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 담임 목회를 하던 시절, 대학생들과 함께 인근 산으로 하이킹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당시 어린 두 아이, 딸 4살, 아들 2살짜리를 데리고 갔습니다. 해가 저물기 시작해서 하산을 해야 했습니다. 대학생 언니 형들과 놀았던 두 아이가 피곤하다며 칭얼거려, 힘들지만 아이들을 업고 내려와야 했습니다.
이미 많이 어두워진 상태에서 앞에 가는 학생들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뒤로 쳐져 그만 일행을 놓치고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어두운 산길을 한 시간가량 아이를 업고 헤맸던 것 같습니다. 당시는 핸드폰도 없었던 시기라 연락할 수도 없고, 무작정 내리막길로 갔다가 길이 끊기고, 때론 길이 보이지 않아 길을 헛디뎌 다칠 뻔하기도 했습니다. 겨우 길을 찾아 찻길까지 내려왔는데, 완전히 반대편으로 내려와 저희 일행과 만나는 것은 그 후 한 시간 후에 가능했습니다. 길을 모르는 가격을 톡톡히 치뤘던 날이었습니다.
성경에 “묵시가 없으면 백성이 방자히 행한다”(잠29:18) 하였습니다. 풀어 설명하면 하나님이 앞을 보여주지 않으면 백성은 제멋대로 살아 길을 잃고 헤매고 만다는 뜻입니다. 비전이 없이 살면 망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 비전은 내가 하고 싶은 야망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이 우리 인생에게 보여주시는 비전입니다. 그러므로 이 비전은 하나님의 계시의 말씀과 더불어 옵니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시119:105) 했습니다. 말씀을 통하여 우리 인생은 걸어갈 길을 환히 밝히게 되어 있습니다.
밤길에 빛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점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어두컴컴한 산 속에서 천근만근 애를 들쳐 업고 비지땀을 흘리며 헤맸던 시간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그때 플래시라도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가로등도 없는 길에 손전등이 얼마나 고마운 것일까요? 하나님의 말씀이 바로 ‘내 길의 빛’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밤길 만난 인생에 하나님이 쏘아 올린 조명탄이 바로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밤에 잠이 안 올 때 읽는 수면제 같은 것이 하나님 말씀이 아닙니다.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만난 은인과 같고, 실연의 상처에 앞길 불투명한 자녀에게 찾아온 따뜻한 엄마의 손길 같고, 수수께기와 같은 문제들로 사방이 둘러싼 상황 속에서 구출 작전을 벌이는 특전단 같고, 불치의 질병 속에 만난 명의 같은 것이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인생이 별빛도 없는 밤하늘 같이 깜깜하십니까? 말씀을 펴십시오. 하나님이 팡팡 쏘아 올리는 조명탄을 보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