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도 <개역개정판 성경>을 공예배용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6개월 간의 장려기간을 거쳐 내년 초부터 개정개역판만 쓰기로 한 것입니다. 마침 <21세기 찬송가>도 어렵사리 나왔고 또 아직 고쳐야 할 점은 있으나 이 두 가지가 합본으로 출판되는 때에 맞추어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것입니다.

다른 원인도 있습니다. <개역개정판>과 <21세기 찬송가>에는 저도 조금 참여한 바 있습니다. 저의 의견에 따라 개정된 구절이나 가사에 이르게 되면 남들이 알지 못하는 감격이 저절로 샘솟게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자기이기 때문입니다.

허지만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해도 개역개정판은 개역판에 비교할 때 훨씬 잘 번역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가령,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마28:19)라는 선교대명에서 ‘족속’을 ‘민족’으로 개정한 것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족속은 어감도 나쁘고 이제 잘 쓰이지 않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같은 선교대명에서 개정개역판에는 ‘세례’란 말에 번호가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난외로 가면 “헬, 또는 침례”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곳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신약성경 어디에나 세례란 말에는 똑같습니다. 심지어 세례 요한까지...

이는 말할 것도 없이 침례교회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물론 침례교회가 그 대표입니다. 게다가 ‘헬’은 헬라어 성경 원문대로 번역한다면 침례라고도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바르게 말한다면 오히려 본문에는 침례라 적고 난외에는 ‘혹은 세례’라고 했어야 마땅합니다.

어떻든 이렇게 해서 세례파와 침례파가 개정개역판 성경에서 좀 더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 영어 성경에는 뱁티즘(baptism)으로 통일된 번역인데 한국말 성경에는 세례와 침례로 각각 번역해서 사용함으로 그간 불편도 없지 않았던 터였습니다. 그래서 두 손 높이 들어 환영합니다.

그러나 내친 김에 한 가지 더 제안하고 싶습니다. 세례와 침례를 합하여 침세례라고 번역하든지 혹은 세침례라고 번역하면 어떻겠습니까? 원래 세례냐 침례냐 하는 것은 물을 사용하는 방식에 따른 차이일 뿐입니다. 세례는 물을 뿌리거나 혹은 물로 몸을 씻는 방식입니다. 그와는 달리 침례는 물에 온 몸을 완전히 잠기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밖에도 물 사이로 걸어가기 혹은 물을 쏟아붓기(pouring)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전통들은 각각 성경과 역사의 근거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침례보다 세례가 먼저 들어오게 되어 세례가 큰 형님이 되고 침례는 아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국교회는 예배당파와 성당파, 예수파와 그리스도파, 성경파와 성서파, 하나님파와 하느님파, 합동파와 통합파에다 세례파와 침례파까지 가세하게 된 것이 그 간의 사정입니다.

이제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한국교회도 좌우와 앞뒤를 분간할 정도로 성숙해졌습니다. 그래서 예배당파인 개신교회와 성당파인 천주교회가 가까워졌습니다. 하나님파와 하느님파도 멀지 않아 손을 잡게 될 것입니다. 이런 때에 세례파와 침례파가 아예 침세례파로 통일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저희도 우리처럼 하나 되게 하소서”(요17:11) 간절히 부르짖으신 예수님의 기도를 이루는 일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