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Let’s Go!”를 외치며 하늘로 간 유진 피터슨(Eugene H. Peterson, 1932–2018)을 추모하는 ‘메시지’들이 SNS를 통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출판사 복있는사람 SNS에 따르면, 박영선 목사(남포교회 원로)는 “명분은 있으나 실력은 없고 이상은 있으나 현실이 없던 시절, 유진 피터슨은 우리에게 길을 보여주었다”며 “위협과 도전의 세계인 신앙 현실이 결국 깊이와 무게를 담은 구체적 승리의 터전이 된다는 그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크나큰 격려가 되었다. 그의 삶과 사역을 통해 우리에게 주신 선물로 인해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는 짧고 묵직한 글을 남겼다.
해당 SNS는 『입양의 마음』, 『왜 우리는 유혹을 이길 수 없는가』 등을 쓴 러셀 무어 목사(서던뱁티스트 신학대학원 석좌교수)의 TGC 기고문도 번역 소개했다.
러셀 무어 목사는 “피터슨의 부고를 접하면서, 설교자이자 목사이자 작가였던 그를 추모하는 말로 이보다 더 적합한 말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한 설교만 하는 사람이었다’”며 “피터슨에게는 어떤 강력한 비전, 무언가 끈질기고 일관된 것이 중심에 있었고, 바로 그것이 그의 설교와 글을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무어 목사는 “피터슨의 그 ‘한 설교’는 여러 가지로 정의될 수 있지만, 나라면 그것을 ‘성경 이야기에 계시된 하나님의 말씀이 인간의 상상력에 말을 걸고 재형성하는 방식에 대한 메시지’라고 정의하겠다”며 “이 말은 피터슨이 하던 말을 계속 반복했다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고 적었다.
그는 “피터슨이 쓴 책 중에는 성경을 일상의 언어로 번역한 유명한 『메시지』 성경도 있고, 예레미야서(『주와 함께 달려가리이다』)에서부터 요나서(『목회자의 소명』) 그리고 요한계시록(『묵시: 현실을 새롭게 하는 영성』)에 이르기까지 성경을 연구한 책도 있고, 목회와 소명에 관한 책도 있다”며 “이 책들은 어느 것 하나도 같은 게 없다. 성경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고, 개인과 회중의 심리와 관습을 간파한 적용이 들어있으며, 평생 소설과 시를 읽어 온 그의 독서력이 그 안에 녹아 있다. 그러나 피터슨의 글이 다양한 이유는 자기 소명에 대한 관점이 다양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관점이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피터슨의 대표작 두 권(『현실, 하나님의 세계』 그리고 『물총새에 불이 붙듯』)의 원제는 제라드 맨리 홉킨스의 시를 연상시킨다. 피터슨은 그 시가 우리 눈에 쉽게 보이지 않고 감추어진 ‘일치의 삶(congruence of life)’에 대한 것이라고 말한다”며 “그것은 이 삶에서 순간적으로 일별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일치는 이 우주의 핵심에 있는 신비에서 비롯된다. 사도 바울이 그리스도에 대해 말한 것처럼”이라고 전했다.
무어 목사는 “유진 피터슨은 이제 예수님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분명, 그가 지금 경험하는 것에 비하면 그동안 그가 경험했던 경외가 얼마나 일시적이고 파편적이었는지를 깨닫고 있을 것”이라며 “그는 자신이 설교하고 가르치고 사랑했던 사람들을 남기고 떠났다. 그리고 그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한 길 가는 순례자의 모범과 한 무더기의 책을 남겨 주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결국 우리에게 남긴 것은 하나의 설교다. 우리에게 그것이 얼마나 필요했는지, 그리고 지금도 얼마나 필요한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전성민 교수(VIEW)는 자신이 지난 2010년 9월호 <목회와 신학>을 통해 유진 피터슨 목사에 대해 소개했던 글 ‘현실에 뿌리내린 성경적 영성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유진 피터슨’을 재개재했다.
전 교수는 “유진 피터슨의 글을 읽을 때면, 성경에 뿌리를 둔 그의 묵상과 수려한 문장에 매료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의 글을 좋아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가 말하는 바를 현실과 공동체 속에 체화해 볼 마음을 먹으면, 그의 문장이 수려할수록 그의 묵상이 성경에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을수록 그의 이야기를 우리 삶과 한국교회의 상황에 적용하는 것이 얼마나 급진적 변화를 요구하는 것인지 생생하게 느끼게 된다. 피상적인 것에 일희일비하며 살다가 본질과 충돌하게 될 때 느끼게 되는 당혹감, 그것이 우리가 유진 피터슨을 읽을 때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진 피터슨의 저작들을 영성, 현실(혹은 일상), 성경, 이야기 등 네 가지 키워드로 종합하면서, “사실 이 키워드들은 현재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IVP)에서 시리즈로 출판되고 있는 유진 피터슨의 영성 시리즈에 속한 책들의 주제와 어느 정도 상응한다”며 “이 시리즈는 유진 피터슨의 영성 신학을 집대성한 것으로, 그의 신학과 사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전 교수는 “성경에 뿌리를 둔 영성 신학을 추구하는 피터슨은 주해의 유익과 필요성을 강조한다. ‘지성에서 영성으로’라는 영성에 대한 절름발이 이해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철저하게 지성적이고 딱딱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주해라는 작업을 강조하는 것이 어색할지 모르겠지만, 피터슨에게는 지성과 영성을 분리하는 것이 어리석을 뿐”이라며 “그는 다윗에 관한 대중적인 책(『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을 썼을 뿐 아니라, 사무엘서 주석을 집필하기도 할 만큼 전문 주석가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의 묵상은 때론 매우 전문적인 주해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전문적인 작업들이야 말로 피터슨의 영성 신학이 성경에 탄탄하게 기초할 수 있도록 하는 비결이고, 지성과 영성의 통합은 그의 영성 신학이 통전적이라는 사실을 생각할 때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전 교수는 “동시에 유진 피터슨의 언어는 창백한 연구실의 언어가 아니다. 그는 이야기꾼(storyteller)이자 시인이다. 리젠트 칼리지 채플에서 그의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할 때면, 채플을 가득 매운 학생들은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곤 했다”며 “그의 언어에 대한 통찰 또한 피상적인 거룩에 빠진 한국교회에 경종을 울린다. 교회 생활을 오래할수록, 우리에게는 교회 안에서만 알아듣는 종교적 언어만 남게 된다. 그러나 신앙의 언어는 시장의 언어이며 세상의 언어임을 피터슨은 강조한다”고 했다.
전 교수는 “글을 시작하면서 말했듯 유진 피터슨의 성경에 뿌리는 둔 일상의 영성은 현재 한국교회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며 “세속과 신앙을 분리하고, ‘평신도’와 ‘목사’를 차별하고, 위엄 있어 보이는 종교적 언어 가운데 일상의 언어가 질식하는 한국교회가 유진 피터슨을 좋아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가 동네 작은 교회에서 성도들과 일상을 나누며 소명을 따라 사역하면서 영성을 가꾸어 온 것은 대형화·세계화를 앞다투어 지향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많은 목회자들에게 분명한 도전이 될 것”이라며 “유진 피터슨이 인기 있는 작가에 그치지 않고, 한국교회가 ‘일요일과 일요일 사이’에 있는 일상과 세상을 사랑하게 하는 진정한 영향력 있는 작가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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