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방에 살던 필자가 LA로 이사 왔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고급 승용차들이 거리에 가득하다는 것이었다. BMW나 벤즈는 중산층의 전유물인 양 너무도 흔하게 지나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쪽으로는 전혀 관심이 없는 필자인지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아주 고가인 차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고가의 가방과 옷으로 한껏 치장하고 외출하는 여성들도 자주 눈에 들어왔다.
필자가 LA로 이사를 한 후, 한달도 채 안 된 때의 일이다. 한번은 필요한 식료품이 있어서 한국 마켓으로 장을 보러 갔다. 필자는 필요한 식료품들을 다 고른 후 계산을 하기 위해 계산대 앞에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필자의 바로 앞에는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서 있었다. 그 여성은 루이비통 가방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이제 차례가 되어 그 여성이 계산을 하던 중이었다.
그 여성이 계산하던 품목 중에는 작은 김치병 하나가 포함되어 있었다. 가격이 4불 99전인 듯 했다. 정황상으로 캐쉬어가 실수로 정가보다 2불을 더 찍은듯 했다. 60대 후반이나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캐쉬어였다. 이 여성은 전후 사정을 설명할 틈도 주지않고 다짜고짜로 차마 입에 올리기 힘든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캐쉬어가 손님이 가격을 잘못 아셨을 수도 있으니 가격표를 확인한다고 했지만 그 여성은 막무가내로 더욱 심한 욕설을 하면서 자기의 귀한 시간을 허비한다고 따지기 시작했다. 연거푸 5번 이상 죄송하다고 말을 하는 데도 자신의 시간을 허비했는데 죄송하면 다냐면서 매니저 나오라고 계속 욕설을 퍼부었다. 결국, 매니저까지 나와서 미안하다는 말을 했는데도 막무가내였다. 매니저가 뒤에 손님들이 많으니 옆으로 나오셔서 말씀하자고 하니, 뒤에 서있는 필자와 가족을 가리키면서 이 사람들 시간은 금이고 자신의 시간은 하찮은 배설물이냐면서 또다시 욕설을 퍼부었다.
루이비통에 BMW를 타고 다니는 이 여성이 설마 루이비통 매장에서도 2불 때문에 이렇게 욕설을 해댈 수 있을까?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루이비통을 메고 고가의 자동차를 타며, 자신보다 경제적으로 못한 사람들에게 욕설을 하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느끼는 것일까?
아무리 겉모습을 중요시 하는 LA라고 해도 이것은 너무 한 처사였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필자가 LA에 온지 2년이 넘는 동안 이런 일을 너무나도 많이 경험했다. 오늘 필자는 아내와 두 쌍둥이 아들을 데리고 냉면과 김치만두를 먹으며 갑자기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어 이 글을 쓰게 됐다. 오늘 하루, 필자는 새벽에는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메던 환자 두 명을 좋아지게 했고, 8시부터는 수십명의 사람에게 건강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었고, 세 명의 환자에게는 초기 암 증세를 발견해 치료하게 해주었다. 또 필자의 치료에 고마워하는 환자분이 진료 중에 갑자기 일어나 해주시는 특별한 지압도 받아 보는 기분좋은 하루였다.
물론 필자가 하는 이런 일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만족스러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늘 하루는 가족과 함께 김치만두를 먹으며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하루였다. 공허한 삶에 루이비통과 고가의 차로 치장을 한들 진정한 행복이 찾아 올까?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비싼 차를 탄다고 자신의 공허한 삶이 가득 차는 것도 아니다. 남들을 의식하며 치장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행복은 이미 내 안에 있다. 행복해 하는 사람은 벌써 자신 안에 있던 행복한 것들을 인식했을 뿐이고, 그 것들을 감사해 하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