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나오는 사건 가운데 가장 비극적인 슬픔을 겪은 어머니는 리스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윗 시대에 3년 동안이나 흉년이 들자 다윗은 하나님께 그 이유를 가르쳐달라고 기도합니다. 하나님은 사울과 그의 집안이 기브온 사람들을 이유 없이 학살했기 때문이라고 가르쳐 줍니다. 여호수아가 가나안 땅을 정복할 당시 기브온 사람들은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맺었습니다. 쫓아내지 않고 서로 죽이지도 않겠다고. 그런데 사울 왕은 이러한 평화조약을 깨고 무자비하게
그들을 학살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를 알게 된 다윗은 기브온 대표자 몇 명을 불러서 "어떻게 하면 당신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들은 이 문제가 돈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면서, 학살의 책임을 물어 사울의 후손 가운데 남자 7명을 우리에게 넘겨주면 우리가 그들을 나무에 매달고 원통함을 풀겠다고 대답합니다. 다윗은 그렇게 해서 사울의 후손 가운데 7명을 선발하는데 그 중에는 리스바라는 여인의 두 아들, 알모니와 므비보셋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삼하21장).
기브온 사람들은 그 7명의 남자들을 사울의 고향인 기브아에 있는 어느 동산의 나무에 매달아 죽였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있었던 원한을 풀 수 있었습니다. 한편 사울 때문에 비참하게 두 아들을 잃어버린 리스바는 아들이 사형을 당했던 그 언덕에 올라가서 천막을 치고 아들의 시체를 지키는 일을 했습니다. 낮에는 새들이 해치지 못하게 막고, 밤에는 짐승들이 시체를 습격해올까 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무려 6개월 동안을 그렇게 한 것입니다. 유대 법률에 따르면 나무에 달린 시체는 해가 지기 전에 장사 지내도록 되어 있는데, 당시 사건은 특별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이런 원칙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피곤하고 지친 몸으로, 부패하여 썩어가는 두 아들의 시신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심정이 어땠을까요? 세상 그 누가 이렇게 억울하게 죽은 사람을 위해 6개월동안이나 시신을 지켜주겠습니까? 어머니의 모성애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결국 리스바의 헌신은 온 나라에 소문이 퍼져나갔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감동시켰습니다. 다윗 왕은 리스바의 마음을 달래 주려고 위로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사울 왕 부자와 나무에 달려 죽은 7명의 아들들의 유골을 거두어서 성대하게 장례식을 치르도록 해주었습니다. 이들의 죽음이 욕되지 않도록 국가에서 배려해 준 것입니다. 그 일곱 명은 자신의 죄 때문이 아니라 조상의 죄 때문에, 그리고 국민들에게 흉년이 든 저주를 풀어주기 위해 희생제물이 된 것입니다.
리스바는 아들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 땅에 기근이 그치도록, 매일 기도를 드렸는지 모릅니다. 리스바의 애절하고 헌신적인 사랑은 십자가에 달려 죽어가는 아들을 지켜보아야만 했던 성모 마리아를 연상시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은 하나님의 사랑을 가장 많이 닮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죄인인 우리를 위해서 예수님도 조건없는 사랑으로 피를 흘리셨기 때문입니다. 약자를 싫어하는 세상에서 주님은 연약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죄인을 미워하고 정죄하는 세상에서 하나님은 우리를 용서하기로 결정하셨습니다. 아무 자격 없는 죄인에게 하나님은 구원의 은총과 영원한 사랑을 베푸셨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하나님의 사랑을 찾을 수 있는 곳이 어머니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