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해외한인장로교 호주노회는 3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미주한인장로회(총회장 황천영 목사)와 연합했다. 이민교회의 특수성과 독자성을 살리면서도 작은 교세로 인한 선교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이제 미주한인장로회 호주노회(노회장 홍길복 목사)라는 명칭으로 활동하고 있는 교회들을 순회, 현장을 둘러보고 격려하기 위해 총회장인 황천영 목사(LA다우닝제일교회)가 호주를 방문했다. 황천영 목사는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본지 지사와 인터뷰에서 이제 세계화되고 있는 미주한인장로회가 극복해야 할 어려움과 감당해야 할 사명에 대해 역설했다. 다음은 황천영 목사와의 일문 일답.

-먼저 미주한인장로회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를 부탁 드린다.

“미주한인장로회는 1976년 미국의 예장 통합 출신 목사들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미국 서부지역에 가장 먼저 노회가 구성됐으며, 곧 동부와 중부 등도 합류했다. 지금은 캐나다, 남미, 중미, 남태평양 지역 등에 16개 노회 370여 교회가 소속돼 있다. 교단 창립 배경은 무엇보다 ‘이민사회에 대한 복음적인 사명’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초기에는 구성원 대부분이 한국에서 목회하다가 이민교회 목회를 시작한 목회자들이었는데 지금은 선교사들도 꽤 가입돼 있다.”

-미주지역에 국한돼 있던 교단의 영역이 최근 들어 호주뿐 아니라 세계 각지로 확장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계기로 이러한 움직임이 시작됐는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0여년 전쯤 교단의 범위를 미국뿐 아니라 다른 디아스포라 교회에까지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상대방 측에서 반대해 성사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최근에 우리가 생각지 못한 때에 남태평양 지역 노회들과 긍정적으로 논의가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연합이 성사됐다. 먼저 뉴질랜드 지역에서, 이어 호주에서 미주한인장로회와 연합하게 됐다. 유럽 쪽에서도 가입을 준비 중이다. 바라기는 러시아 고려인들과 중국 조선족들의 교회들도 하나되었으면 한다.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는데, 하나님께서 이민교회들을 크게 들어 쓰시기 위한 뜻이 있으신 듯하다.”

-교단의 규모가 커지고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행정적 어려움 또한 많아질 듯하다. 이를 극복할 방안도 마련되고 있는가.

“여러 가지 어려움이 발생하겠지만 그 모든 것이 세계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진통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적인 것에 있다. 바로 미국 중심으로 굳어진 사고를 바꾸는 것이다. 이제 미국 중심이 아닌 세계 중심의 총회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5월 총회에서 호주노회의 가입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호주의 교회들이 우리에게 상당한 도전과 자극이 됐다.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 중 가장 먼저 대두된 것은 교단 명칭이다. 미주한인장로회라는 이름이 타 지역 교회들에게는 상당히 불편할 것이다. 왜 호주에 있는 교회가 미주한인장로교회인가? 그래서 지난 총회에서 명칭을 변경하자는 결의가 있었다. 어떤 명칭이 좋을지 임원들이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다. 국제, 해외, 재외, 디아스포라 등의 이름이 검토되고 있다.

또 하나, 거리상의 문제가 있다. 미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임원들이 배출될텐데 그렇게 되면 의사결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나 길게 내다보면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라 본다. 인터넷 등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정보통신 기술을 잘 활용하면 쉽게 극복할 수 있다.”

-‘한인장로회’라는 교단의 정체성이 갖는 장점도 많겠지만 단점도 있지 않겠나.

“세계 여러 나라의 한인교회들을 아우르는 교단이라는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문제는 한인들이 점차 현지에 뿌리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인교회’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가이다. 하지만 최근 교육 목적의 이민이 크게 증가하는 등 한인들의 이민 추세를 볼 때 아직은 한인교회와 우리 교단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본다. 그러나 끝없이 주변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면서 스스로를 세계화시켜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제 세계적인 교단으로 거듭나는 미주한인장로회의 비전과 역할이 있다면.

“지금 일어나는 일들의 양상을 보면 마치 정치·경제적으로 일어난 세계화가 교회를 이끌고가는 듯한 인상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경륜이다. 하나님께서 복음을 위해 부르시고 택하신 이들을 모아 교회를 이루시고, 노회를, 총회를 이루신다. 그리고 이것을 또다시 세계적인 교회로, 우주적인 교회로 확장해가시는 과정 가운데 있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일하신다. 복음의 통로를 뚫고 계신다. 그래서 우리가 땅끝까지 이르러 증인이 될 것을 바라신다. 우리의 교세나 교회 역량이 세계를 이끌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하나님께서 주장하시면 충분히 가능하다.

특별히 ‘복음의 세계화’라는 일에 있어 이민교회는 최전방에 서 있다. 다문화·다인종 속에 있는 이민교회는 그 자체가 이미 세계화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미국의 교회들도, 호주의 교회들도 마찬가지다. 땅끝까지 전진해가는 과정 가운데 우리가 있는 것이다. 이민교회 성도들이 이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