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을 들길엔 코스모스가 많이 핍니다. 언제나 다정하게 느껴지는 그 옛날 소꿉친구처럼 빙그레 웃으며 흙 길에 핍니다. 그래서 이런 대중 가요도 있습니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대중가요처럼 대중 속에서 웃는 꽃, 언제나 다정다감한 꽃, 그것이 코스모스입니다. 고급 화병에 꽂힌 코스모스는 왠지 격에 맞지 않습니다. 부잣집 거실은 오히려 가시방석입니다. 그래서 코스모스는 한사코 고급 화병과 부잣집 거실을 사양합니다. 그리고 서민들이 걷는 들길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 코스모스는 우리 서민들의 친구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것은 가는 바람에도 잘 흔들리고, 별 화려함도 없는 이 꽃의 이름입니다. 코스모스. 그것은 우주나 세계를 뜻하는 큰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큰 말이 이 작은 꽃의 이름이란 것은 참 특이합니다. 어떻게 이 작은 꽃이 그런 큰 이름을 얻었을까요?

코스모스는 6-8개의 꽃잎이 둥글게 펼쳐진 아주 순박한 꽃입니다. 아마도 그것이 조화롭다고 생각되었던 모양입니다. 아니면 그것이 둥글게 펼쳐진 우주나 세계와 같다고 생각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코스모스란 말은 우주나 세계란 뜻으로 많이 쓰이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질서나 아름다움이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스모스란 말의 근원을 알려면 헬라 세계의 호머(Homer)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에 이 말은 구조물의 질서나 조직체의 사람 사이의 질서를 의미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헬라어로 쓰여진 신약에서는 세계라는 말로 주로 쓰였고, 신약 책 중에 한 권인 베드로 전서 3장 3절에서는 여자들의 치장을 의미할 때 사용했습니다.

미풍에도 요동치는 코스모스. 그는 강하지도 외모가 화려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흔들리다가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 속에서 외유내강(外柔內剛)이란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둥글게 펼쳐진 여섯 내지 여덟 개의 꽃잎들이 서로 뽐내지 않고 조화롭게 피어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키를 자랑하지도, 그 색을 뽐내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질서, 조화, 아름다움, 세계, 우주라는 이 많은 의미를 가진 이름이 이 보잘것없는 들꽃에 붙여졌나 봅니다.

코스모스 같은 사람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들꽃이지만 비싼 장미보다 오히려 더 깊은, 고급 화병과 부잣집 거실을 사양하나 결코 천박하지 않은 꽃. 세상에 피었으나 세상에 물들지 않고 오히려 세상의 들길에서 웃음을 낳는 꽃. 내가 아니라 우리로 조화와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꽃. 세상에 사는 서민들과 가까운, 이런 코스모스와 같은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