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회에 한국교회와 선교사들의 선교 자세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17일 캄보디아 정부가 방문 및 노방전도 금지 법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 캄보디아 한인선교사협의회 총무인 김태권 선교사가 “한국교회의 물량적 선교와 고압적 태도가 이러한 결과를 불러온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선교사는 19일 “방문 및 노방전도 금지법은 1999년, 2003년에 이어 이번에 다시 국회에서 통과돼 국왕의 승인을 얻었다”며 “일간지 ‘캄보디아 데일리’는 이 사실을 영어판과 캄보디아판으로 일제히 보도했다”고 알렸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캄보디아는 가는 곳마다 선교 열매를 거둘 수 있는 ‘선교의 천국’으로 생각돼 왔다”며 “매년 여름과 겨울 방학 때는 관광객과 함께 수많은 단기선교팀이 다녀가는 곳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단기선교팀은 복음을 전한다며 가는 곳마다 쌀과 빵, 사탕을 나눠 주며 ‘쁘레야 예수’(예수님)를 외치게 한다”며 “장기 선교사들이 캄보디아의 정서와 문화를 생각하지 않는 단기선교팀을 못마땅하게 여기면 오히려 복음을 위해 핍박을 받는다고 이해했다. 이런 단기선교를 대형교회가 하는 것이 참 서글프다”고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단기선교팀이 돌아가고 난 뒤, 뒷수습은 고스란히 장기 선교사들의 몫이 되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장기 선교사들 역시 단기간에 가시적인 결실을 거두기 위해 일단 교회 건물을 세우는 데에 여념이 없고, 교회에 필요한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선물을 나눠 주는 일들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선교사는 “종교부 차관이 ‘빵이나 사탕을 가지고 캄보디아 국민을 개종시키기 위해 집을 방문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한 것을 보면 분명 이와 같은 일들이 캄보디아 사람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 같다”고 밝혔다. 또 “2~3년 전 한인 선교사들은 대부분 캄보디아 선교의 문이 향후 5~10년 동안까지는 열려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며 “경제가 나아지면 반드시 정부의 제재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러한 무분별한 선교가 분명한 동기와 전략을 가지고 사역하는 이들의 활동에까지 정부의 제재를 가하게 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김 선교사는 캄보디아 정부가 이번 법안이 어디까지를 방문 및 노방전도로 보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18일 한 한인 선교사가 단기선교팀과 노방전도를 하다가 경찰에 붙잡혀갔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 동안 우리는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거나, 결과 위주의 선교만을 찬양하지는 않았는가”라고 반문하며 “선교사나 한국교회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점검할 부분이나 회개할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매일선교소식은 보도했다.

2003년 대신교단에서 파송된 김태권 선교사는 캄보디아의 기독교 지도자 양육을 위해 프놈펜 ‘모세의 집’에서 20여 명의 학생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캄보디아와 한국간 교류가 확대되면서 작년부터는 프놈펜의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며 사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