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7일, 중동에서 테러의 무풍지대로 자부하던 이란에서 충격적인 테러가 발생했다. 수도 중심에 있는 의회의사당과 이슬람 국가 이란의 국부라 불리는 이맘 호메이니의 묘역이 피로 얼룩졌다. 이날 오전 10시경 테헤란 도심의 의사당에 범인 4명이 침입하여 경비원을 사살하고 총기를 난사했다. 약 30분 뒤 테헤란 남쪽으로 20Km쯤 떨어진 이맘 호메이니 묘지에서 또 다른 무장 괴한들의 총격과 자폭테러가 일어났다. 두 사건으로 총 17명이 죽고 40~50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이란 당국이 보도했다.
이란의 상징에서 일어난 테러
이번 테러는 이란에서 가장 상징적인 두개의 장소가 목표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 충격이 더 컸다. 의회 건물은 이란의 정치를 상징하는 곳이다. 비록 이란에서는 의회의 결정 보다 종교지도자의 지침이 더 큰 영향력을 가지기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의회가 갖는 대표성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이맘 호메이니의 묘지는 이란 국민들에게 성지 중의 성지요 영적인 고향과 같은 곳이다. 이란에서 이맘 호메이니의 존재는 거의 절대적이다. 2500년간 이어왔던 왕정국가를 혁명으로 뒤엎어 이슬람 신정국가로 만든 장본인이 그이다. 이란의 모든 정부기관, 학교, 단체, 공공건물 및 개인 사무실까지 그의 사진이 걸리지 않은 곳이 없다. 이란에서 사용하는 7가지 종류의 지폐에는 모두 이맘 호메이니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이란의 애국가는 전체가 이맘 호메이니와 그의 이슬람 혁명을 찬양하는 내용이다. 이란의 유력한 정치인들은 이맘 호메이니가 성공시킨 이슬람 혁명을 전 세계에 수출하는 것이 이란의 존재 목적이라고 공언한다.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은의 유훈정치를 한다면, 이란은 이맘 호메이니의 유훈정치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헤란 국제공항은 이맘 호메이니 공항으로 명명되었고, 이란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공항에서 내려 테헤란 도심까지 자동차로 이동하는 동안 길 오른편에 황금빛 찬란한 이맘 호메이니의 묘지를 보게 된다. 초중고 학생들뿐 아니라 각급 정부기관과 단체들까지 전국에서 앞 다투어 이곳을 참배한다. 시신을 안장한 곳에는 참배객들이 헌금할 수 있는 구멍이 있고, 그곳에서 걷히는 막대한 자금으로 묘지 주변에 이맘 호메이니 연구소, 이맘 호메이니 신학교를 만들었다. 테헤란에서 지하철로 한 번에 올 수 있도록 이맘 호메이니 지하철역도 계획 중이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서 테러가 일어나 인명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중동에서 가장 완벽한 치안을 자랑해 오던 이란의 자존심을 짓밟고 충격과 모멸감을 주는 일이었다.
이란 정부의 대처
그런데 이란 정부는 발끈하는 대신 오히려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고 종교지도자 하메네이는 사건 종료 후 즉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적들이 와서 폭죽놀이 같은 어리석은 짓을 한 것에 대해서 우리 국민은 절대로 동요하지 않는다. 이 사건은 오히려 이란 국민들의 결속을 다지며 충성심을 고취시킬 것"이라고 했다. 한 때 세계를 정복했던 페르시아 제국의 후손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고나 할까.
사건의 배후를 자처한 IS
이 사건이 발생한 후 IS(Islamic State:이슬람국가)는 즉시 금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IS는 살라피즘 혹은 와하비즘이라는 원리주의 이슬람을 신봉하는 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이다. IS는 금년 3월, 시아파 이슬람의 종주국인 이란을 정복하여 칼리프 시대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란을 카피르(불신자)로 선언하면서, 인터넷을 통해서 이란을 정복하고 시아파를 박멸해야 한다고 선동했다.
IS는 왜 이란을 공격했을까?
지금 IS(이슬람국가)는 국제적으로 매우 고립된 채 점령지를 계속 빼앗기면서 후퇴를 거듭하는 상황이다. IS와의 전쟁 혹은 테러와의 전쟁에 온 세계가 동조하고 있다. 이렇게 밀리다가는 머지않아 IS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전쟁의 구도를 "세계와 IS와의 전쟁"에서 "이란(시아파)과 IS와의 전쟁"으로 몰고 가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만일 이란이 IS에 반격을 가한다면 수니파에 대한 시아파의 공격이 된다. 그것은 곧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하여 막강한 수니파 이슬람국가들과의 전쟁이 되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종주국으로 하는 수니파(전 세계 무슬림의 85%)와 이란을 종주국으로 하는 시아파(15%)의 싸움은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후계자 문제로 시작되어 거의 1,400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
이란의 해빙과 사우디의 불안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과 동시에 미국 대사관을 점령하고 직원들을 444일 동안 인질로 억류했던 것을 계기로 미국과 오랫동안 원수지간이 되었다. 미국은 항상 이란의 대적인 사우디 편이었다. 그동안 미국은 중동의 큰 시장인 이란에게 늘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이란은 이맘 호메이니의 유훈, 즉 "우리는 단 한 순간도 미국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지침에 묶여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나 핵무기 개발로 인한 오랜 국제적 경제봉쇄 탓에 이란의 경제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이 폭락했다.
결국 온건파를 자처한 로허니 대통령은 2015년 7월 핵무기 개발을 현 상태에서 동결하고 핵 사찰단을 이란에 주둔시키는 조건으로 국제사회가 이란의 경제 제재를 푼다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로써 질식 직전의 이란 경제는 숨통이 트이고, 해외의 큰손들이 군침을 삼키며 쏟아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시아파 맹주로 '중동 패권'을 놓고 경쟁했던 이란이 서방국가와 해빙 모드에 접어들자 사우디는 자신들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는 이슬람권에서 사우디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을 것이다.
공통의 적을 향한 미국과 사우디의 밀월
로허니 대통령의 서방과의 화해무드에 대해 이란인 모두가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원리주의적인 이란의 성직자들은 핵협상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면서 숨겨둔 미사일 등을 공개함으로 자신들이 은밀히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노출시켰다. 그러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핵협상은 나쁜 협상'이라며 이란을 테러지원국으로 명명하였다. 또한 첫 해외 순방지로 사우디를 전격 방문하면서 이란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켜야 한다고 하였다. 사우디로서는 오랜 가뭄 끝에 단비를 반기듯 트럼프를 환영하였고, 11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무기의 구입과 약 3500억 달러의 경제 거래를 합의했다. 이를 놓고 공통의 적 '이란'을 향한 미국과 사우디의 밀월이 시작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제 미국의 의중을 확인한 사우디는 이란 고립정책을 실행하게 된다. 그런데 그 방법이 이란과 친교를 다지며 중동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 온 카타르를 고립시키는 것이었다.
카타르와 국교를 단절한 아랍국들
얼마 전 카타르는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서 중동의 평화를 위해 이란을 강대국으로 인정하고 서로 손을 잡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방송했다. 이것을 빌미로 사우디는 바레인, 아랍에미레이트, 이집트 등 아랍국들과 연대하여 카타르와의 외교단절을 선언하였고, 카타르를 테러지원국이라고 비난하였다. 카타르는 외부의 해킹 때문에 방송 내용이 조작되었다고 변명했지만 외교단절을 선언한 나라는 오히려 9개국까지 늘어났다. 카타르를 둘러 싼 국가들이 공항을 폐쇄하고 카타르 국적자들을 추방하는 등 강경조치를 취하고 있다. IS는 이 기회를 놓칠세라 아랍국들이 카타르와의 외교 단절을 선언한 지 이틀 만에 이란의 심장부에 테러를 가한 것이다.
카타르는 어떤 나라인가?
카타르는 전라남도보다 작은 영토에 인구는 서울의 1/4도 안 되는 나라다. 그 중에도 자국민은 김포시 인구보다 적은 33만 명이다. 그러나 그 작은 땅에 어디든 파이프만 꽂으면 석유가 분출되어 나오고, 지도에 표시된 유정만 66개이다. 게다가 세계 3위의 천연가스 보유국이다. GDP(국내총생산)는 7만 달러에 이르고,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민소득(PPP)은 13만 달러로 최근 몇 년간 부동의 세계 1위이다.
종교적으로는 수니 이슬람국가지만 개방정책을 써서 교회 건축을 허락하는가 하면 1999년부터는 여성들의 인권과 참정권을 허락했다. 또한 세계 유명 대학들을 유치하여 중동의 교육 허브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국제 수준에 맞는 헌법도 제정했다. 무엇보다 매스컴의 막강한 힘을 간파하여 중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방송인 알 자지라를 설립하고 매스컴을 장악했다. 알 자지라는 대중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보도하며 부패한 권력자들의 비리를 폭로하였다. 이것은 아랍권 절대 군주들의 초법적 횡포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알 자지라 방송이 없었다면 아랍의 민주화 운동은 성공할 수 없었다고 할 정도다.
외교적으로도 카타르는 자유 개방정책을 펴 왔다. 수니파 국가지만 바로 이웃에 있는 시아파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또한 아랍 진영에서 테러단체로 지목된 무슬림 형제단과 하마스를 지원하는가 하면 그 잔당들을 보호해 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이슬람국가가 적으로 여기는 이스라엘과도 친교를 맺어 무역대표부 설립을 허락해 주었다. 안보를 위해 강력한 친미 정책을 택하고 미국, 영국, 프랑스와 군사동맹을 맺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소재 미 공군기지가 현지의 반미 감정으로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재빠르게 공군 및 해군 기지를 받아들여 미군의 군사요충지를 만들기도 했다.
중동 정세의 전망
일부 매스컴은 외신을 인용하여 테헤란 테러 사건이 시아파와 수니파의 종파갈등을 극대화시키는 시발점이 될 것처럼 진단하기도 한다. 이란은 한 때 수백 년 동안 세계를 호령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음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따라서 IS의 테러에 대해 즉시 보복 공격을 감행함으로 수니파의 결속을 다지게 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우디 역시 이란과 전면전을 치를 만큼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큰 충돌에 대한 염려는 기우로 보인다. 테러 며칠 후에 이란은 시리아의 IS주둔지에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테헤란 테러에 대한 보복이라고 선언하고, 누구든 이란을 건드리면 즉각 보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피해 상황에 대한 보고는 전혀 없다. 이번 사건은 그 정도 선에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기도 제목
혹자는 이번 중동의 격변 뒤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고 주장한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일 수 있지만, 트럼프는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행동했을 뿐이다. 그러나 사우디가 원리주의 이슬람 수출의 총본부라는 것을 감안할 때, 사우디에 팔아넘긴 엄청난 무기들이 자신들의 안방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마치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서 아프가니스탄에 넘겨준 무기들이 9.11테러가 되어 돌아온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를 일이다. 이것이 과연 자국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중동의 수니파와 시아파의 뿌리 깊은 원한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녹아내릴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다. 카타르나 이란이나 사우디 역시 복수와 폭력을 정당화 하는 이슬람의 악한 영의 피해자들일 뿐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이외의 어떤 방법으로도 이들의 증오와 분노를 달랠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