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구는 인간의 본능적인 갈망 중 하나이다.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떤 이들은 타고난 언어 감각으로 글을 술술 써 내려가지만, 많은 사람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한다. 문제는 재능의 차이라기보다, 우리가 ‘글을 쓰는 법’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2]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자. 우리는 매일 일기를 쓰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배우지 못했다. 선생님이 일기장을 검사하며 도장을 찍어주긴 하셨지만, 생각을 어떻게 정리하고 마음을 어떻게 글로 풀어내야 하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지도는 거의 안 하셨다. 그 결과 글쓰기는 삶을 돌아보는 도구가 아니라, 점수를 위한 과제나 의무로 전락하고 말았다.
[3] 초등학교 시절 방학 숙제로 일기를 써서 제출하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방학이 끝나기 며칠 전, 밀린 일기를 한꺼번에 쓰느라 밤을 새운 경험이 낯설지 않다. 그때 우리가 썼던 일기의 내용은 대개 이런 식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친구와 딱지를 치고 놀았다. 점심을 먹고 냇가에 가서 물고기를 잡았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TV를 보다 잠들었다.”
이런 일기는 하루 일과를 나열한 ‘기록’에 불과하다.
[4] 하루 동안의 생활 가운데 무엇을 느꼈는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는 빠져 있다. 그래서 일기는 재미도 없고, 왜 써야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숙제가 되었다. 사실 일기를 쓰게 한 교육적 의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글쓰기를 생활화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주지 않은 채 결과만 요구한 탓에, 일기는 늘 보고서처럼 변해 버렸다.
[5] 매일 하루를 나열하는 글은 삶을 바꾸지 못하고, 글쓰기 실력도 자라게 하지 못한다.
반면 우리의 일기가 이렇게 쓰였다면 어땠을까?
“오늘 딱지치기를 하다가 친구와 다투었다. 내가 친구의 딱지를 다 따서 모두 차지했다. 친구는 울면서 집에 갔다.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친구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이 너무 미안하고 좋지 않았다.
[6] 내일 아침 친구 집에 가서 친구 딱지를 돌려주고 사이좋게 지내야겠다.”
이 일기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선다. 하루의 사건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욕심을 깨닫고, 내일의 행동을 새롭게 계획하게 한다. 이런 글쓰기는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다. 글은 단순한 표현의 기술이 아니라,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 때문이다.
성경도 이러한 성찰의 중요성을 분명히 말한다.
[7] 시 119:59절은 이렇게 고백한다.
“내 행위를 생각하고 주의 증거로 내 발을 돌이켰사오며.”
시편 기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고, 그 성찰을 통해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
성찰 없는 기록은 공허하고, 기록되지 않은 성찰은 오래 남지 않는다.
이 원리는 서평을 쓸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8] 학생들에게 책을 읽고 서평을 써오라고 하면, 많은 경우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데서 끝난다. 그러나 서평은 요약이 아니라 응답이다.
그 책이 내 생각을 어떻게 흔들었는지, 무엇을 배우게 했는지, 어떤 부분에서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못했는지를 드러낼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성숙한 글이 된다.
성경 읽기도 마찬가지다.
[9] 말씀을 많이 읽었음에도 삶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말씀을 정보로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약 1:23–24절은 말씀을 듣고도 행하지 않는 사람을 거울을 보고 곧 잊어버리는 사람에 비유한다. 글쓰기는 말씀 앞에 선 자신을 잊지 않기 위한 훈련이며, 신앙을 삶으로 이어주는 다리다.
실제로 한 목회자는 매일 밤 짧은 영적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하루를 돌아보며 감사할 일 한 가지, 회개할 일 한 가지, 내일 실천할 결단 한 가지를 적는 단순한 기록이었다.
[10] 시간이 흐르자, 그는 자신이 반복해서 넘어지는 지점과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는 자리를 분명히 보게 되었다.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일기를 쓴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나 자신을 숨기지 않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글쓰기를 다시 배워야 한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문장이 아니라, 정직하게 자신을 마주하는 글쓰기를 말이다.
[11] 하루 전체를 다 적을 필요는 없다. 단 하나의 사건, 하나의 감정, 하나의 깨달음이면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솔직함’과 ‘적용’이다.
글은 삶을 따라가고, 삶은 성찰하는 글을 통해 온전한 방향을 얻는다.
기록을 넘어 성찰로 나아갈 때, 글은 비로소 우리를 성장시키는 도구가 된다. 이제부터 우리도 글을 쓰자. 매일 자신을 돌아보아 반성하게 하고 변화하게 만드는 좋은 글을 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