 대한 습관을 만드는데 주력합니다.
비즈니스 훈련의 독특한 점은 기술을 가르치긴 하나, 소명적 관점에서 연결해서 이야기합니다. 1년 동안 신앙훈련 두 번, 비즈니스 훈련 한 번, 그리고 나머지는 멘토링입니다.
이런 공간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교회의 지원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좋아하는 공간들이 되어야 합니다. 이곳 성수동 클러스터의 약 20%, 600여명 정도가 기독교인들입니다. 매년 '개더링'이라는 이름으로 크게 모입니다. 작년에는 이영표 선수가 소명과 축구에 대해 강의했습니다.
센터에서 열성적으로 관계 맺는 친구들은 100여명 정도이고, 나머지는 각자 회사 신우회에서 활동하기도 합니다. 물론 일터까지 와서 그런 걸 해야 하나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쉐어 하우스 내 개인실. ⓒ심센터 |
-사회적기업이 아닌 비즈니스맨 청년들도 방문하나요.
"그런 친구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일과 신앙, 소명에 대한 고민이 들었을 때, 회사를 그만두든 계속 다니든 그 이유는 소명 때문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고민은 소명에 대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기회입니다. 그 기회를 선용해서 어떤 결정이든 소명 때문에 내려야 합니다.
'내가 하는 일이 회계인데, 어떻게 영광을 돌리지?' 이런 접근은 잘못된 것입니다. 모든 영역이 회복돼야 합니다. 도덕성을 지켜내고, 사람 중심의 생각으로 바꿔가야 합니다. 회사를 도덕적이고 좋은 영역으로 회복시키는 역할을 할 뿐, 그것이 어떻게 활용될지는 맡겨야 합니다. 긍휼함을 갖고 역할을 고민하는 것이 한정된 역할에서의 최대 결론이고, 소명을 이뤄가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명백한 불법보다 많은 경우는 불법이 아니라, 누구를 배척한다거나 눈 감으면 된다거나 하는 도덕적 문제들입니다. 사람과의 갈등도 있지요. 남으려면 그 문제에 끼어들어 스트레스를 감당하면서 상사의 문제들을 껴안고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아래쪽으로 그 문제들이 덜 가도록 하든지,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결할 수도 없고 내가 죽겠는데도 떠나지 못하겠다면, 그 이유는 안락함과 돈 때문일 것입니다. 떠나는 대신 소명에 대해 고민할 계기로 삼을 수 있습니다. 떠나는 게 쉽지 않지만, 결국은 떠나든 안 떠나든 다들 핑계를 찾고 있는 것입니다."
-맞는 말씀이네요.
"제게도 가장 위로가 됐던 건, 하나님께서 정말 한 명 한 명에게 계획을 갖고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소명은 그 계획에 대한 이야기, 그 계획 안에서 반드시 열매를 맺을 것이라는 확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소명은 성취나 계발이 아니라, 순종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순종이 소명으로 제공될 것입니다.
청년들에게 이야기합니다. 그리 어렵지 않다고요. 소명의 이해는 어려울 수 있지만, 너무 크고 아름다운 것이어서 그대로 살아가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성취도, 결과도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말씀드렸듯 소명은 구원과 유사합니다.
소명에 따라 사는 좋은 선배들을 달라고 많이 기도합니다. 그렇게 살았는데 그 안에서 하나님이 경험되는 선배들 말입니다. 정신 없고 실패처럼 보이는 시점에서, 그런 인생들이 궁극적으로 맺는 열매가 희망으로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전의 간증들은 성공으로 끝나기에 그런 희망을 주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은 그럭저럭 하나님을 경험하는 선배들의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그렇게만 살아도 굉장히 행복합니다.
이는 어쩌면 '정신승리'와 한끗 차이일 수 있는데, 그 차이는 하나님에서부터 출발하느냐에 있습니다. '정신승리'는 사람들 앞에 있을 때는 괜찮지만, 혼자 있으면 괴롭습니다. 자신은 처참한 상황인 걸 알지만, 정당화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소명을 찾았기 때문에 감수할 수 있는 과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승리하는 것과는 분명 다릅니다. 혼자 있을 때 많이 차이가 납니다. 때로 두려움이 들 수도 있겠지만, 결정의 이유가 하나님께 있다면 다릅니다."
▲심센터 내 기도실. ⓒ심센터 |
-마지막으로, '소명에 따른 삶'을 가정에서 반대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 가지로 나눠 설명드리고 싶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명과의 부딪침은 당연히 끊어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부모가 소명을 가장 많이 해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미국 팀 켈러의 <일과 영성>이나 오스 기니스의 <소명> 등의 책에는 나오지 않는 내용입니다. 미국은 대부분의 청년들이 정신적으로 성인이 되면서 부모로부터 독립합니다. 반면 한국은 신앙이 좋은 부모가 자녀들의 정신을 지배하려 들기에, 소명도 그들이 결정지으려 합니다.
하지만 이는 굉장히 위험합니다. 소명은 완전히 개별적이고 개인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무조건 끊어내야 합니다. 아직 독립하지 않은 청년이라면 99.9% 끊는 게 정상이고, 갈등이 있더라도 이겨내야 합니다. 확신을 갖고, 부모님의 반대에 대해 선한 방법을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해야 합니다.
두 번째, 가정을 이룬 경우는 복잡합니다. 좀 더 원천적인 해결책으로서, 저는 소명 안에 가정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명은 일이 아니기에, 소명을 향해 함께 걸어갈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이 행복입니다. 혹은 배우자가 소명일 수도 있습니다(웃음). 목사님들이 많이 말씀하시는 농담이지요. 일반적 경우 가장 좋은 배우자를 묻는다면, 소명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면 갈등이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저도 이 일을 하다 결혼했습니다. 이 일은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합니다. 게임 회사는 경제적으로는 풍요롭습니다. 하지만 이에 배우자가 동의했습니다.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 원천적으로 해결하는 수단입니다.
결혼한 다음 소명에 대한 이해들이 생길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결혼을 이루신 분도 하나님이시기에, 배우자가 같은 방향을 볼 수 있도록 논의하고 설득하고 나누고 기도하는 시간들이 필요합니다.
결혼을 했다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제 경우 부모님은 전혀 반대하지 않으셨고, 도리어 너무 기뻐하셨습니다. 아내도 지지해 줬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부모님들 때문에 소명을 따르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