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근동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고대 문헌'인 성경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는 존 월튼(John H. Walton) 휘튼칼리지 구약학 교수가 한국을 찾아 지난달 21일 서울 방배동 백석대학교 비전센터에서 '고대 근동 문화와 성경 해석'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존 월튼 교수는 강연에서 성경이 쓰여진 시대의 문화를 감안해 가면서 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것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물론 고대 근동 문화를 알지 못한 채 성경을 읽는다 해도 우리 신앙의 핵심적 부분이 영향을 받는 건 아니지만, 성경을 바르게 해석하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는 고대 근동 문화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
이러한 그의 연구 결과는 <고대 근동 사상과 구약성경(Ancient Near Eastern Thought And the Old Testament)>, <고대 근동 문화와 성경의 권위(The Lost World of Scripture, 이상 CLC)> 등에 잘 담겨 있다. 이 두 권의 책은 CLC의 '고대 근동 시리즈'에 속해 있다.
<고대 근동 사상과 구약성경>에서는 고대 근동의 문헌들을 정리해 당시의 종교관과 우주관, 인간관을 살펴본다. <고대 근동 문화와 성경의 권위>에서는 21개 명제를 통해 성경이 쓰여졌던 당시의 문화는 기록이 아닌 '구전(口傳)' 중심이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에 따른 신구약의 장르별 특성을 짚고 있다.
이 외에도 존 월튼 교수는 <창세기 1장과 고대 근동 우주론(Genesis 1 as Ancient Cosmology)>, <아담과 하와의 잃어버린 세계(The Lost World of Adam and Eve, 이상 새물결플러스)> <창세기 1장의 잃어버린 세계( The Lost World of Genesis One, 그리심)> 등을 통해 고대 근동이라는 '잃어버린 세계'를 탐구해 왔다.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월튼 교수는 성경비평학을 신봉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복음주의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구약 성경을 고대 근동 문서들과의 대화 한복판에 놓으면서도, 구약 성경만이 가진 고유한 사상과 특성을 보여주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강승일 교수)". 또 "구약 성경과 고대 근동 간 비교 연구의 목표가 구약 성경의 '인식 배경(coginitive background)', 즉 구약 성경이 기록된 종교적·문화적·물질적·사상적 배경을 재구성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김구원 교수)". 다음은 존 월튼 교수와의 이메일 인터뷰.
-고대 근동학 분야를 연구하기로 결정하신 이유가 있으신지요.
"연구 초창기, 저는 고대 근동에 대한 정보가 성경 속 난해한 구절들을 이해함에 있어 매우 유익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 분야를 가능한 최선을 다해 연구해 왔습니다."
-박사님이 주요 저서에서 말씀하시는 '잃어버린 세계'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잃어버린 세계'를 연구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지요.
"제 '잃어버린 세계 시리즈(The Lost World series)'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결합돼 있습니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단순히 학문적이지만은 않은) 관심들에 대한 접근 가능한 논의 △주요 논의 사항에 대한 논리적인 순서를 통해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히브리어 텍스트에 대한 새롭고 엄밀한 독법에 근거한 연구 △고대 근동 문학과 인지적 환경에 대한 지식 제공.
그리고 성경이 '우리를 위해 쓰여졌지만 우리에게 쓰여진 것이 아니라는 원칙'이 작동할 때, 그 텍스트의 발화자 혹은 작성자와 당시 청중들의 이해와 소통 가운데, 텍스트 속에서 하나님의 권위 있는 메시지를 찾을 수 있는 해석학을 지속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입니다.
이상의 접근법은 구약성서에서 잊어버렸거나 잊혀진 많은 부분들 때문에, 우리가 많은 구절들을 오독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신학자들이 고대 근동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최근의 일로, 이 고대의 텍스트들이 최근에야 발견되고 읽을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신학을 전공하지 않은 상황에서 박사님의 저작을 읽었을 때 다소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신학도 아닌 그리스도인들이 이 '잃어버린 세계'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까요.
"독자들을 위해 책의 여러 정보들이 이용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했으나, 다소 전문적인 언급을 하는 것은 불가피했습니다. 때때로 복잡하고 기술적인 본질에 대한 부분들 때문에 불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때는 온라인을 통해 제가 하는 '프리젠테이션'을 보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끔은 프리젠테이션이 보다 명쾌할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기록할 당시는 구전 사회였지만, 지금은 문자 위주의 사회입니다. 이러한 발전이 기독교 신앙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우리는 정보를 전파하고 수신하는 방법에 있어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듣거나, 읽거나, 혹은 현대 사회 속에서 사용가능한 다양한 전자기기 등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정보를 얻는 방법은 항상 광범위한 함의를 가집니다. 그리고 그것은 기독교 신앙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각 시스템 아래서 '권위(authority)'에 대해 각각 다르게 취급하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고대 근동의 우주론'을 강조하시는데, 고대 근동과 근(현)대 우주론의 차이와 갈등은 무엇인가요.
"고대와 근(현)대 간에는 물론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고대인들은 지구가 단단한 하늘에 의해 덮혀있는 평평한 디스크 같다고 믿었습니다. 고대인들은 해, 달, 별이 질료적인 대상이라는 것조차 몰랐습니다. 이 외에도 차이점은 많습니다."
-박사님의 이러한 학문적인 연구 활동이 개인적인 신앙적 고백과 부딪친 적은 없으신지요. 있다면 어떻게 그 갈등을 해결하셨는지요.
"저는 갈등을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해석에 있어 건전한 신학과 견고한 원리는 제가 진리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항상 도왔습니다."
-한국에는 처음 방문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아시아 여러 국가들을 방문하던 중 다른 기회를 가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한국이 생각났습니다."
▲존 월튼 교수. ⓒ이대웅 기자 |
-요즘 연구하시는 분야와 향후 계획은.
"현재 편집 중인 두 권의 책이 있습니다. 아들인 J. 하비 월튼과 공저한 책들입니다. 성서신학적으로 토라(모세오경), 사탄, 영들에 대한 '잃어버린 세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두 책 모두 내년에 출간됩니다. 그리고 지금은 구약성서 The New International Commentary(NIC) 주석 시리즈 중 다니엘서를 집필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신학계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요.
"먼저 성서의 충실한 해석자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당신의 방법론을 연마하고, 가능한 모든 도구를 사용하십시오. 성경은 우리를 위해 쓰여진 것이지, 우리에게 쓰여진 것이 아님을 기억하십시오.
새로운 사고에 개방적으로 대응하며, 종래와 다른 결론을 도출한다 해서 그들을 성급하게 정죄하지 마십시오. 그러나 회의적 태도를 선택하는 대신, 포용하는 신앙적 자세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국내에 번역된 존 월튼 교수의 저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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