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에 억류됐다가 식물인간 상태로 귀국해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북한 정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첫 심리가 19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에서 열렸다.
2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증인으로 참석한 오토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 웜비어와 신디 웜비어는 "아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북한 정권에 의해 희생됐다"며 북한 당국에 정확한 사인 규명과 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아들이 정치 선전물을 훔친 혐의로 공항에서 체포된 이후 재판, 교화형이 내려진 시기 등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이에 관한 대북제재 이행 등으로 미북 간 갈등이 고조됐던 시기"라고 강조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프레드 웜비어는 "오토 웜비어가 2016년 1월 2일 공항에서 체포된 후 며칠 지나지 않아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고, 이어 오바마 행정부가 2월 강화된 대북제재에 서명하고 난 후 얼마 안 있어 오토 웜비어가 잘못을 시인하는 공식 기자회견과 노동교화형 선고가 있었다"면서 "그 뒤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이어가는 등 미국과 적대 관계가 이어지면서 아들이 안전하게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이 점차 사라졌다"고 말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다른 증인으로 출석한 데이비드 호크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위원은 "오토 웜비어 사건 역시 북한이 지난 수십년 간 죄 없는 미국인을 억류시켜 미국과 대화가 필요할 때마다 이들을 정치적 볼모로 이용해 온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는 오토 웜비어가 곧 사망할 것으로 보이자 당시 미국과 별 다른 협상이 없었음에도 북한 측이 서둘러 그를 미국으로 송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가족들은 웜비어가 식물인간 상태로 도착한 당시의 상태를 설명하며 치아가 심하게 손상되고, 신체 일부에 상처가 있었다는 진술과 함께 증거 사진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웜비어 가족 측은 이번 소송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액, 웜비어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금과 경제적 손실액, 부모에게 지급할 위자료 등 약 1조 2,400억 원을 북한 당국에 청구했다.
한반도 전문가 이성윤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웜비어 가족이 깊은 슬픔과 고통에도 북한 정권에 용기있게 맞섰다"며 "이번 재판을 통해 제2의 오토 웜비어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