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을 가진 개척교회 목사 손성찬 목사를 만났다. 군종목사로, 부목사로 교회를 섬기면서 유학을 준비했던 손 목사는 하나님의 인도에 순종하며 용감하게 교회를 개척했다. 나름대로 안정된 삶을 살아오던 손 목사와 아내 김영진 사모에게는 대단한 결단이었다.
손 목사의 개척에 선 후배 목사들이 놀랐다. 책 많이 읽는 목사, 건전한 신학을 가진 패기 있는 목사로 선후배들의 인정과 사랑을 받던 손성찬 목사였지만 개척교회는 의외였다. 그러나 손 목사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손 목사다운 결정으로 이해하고 응원하고 있다. 그리고 개척교회가 어렵다는 시대적 현실에서 아름다운 승리의 꽃을 피우리라 믿는다.
개척교회 바쁜 사역의 현장에서 최근 발간한 책<묻다, 믿다, 하다: 흔들리고 의심하며 믿음의 여정을 걷는 그리스도인들에게>(죠이북스)가 기독교 서점가를 강타하고 있다. 벌써 4쇄가 유통되고 있다. 불황에 허덕이는 기독교출판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손성찬 목사를 만나 그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할머니의 유산 그리고 아버지의 선물인 신앙
손성찬 목사 집안의 신앙은 저희 할머니때부터 시작되었다.너무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생각은 나지 않지만, 할머니의 헌신적 신앙이, 그의 아버지에게, 그리고 그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다만, 지금에서야 감사함으로 고백하지만, 성장과정에서 신앙생활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우선 가난했다. 동시에 아버지가 보수적이고 강하셨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장단점이 공존한다. 일탈로부터 약간 비껴나갈 수 있었던 것이 장점이라면, 단점은 자신도 모르게 각인된 신앙행위로 판단하는 율법주의적 시각이었다. 손 목사는 현재는 개혁주의 신학을 기반으로 하는 총신에서 공부하고 대한 예수교 장로회 ‘합동’교단에 소속되어 있지만, 오순절적 영성을 배경으로 성장했다.
소명과 신학 수업의 경험을 나눠 주세요.
목회자인 아버지의 영향 때문에 총신대학에 진학을 했고 군종목사 후보생으로 선발되어 아무런 갈등과 고민없이 총신대학 신학과를 졸업하였다. 그리고 신학대학원에 진학을 하는 상황이 되었다. 손 목사는 이때 자신을 스스로 성찰해 보았다. 이렇게 과정을 마치고 목사가 되어 하나님을 증거해도 괜찮을까? 갑자기 고민이 생겼다. 하나님을 믿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신의 성향, 성품, 목적의식 등을 돌아 볼때에 스스로 자신이 없었다.
이런 질문을 품고 처절한 마음으로 ‘금식’하며 기도를 하였다. 하나님 앞에서 답답함을 토로하였다. 그 금식 기도후에 마음에 확신을 가지고 주님 부르심에 대한 확신도 갖게 되었다. 아울러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확신과 열망도 품게 되었다. ‘목적의식’이 생겼고 신학 공부에도 열정을 품게 되었다. 그때부터 그동안 관심이 없던 ‘신학’공부가 재미있게 되었고, 스스로 공부하며, 훗날의 목사로서의 사역을 준비하며 주체적으로 목회자 수업을 받게 되었다.
신학대학원에 진학하여 공부할 때 특별한 관심을 가졌던 주제는 ‘교회론’이었다. 아울러 신대원 시절에 실제적 질문을 마음에 품고 공부하였다. 즉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개인적 고민과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신학대학원 졸업 논문도 <그리스도인의 음주 문제에 관한 소고> 였다. 졸업 후, 군종목사로 입대하기 전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백석대 기독교전문대학원에서 신학 석사(Th.M) 과정을 공부하면서도 기독교 윤리를 중심으로 공부할 기회를 가졌다. 여하간 손 목사는 신앙인의 실천적 삶의 고민을 품고 살아 왔다. 이 고민들이 숙성하여 최근 발간한 <묻다. 믿다. 하다>라는 책을 낳게 하였다.
훈련과 성숙의 기회인 군종목사 생활
20대에 목사가 되어 군종 목사로 입대했다. 손 목사는 군종목사 생활을 ‘선교사’로서의 훈련기간으로 생각한다. 일반인과는 전혀 다른 문화적 환경을 가진 ‘군대’와 ‘군인’들을 섬겼기 때문이다. 군종목사로 보낸 5년의 세월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젊은이들을 만나고 섬길 수 있었고 그들에게 복음을 나눌 수 있었다. 손 목사에게 군종목사의 경험은 새로운 목회적 안목을 갖게 하였다. 손 목사가 이미 갖고 있었던 ‘틀’들을 깨는 기회가 되었고, 성경과 신학의 본질인 생명 구원에 집중하는 목회적 기쁨을 경험하였다.
어쩌면 동시에 군목생활동안 접하게 된 타교단 목사님들과의 인간적인, 그리고 신앙적인 교제를 통해서 안목을 넓히고 신학과 사람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얻게 되었다. 나아가 군대에서 만난 타종교 성직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복음과 진리의 가치를 깨닫게 되고, 기독교 복음의 독특성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을 많이 읽는 목회자
손성찬 목사는 책을 많이 읽는 목사다. 선 후배들이 그를 만나면 요즘 읽고 있는 책이 무슨 책인가를 묻는다. 기자도 손 목사를 만나면 요즘 읽고 있는 책을 물었고, 오랜만에 SNS로 소통하면서 추천할 만한 책을 물었다. 그는 책벌레다. 그는 늘 새로운 책을 추천받고, 새로운 책을 찾고 있고, 새로운 책을 읽고 있다. 손 목사는 자신의 군종목사 생활을 통해서 얻은 가장 큰 유익이 ‘독서습관’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라 말한다.
27살에 목사안수를 받고 군인 교회 담임 목사가 된 것이다. 군인교회는 젊은 군인들뿐만 아니라 군인 간부들도 있었고, 군인 가족들이 있는 엄연한 교회였다. 20대 젊은 담임 목사는 미숙을 보충하는 것이 너무 절실했다. 자신의 미숙함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독서를 선택했다. 손 목사는 3년 정도 미친 듯이 독서를 했다. 당시에는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책을 읽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닥치는 대로 읽었던 것 같단다. 여하간 군종목사 시절의 독서를 통해서 독서습관과 책을 선택하는 안목을 얻었다. 손 목사는 독서의 기쁨과 유익을 누리고 나누기 위해 독서클럽에 열심히 참가하고 있다.
<묻다, 믿다, 하다>를 출판하며...
군종목사로 입대한 이후 목회 현장에서 고민이 많았다. 사역 현장의 고민들이었다. <묻다. 믿다. 하다>는 10여년간 다양한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역하며 공부하고 고민했던 것들을 나름대로 풀어 낸 것이다. 손성찬 목사는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홀로 숙고하고 사색하는 것을 즐긴다. 아울러 기존의 것을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한다. 독서, 사색 그리고 새로운 시도는 손성찬 목사의 캐릭터다. 그래서 손 목사를 아는 사람은 그다운 책을 냈다는 반응이다.
<묻다. 믿다. 하다>는 초신자들이나 교회 젊은이들이 궁금하지만 교회에서 쉽게 질문할 수 없는 문제들을 다루었다. 어떻게 보면 시시해 보이고 어떻게 보면 사소해 보이는 문제들부터 조금은 심각하고 진지한 문제들을 가볍게 다룬다. 이런 문제들을 손성찬 목사의 안내대로 풀어 가면 가벼운 문제가 되고,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제기된 질문들이 시시한 질문으로 여겨지고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문제들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책은 비교적 호평을 받는다. 출판하자마자 인터넷 서점 종교부분 1~3위에 수주간 머물러 있었고 벌써 4쇄를 찍었다.
개척교회 목사로 살아간다
손성찬 목사는 개척교회 목사다. 수개월 전에 개척한 이음 숲 교회 담임 목사다. 신학교를 거치고, 군종목사로 부목사로 살아오면서 교회 개척은 거의 생각해 보지 않았다. 아니 애써 외면하며 살아 왔다. 그런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확인하면서 순종의 용기를 냈다. 목사 안수를 받은 이후 손 목사는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았다. 그래서 개척 교회 목사가 되는 것도 큰 고민 없이 순종하게 되었다.
‘교회 개척’은 교회를 교의적, 실천적, 목회적 의미에서 섬기는 목사가 되어 ‘하나님나라 세움’에 동참하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교회를 크게 성장시키고 소위 성공하는 목사가 된다는 기대를 갖고 시작하지는 않았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순종하는 진솔한 결단이었다. 요컨대 ‘잘될 것’같아서 시작하지 않았고 ‘옳은 것’같아서 시작한 사역이다.
그래서 사역과 삶의 현장에서 되뇌이는 고백은 ‘그리 하지 아니 하실지라도’라는 고백이다. 예배 처소를 빌려 정식으로 예배드린지 수개월이 지났다. 물론 생각과 계획대로 되는 것은 거의 없다. 개척교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그래도 하나님의 은혜로 교회의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고 사역의 보람을 느낄만한 은혜를 주신다. 감사할 따름이다.
여전히 많은 시도들을 하고 있다. 과거에 품었던 이상적 교회 가치들을 구현하기를 시도했으나, 역시 현실은 만만치 않았고, 좌절도 하고, 고민의 늪에 빠지기도 하고, 아픔을 갖고 궤도 수정을 했다. 그리고 이상과 현실이 조합된 좀더 세밀한 그림들을 그려가고 있다.
비젼과 기도제목
손성찬 목사는 구체적이고 분명한 비전과 기도 제목을 품고 있다.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는 목사이고 싶다. 그것이 교회이건 출판이건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일에 쓰임 받지 않는 일이라면 아무런 미련 없이 던져버릴 각오를 하고 있다. 그래서 손 목사는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는 교회가 되고 만남이 되고 삶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나아가 손 목사는 자신이 개발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손 목사는 개척의 과정 속에서 손 목사 자신이 목사가 되어감을 실감한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군종목사로 보낸 5년이나 부목사로 보낸 또 5년의 세월보다 담임 목사로 보낸 수개월이 훨씬 더 자신을 성장시킨 것 같다. 그래서 힘들지만 담임 목사로 사는 세월이 아깝지도 않고 개척의 결단이 후회스럽지도 않다. 여하간 목사가 성장해야 한다고 믿고 계속 기도한다.
손성찬 목사는 녹록치 않은 목회와 삶의 현실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노래한다. 늘 하나님이 주실 더 좋은 축복을 기대하며 힘차게 전진한다. 이런 손 목사의 삶과 사역에 언제나 응원과 격려를 보내지만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아내 김영진 사모가 있어서 늘 감사하고 든든하다. 손 목사는 자신과 가정, 그리고 교회를 통해서 이뤄 가실 하나님나라를 믿음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