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월을 마치고 한국에서 돌아온 지 한 주가 되었습니다. 시차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가 않아 지난 주는 그냥 교회에 머물며 쉬는 듯 지냈습니다. 하늘이 맑았던 목요일 오후, 친교실 뒷문을 열고 나갔더니 기분 좋은 바람이 제 뺨을 만지듯 지나가며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시애틀에 돌아오니까 좋지?" 그랬습니다. 한국은 미세 먼지때문에 숨 쉬는 것조차 찜찜할 때가 많았었는데, 시애틀 공기는 싱그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아이 좋아, 아이 좋아~" 텃밭 한쪽으로 파랗게 올라온 부추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꼭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 더 젊었을 땐 이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는데...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부추며 파가 이렇게 예쁜 것을 보면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가 봅니다.
'와~' 화단을 보고는 탄성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작년 바자회를 마치고 몇몇 분들이 가꿔 놓으신 뒤뜰 화단에 이름 모를 꽃들과 화초들이 그득했기 때문입니다. 경국지색이었던 '양 귀비'란 이름을 가진 꽃을 중심으로, 국화와 코스모스를 닮은 하얀 꽃들과 화초들이 너무나 아름답게 피어있었습니다. 화단을 만들 때 아무 힘도 보태지 않았던 저도 이 꽃들을 보며 이렇게 마음이 좋은데, 땀 흘리고 수고하신 권사님들과 집사님들은 얼마나 마음이 좋으실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앞쪽 화단에서 누군가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았더니 어떤 집사님께서 화단에 번진 블루베리 나무를 제거하고 계셨습니다. 봄이 되면 목장 별로 화단 정리를 하곤 하는데 올해는 타이밍이 좀 늦어져 벌써 화단 마다 잡초가 무성해졌고, 또 잡초가 너무 많으면 교인들이 작업하는 것이 너무 힘이 들 것 같아 미리 작업을 해 두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얼마 전 암으로도 고생을 하셨었는데, 이렇게 홀로 나오셔서 교회를 위해 수고하시는 집사님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교회 일이란 것이 시간이 많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그리스도 예수의 십자가 보혈이 나같은 죄인을 구속하셨다는, 그 놀라운 복음에 대한 감격이 우리로 하여금 일하게 하는 것입니다. 머리에 하얗게 세월이 내린 권사님들이 허리에 파스를 붙여가며 텃밭을 다듬고 씨를 뿌리셨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제 막 병세를 이겨낸 집사님께서 건강을 회복하자 마자 화단의 블루베리 작업을 하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도대체 우리는 왜 주일마다 찬양으로, 청소로, 안내로, 차량 운전으로...또 음식 봉사로 그렇게 애를 쓰며 교회를 섬겨야 하는 것일까요? 그것이 모두 주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복음의 감격이 있다면, 그 모든 수고를 통해서 하나님의 나라가 이곳에 임하고 자라날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이 하나님의 텃밭에 파랗게 자라나는 부추와 파를 보며 하나님과 함께 기뻐할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주의 일에 참여하는 자가 복이 있는 줄 믿습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