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난민촌 모습. ⓒ한국오픈도어 |
'난민'은 지난해 우리 사회와 교회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예멘인들의 제주도 난민 신청을 계기로 유럽과 북미만의 일로 여겼던 난민 문제는 우리 사회와 교계에서도 찬반 논쟁이 계속됐다. 특히 국내 난민들 대부분이 이슬람을 믿고 있는 점에서, 선교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5월 나온 도서 <난민, 이주민, 탈북민에 대한 선교 책무>는 풍부한 세계적인 사례와 실천적 지침, 그리고 성경 속 난민에 대한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강해로 그리스도인들의 관련된 생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책은 2011년부터 2년마다 열리는 KGMLF(한국글로벌선교지도자포럼)의 네 번째 발간 도서로, 2017년 11월 속초에서 열린 제4회 KGMLF에서 발표하고 논평한 글을 엮은 것이다.
남한 내 북한 이주민(탈북민)을 비롯해 이라크 난민, 레바논 시리아 난민, 아프리카 난민, 유럽과 중앙아시아(키르키스스탄) 등으로 이주한 난민, 해외 필리핀 노동자, 미국 내 '라티노' 난민, 한국 내 조선족과 이주노동자 등 전 세계에 고향과 민족을 떠난 '흩어진 사람들'의 다양한 사례와, 교회가 그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하고 섬겨야 할지 모색하고 있다.
기고자도 예수원 벤 토레이 신부를 비롯해 선교학자 앤드류 F. 월스, 풀러신학교 박기호 교수, <디아스포라 선교학>의 저자 사디리 조이 타라 교수, 인터서브 정마태 선교사, OMSC 김진봉 선교사 등 34인에 달한다.
한국 상황을 다룬 내용을 보면, 한국외국인선교회 대표 전철한 선교사는 '한국 이주민 선교의 중요성'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디아스포라'는 초기 이스라엘 백성이 바벨론 포로기에 나라 밖으로 흩어진 것을 가리켰지만, 하나님은 이제 한인 디아스포라를 선교의 도구로 사용하신다"며 "현재 700만 넘는 한국인이 한반도 밖에서 살고 있는데, 이 숫자는 21세기 선교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원을 나타낸다. 한인 디아스포라를 인정하고 활용하는 것이 한국의 해외 선교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 가운데 하나"라고 전망했다.
전 선교사는 "이민자들의 유입이 계속돼, 한국은 오늘날 200만명이 넘는 이방인의 거처가 됐다. 이 수치는 총 인구의 약 4%에 해당한다"며 "그러나 많은 한국인은 교차 문화의 공존에 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며, 이러한 태도가 무수한 문화적 갈등을 낳았고, 이것이 사회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간단히 말해, 우리는 한국에 살면서도 이방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성장해야 한다"며 "특히 기독교인은 이처럼 독특한 기회를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전 선교사는 "한국의 이주 노동자 선교는 지역 선교와 세계 선교의 가교가 되어 양쪽에서 새로운 역동성을 더해 준다는 부가적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교회와 선교단체는 헌신된 이주 노동자를 훈련하여 그들이 귀국하면 선교사로서 자기 민족을 섬길 수 있도록 위임할 수 있다"며 "그들은 이미 현지 언어를 구사하며 문화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주님의 도움으로 하나님 나라를 효과적으로 확장시키는 이상적인 선교사가 될 것이다. 믿는 이주 노동자들이 모국에 선교사로 갈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데 모든 자원을 헌신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우리는 한국에 사는 이주 노동자들에게 전도함으로써 새로운 유형의 추수를 할 수 있다. 이주 노동자들은 더 개방적이며 민감하다. 고국에서 흔히 받았던 문화적, 종교적 압력과 제약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전도가 가장 필요한 이슬람 출신의 이주 노동자들이 더욱 그렇다. 선교사와 평신도들은 지역 교회의 자원을 모음으로써 새로운 상황을 전도를 위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전철한 선교사는 "이주 노동자 선교를 통해 최대의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원한다면, 이주 노동자들이 자기 동포의 선교사가 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하며, 그들의 고국에서 이미 사역 중인 다른 선교사들과 동역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그들의 교회 개척 노력을 지원하고, 고국에서 그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특히 가정교회를 세우는 선교사가 되려고 하는 이민자들을 훈련시키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벤 토레이 신부는 '남한 내 북한 이주민: 한국교회가 어떻게 하면 그들을 잘 섬길 수 있는가?'에서 "남한 교회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어쩌면 북한 이주민이 남한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본다"며 "이주민의 문화와 배경의 많은 부분은 공산주의 및 북한식 이데올로기와 지도자 우상화로 이뤄져 있다. 동시에 남한 교회 문화의 많은 부분은 반공산주의와 강력한 유교 문화 기반의 민족주의로 이뤄져 있다"고 밝혔다.
토레이 신부는 "양측이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양측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개방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각자의 신앙을 높이고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남한의 정치적 우선순위에 따라 남한 중심으로 개발해 온 교회 프로그램들을 남북 간의 문화 차이를 인정하는 쪽으로 재조정한다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우리는 치유와 수용을 제공할 수 있는 강력한 사랑의 공동체가 필요함을 유념해야 한다. 그리고 성령의 역사로 한 사람 안에 참된 회심과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북한 이주민들을 위한 전도 프로그램은 단순히 교회 출석이나 개인적인 간증 나눔에 초점을 두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오랜 시간을 두고 서로에게 극진히 헌신하며 '타인', 즉 소외된 자 없는 유기적인 신앙 및 예배 공동체 속으로 포용하는 데 초점을 둔 전도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GMLF 이사장 및 보스턴대 연구 교수인 조나단 J. 봉크 박사(Jonathan J. Bonk)는 마무리 요약에서 "교회가 소위 불법 이민자와 난민들의 존재를 소극적으로 무시하거나 적극적으로 반대한다면, 결과적으로 그들은 그리스도를 문밖에 세워둔 채로 문을 두드리게 해 드리는 셈"이라며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의 이방인과 소외된 자들을 통해 회중과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오신다"고 밝혔다.
또 "그리스도의 신실한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외국인과 난민과 이민자와 실제 원수를 무시하고 심지어 묵살하는, 모든 이기적인 민족주의와 종족주의와 인종차별주의와 끔찍한 환원주의와 그에 항상 수반한 율법주의를 인식하고 그것들에 저항해야 한다"며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이웃, 즉 빈민과 죄수, 고아와 노숙자, 외국인, 원수와의 구체적인 관계 안에 가족의 닮음과 친밀함의 증거가 있다. 주변부는 모든 진정한 기독교 선교의 중심"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