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됐던 19명의 한국인 피랍자가 무사히 풀려난 가운데 지난 31일 인질 대표 유경식(55), 서명화(29)씨가 카불의 세레나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유 씨는 수차례 "석방 전엔 몰랐었는데 너무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리고 정부 관계자들이 애를 많이 쓰셨는데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또한 서 씨는 "온 국민이 42~43일 간이나 염려해 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유씨는 억류상황에 대해 진술하면서 "자신은 지난 6주동안 총 12번의 은신처를 옮겨다녔고 첫 억류될 당시 5일동안은 23명이 모두 함께 있다가 점차 분산돼 수용됐다"고 밝혔다.

탈레반들은 초기 전원 살해위협을 가하기도 했으며, 이후 피랍자 전원 사흘 금식기도를 감행했고 이것을 본 탈레반이 단식으로 오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유씨는 '아프다고 해야 구해준다'는 탈레반의 압력이 있었다고 말했으며, 이에 '인질이 위독하다' 등의 보도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19일 발생한 납치 사건에 대해 "한국인 선교단을 칸다하르까지 태워주기로 했던 전세버스 운전기사가 '내가 수술을 받게 됐으니, 믿을 만한 운전기사를 소개해주겠다'고 말을 바꿨고, 새로운 운전기사는 버스가 가즈니주(州)에 도착하자 갑자기 '아는 사람을 태워주겠다'며 현지인 2명을 버스에 태웠다"고 전했다.

유씨는 또, 낮에는 안전하다는 관계자의 말에 카불에서 아침에 출발했다" 며 전세버스 운전기사의 지인이라는 2명의 현지인을 태워 앞에 앉혔는 데 이들이 2-30분 후에 총을 발포하며 차를 세웠다고 증언했다.

처음에 감금됐던 장소는 "반지하에 짐승 우리 같았고, 창도 없고, 환기통이 하나 있었다"며 "가축을 키우는 농가로 옮겨진 뒤에는 주민들이 감시했다"고 말했다. 또,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탈레반 편인 농민에게 곧 잡혔다"고 유씨는 전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실에서는 인질대표 서명화(29)씨가 억류당시 자신의 하얀 바지 안단에 이동경로, 주요사건, 간단한 기도제목 등을 기록한 42일간의 피랍일지를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