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복음전도자 빌리 그래함 목사가 21일 9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故 그래함 목사는 생전 6.25 한국전쟁 때인 1952년 성탄절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5만 명의 신도들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었다.
미국의소리(VOA)는 "빌리 그래함 목사의 아내 루스 그래함이 평양 외국인학교 출신이고, 본인은 한국은 물론 북한도 두 번이나 방문해 김일성 주석에게 성경을 선물하기도 했다"며 빌리 그래함 목사와 한반도의 인연을 조명했다.
VOA는 "집회 당시 그래함 목사는 페허가 된 한반도와 절망에 빠진 한국인들, 그리고 1년 반째 이역만리에서 적과 싸우고 있는 미군 병사들을 보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면서 "메시지를 통해 남북한의 평화로운 통일을 기원했다"고 전했다.
그래함 목사는 한국을 방문한 뒤 "지난 몇 년 동안 흘린 모든 눈물보다 한국에서 더 많이 울었다"면서 "이러한 경험이 나의 삶을 바꿨다"고 말했을 정도로 한국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로부터 20년 뒤인 1973년 110만 명이 운집한 그의 여의도 전도 집회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도 집회 사상 최대 인파가 모인 이 집회에서 그래함 목사는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하셨던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을 거듭 강조했다.
한국에서 故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을 각각 만났던 그래함 목사는 1992년 한국전쟁 뒤 서방 세계 목사로는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났다.
당시 그래함 목사의 이같은 행보를 비난하는 이들도 많았으나 그래함 목사는 언론에 "외교관이나 정치인 자격으로 북한에 간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대사로 갔다"고 말했다.
김일성 주석은 그래함 목사를 환대했고, 그래함 목사는 김 주석에게 성경책과 자신의 저서를 선물했다고 한다.
한국 파송 선교사 출신으로 당시 그래함 목사의 통역을 맡았던 드와이트 린튼 목사는 지난 2007년 평양대부흥 100주년을 맞아 VOA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일성 주석이 그래함 목사의 아내 루스 그래함이 평양 외국어학교를 다닌 인연을 들어 그래함 목사 부부를 초청했다"고 전했다.
중국 파송 미국 의료선교사 딸인 루스 그래함은 10대 시절 1930년대 동아시아 기독교 성지-예루살렘으로 불리던 평양 외국인학교에서 몇 년간 공부했었다.
그래함 목사의 방북을 계기로 린튼 집안은 대북지원단체 유진벨 재단과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CFK)을 설립해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다. 그래함 목사의 아들인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는 인도주의단체 '사마리아인의 지갑'을 통해 북한 주민들을 꾸준히 돕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북한은 현재 세계 최악의 기독교 탄압국으로 비난받고 있다.
국제기독교단체인 오픈도어즈는 지난달 발표한 기독교 박해 관련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을 17년 연속 세계 최악의 기독교 박해국가로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