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의 정치쇼'로 불리는 미국 민주, 공화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첫 TV토론이 26일 오후 9시 뉴욕 주 헴프스테드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열렸다.
두 후보는 국내 이슈를 다루는 이날 1차 TV토론에서 '미국의 방향', '번영 확보', '미국의 안보' 등 3개 주제 6개 질문을 놓고 90분간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전방위 격돌을 벌였다.
NBC 심야뉴스 메인앵커인 레스터 홀트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 트럼프는 클린턴의 '아킬레스건'인 '이메일 스캔들'과 건강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고, 클린턴은 트럼프를 '인종차별주의자'로 몰아세웠다.
트럼프는 미국의 전통적 동맹 체제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전 세계의 나라들을 보호할 수 없다"며 "그들을 우리에게 (방위비를) 지불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는 "우리는 일본을 방어하고 한국을 방어하는데 그들은 우리한테 돈을 안 낸다. 그들은 돈을 내야 한다"며 "우리가 재정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역시 경선 레이스부터 강조해온 한국 등 동맹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거듭 제기한 것으로 보수 우파의 표심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에 힐러리는 "일본과 한국 등 우리 동맹에게 우리는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고 그것을 존중할 것이라는 점을 확신시켜 주고 싶다"고 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 "이 선거가 많은 지도자의 우려를 자아냈는데 우리의 약속이 유효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며 "우리가 지구촌의 상황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핵 문제에 대해 클린턴은 "트럼프의 핵무기에 관한 태도가 무신경하다"고 지적하자, 트럼프는 "핵무기가 세계에서 가장 큰 위협"이라고 지적한 뒤 "중국이 북핵위협을 다뤄야 한다. 왜냐하면 중국은 북한에 대해 완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일자리 창출 등 경제와 관련한 질문에 트럼프는 "우리 일자리를 다른 나라에 의해 도둑질당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대선전 내내 주장해온 보호무역주의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다른 나라로 일자리가 가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지금 중국을 도와주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맺은 모두 무역협정의 전면 재검토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또 "클린턴 장관과 다른 이들, 정치인들은 이것(자유무역)을 수년간 해왔다"며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밀어붙이면서 일자리 해외 유출을 막지 못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자 클린턴은 "나는 당신이 당신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음을 안다"며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클린턴은 "트럼프는 자신이 정점에 있는 '트리클 다운'(낙수) 경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하는 미국은 나머지 95%와 교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는 "세금을 대폭 감면해 우리 기업들이 미국으로 돌아오게 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주장했다.
또 클린턴이 트럼프가 납세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데 대해 "뭔가 숨기는 게 있어 납세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공격하자, 트럼프는 "클린턴이 이메일 3만 건을 공개하면 곧바로 납세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맞섰다.
이어 클린턴은 트럼프가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태생임을 인정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그러나 그것은 그렇게 쉽게 일축할 수 없다"며 "그는 우리의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미국인이 아니라는 인종차별적 거짓말로 자신의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트럼프는 "클린턴의 보좌진이 오바마 태생 논쟁을 먼저 시작했다"고 반박했다.
또 트럼프는 클린턴이 최근 폐렴으로 실신한 것을 거론하면서 "그녀가 체력이 없다. 그녀가 체력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미국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체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클린턴은 "그가 112개국을 순방하고 평화 및 정전 협상을 하며 의회 상임위에서 11시간을 증언한다면 나에게 체력을 말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