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는 세계를 흔든 사건이었습니다. 전 세계를 얼어붙게 한 사건입니다. 그 한파가 경제계에 가장 심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의 아시아 금융위기를 채 극복하지 못하고 있던 세계경제에 덮친 초대형 악재였습니다. 그 충격의 한복판에 있었던 산업이 항공 산업이었습니다. 테러 공포로 갑자기 여행객이 20~30% 줄었습니다. 위기를 감지한 항공사들은 앞다투어 감량 경영에 돌입합니다. 급격한 구조 조정을 한 것입니다. 9.11 테러 이후 불과 일주일 만에 미국 항공사들이 해고한 근로자 수가 무려 7만 명에 달했다고 하니 그 충격은 대단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인원 감축은커녕 오히려 조종사와 승무원의 수를 늘린 항공사가 있습니다. 사우스웨스트(South West) 항공입니다. 1999년 미국 내 모든 항공사들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을 때 오로지 사우스웨스트만 흑자를 기록합니다. 다른 항공사들은 많은 인원을 감축하고도 줄줄이 도산했는데 사우스웨스트는 오히려 직원을 증원하고도 흑자를 남긴 것입니다.
사우스웨스트는 1971년 변호사 출신 허브 켈러허가 세운 최초의 저가 항공사입니다. 3대의 보잉 737로 초소형 항공사로 출발합니다. 텍사스 주의 댈러스, 휴스턴 그리고 샌안토니오 등 3개 도시를 중심으로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소꿉장난처럼 시작한 사우스웨스트는 굴지의 항공사가 되었습니다. 현재 여객 운송 기준으로 세계 3위입니다. 나아가 사우스웨스트는 좋은 직장으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포춘’지가 선정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1위입니다.
사우스웨스트의 성공비결은 여러 MBA 교과서에 등장합니다. 여러 가지 성공비결이 거론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직원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행복경영입니다. 행복경영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첫째로 행복경영은 가족경영입니다. 사우스웨스트는 직원들을 가족처럼 챙깁니다. 그래서 회사가 위기에 처해도 무자비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습니다. 창업자 켈러허 회장은 “사업 전략을 구성할 때, 고객, 직원, 주주들 가운데 단연코 직원들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합니다. 사우스웨스트는 직원들을 가족처럼 챙기며 직원들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둘째는 유머경영입니다. 사우스웨스트는 일터의 즐거움을 강조합니다. 즐거운 직장을 모토로 삼고 유머감각이 좋은 사원을 선발합니다. 기발한 기내 방송은 유머경영의 상징입니다. 가령 “본 비행기는 ○○까지 가는 비행편입니다. 기내에서는 금연입니다. 흡연하실 분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셔서 날개 위에 앉아 마음껏 흡연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흡연하시면서 감상하실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라는 기내방송은 고객을 사로잡은 히트작으로 유명합니다. 이러한 ‘즐거운 기업문화’는 사우스웨스트의 행복경영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들은 웃으며 일하고 웃기며 일하고 있습니다. 결국 그들은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환경을 추구합니다. 일터가 즐거운 사우스웨스트는 일류 회사입니다.
셋째는 존중경영입니다. 최근 무자비한 갑질로 논란의 중심에 선 대한항공을 보면서 다시 사우스웨스트를 생각합니다. 그들은 직원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땅콩 사건, 물컵 사건에는 직원에 대한 존중도 배려도 없는 듯합니다. 경영학 교과서에 ‘일류기업은 직원을 모신다’라는 말이 있답니다. 직원들을 존중해야 합니다. 직원들을 무시하는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초라하게 추락하는 대한항공을 보면서 ‘직원의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 리더십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생각합니다.
사우스웨스트의 행복경영은 존중경영입니다. 사우스웨스트는 직원들을 존중하고, 직원들을 사랑하고, 직원들의 행복을 추구합니다. 고객의 만족을 위해서 직원들의 만족을 희생시키지 않습니다. 고객들의 갑질에 직원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거나 직원들을 희생양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회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원들을 보호합니다. 경영진은 고객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이 더 중요하다는 경영원칙을 고수합니다. 사우스웨스트가 주는 교훈은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가 잘 된다’입니다.
대한항공을 포함한 기업들이 직원들을 가족처럼 사랑하는 기업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일하는 곳이 행복한 일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