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노인상담의 기초 이해
노인상담은 노인기에 만나는 문제를 상담하기 위한 것이다. 노인들은 대개 개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받기 위해, 그들이 행복하지 못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을 다루는 법을 배우기 위해, 위기를 겪는 동안 도움과 위로, 지지를 받기 위해, 공감적이고 지지적인 누군가와 대화를 하기 위해, 그들 스스로에 대해서 더 잘 알기 위해 상담을 받는 편이다.
1. 노인상담의 이해
노인상담은 발달적 관점에서 보면 매우 다른 특징이 있다. 그것은 다른 발달적인 상담, 즉 아동상담, 청소년상담, 부부상담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노인이 갖는 특성에 근거한다고 보아야 한다. 인생의 후반기에 해당하는 노인은 발달 과정에 있는 사람과는 특성이 다르다. 이런 노인상담에 대해서 그 기초적인 이해를 다음과 같이 하기로 하자.
1) 노인상담의 정의
노인상담이란 노인에게서 발생되는 제반사항에 대하여 다루는 상담이다. 노인에게서 발생되는 문제란 대개는 노년과 관련된 특수한 성격을 지니는 것으로 제한적 측면이 있다. 인생의 발달과정에서 노인은 가장 후반에 해당하는 과정이다. 인생에서 모든 것을 완성 및 정리하는 시기로,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문제와 다른 매우 특수한 점이 있다. 그것은 상담을 한다고 해도 쉽게 변화되지 않기도 한다. 이미 여러 모양으로 굳어져 버린 노인에게 상담은 어떤 기능을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노인상담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 그것은 상담이 노인만이 경험하는 심리적인 특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인구학적 변화와 사회적 변화는 다양한 차원에서 노인상담을 필요로 한다. 노인은 현대 가족의 구조적 변화와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확대, 세대 간의 차이 심화, 자신이 겪는 상대적 박탈감과 경제적 빈곤 등으로 다양한 차원의 문제를 겪고 있다. 따라서 노인상담이란 사회적 약자인 노인들이 심리적, 육체적, 정신적,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관하여 다양한 통로를 통해 훈련된 상담자와 감정적, 내용적, 이해적 상호작용을 거쳐 기대했던 특정 관심사에 대한 바람직한 결과를 얻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 그러므로 노인상담은 노인들의 발달 욕구를 이해하고 환경에 대한 노인의 적응을 돕는 것을 일차적인 목적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전술한 것과 달리 노인 문제는 간단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것은 심리적인 측면도 있지만, 환경적인 측면이 더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노인의 문제는 개인이 아닌 국가의 복지문제와도 관련된다. 우리의 복지문제는 정책적으로 빈약한 것이 현실이기에, 노인에게는 노후의 생활안정과 보장, 건강과 질병, 사회의 역할과 철수, 심리적인 고독감과 소외감 등이 부담이 되거나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 때문에 노인상담은 단순한 조언이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닌 인생의 전반적인 것과 해결되어야 할 사회적인 복지차원에까지 결부되는 측면이 있다.
2) 노인의 개념
노인상담에서는 노인에 대한 이해가 일차적이다. 노인에 대한 이해에 따라 상담의 진행은 그만큼 원활해진다. 상담에서는 노인에 대한 존재적 이해를 일차적으로 필요로 한다. 노인상담에서 주체가 되는 노인은 누구인가? 우리는 노인에 대하여 존재론적으로 어떻게 정리할 수 있는가? 여기서는 노인에 대한 일반적 정의가 필요하다.
오토(Pallet Otto)는 노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정의를 내린다. 그는 노화를 변화의 과정으로 전제하여 이와 같은 변화 현상이 시간적 요소와 상관관계가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노인의 개념 규정에 있어 변화와 시간이라는 두 요소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에 따라 "노인은 인간의 노화과정에서 나타나는 생리적, 심리적, 행동의 변화가 상호작용하는 복합형태의 과정에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의 정의에 의하면 노인은 다음을 특징을 갖는 사람이다. 그것은 노화로 인하여 환경변화에 적절히 적응할 수 있는 자체조직에 결손이 있는 사람, 자신을 통합하려는 능력이 감퇴하고 있는 사람, 인체의 기관, 조직, 기능에 쇠퇴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시기에 있는 사람, 생활에 대한 정신적인 적응성이 결손 되어 가고 있는 사람, 조직 및 기능 저장의 소모로 적응감퇴 현상에 있는 사람 등이다.
이러한 노인개념은 단순히 한두 가지의 특징에 해당하는 사람을 지칭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앞에서 제시한 여러 특징을 가지는 노년기에 있는 사람을 노인의 존재로 규정한다. 즉 노화에 따라 신체적, 정신적 기능이 쇠퇴하고 사회적 역할이 감소함에 따른 특수한 성격을 갖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노인은 사회의 인구, 경제 및 사회 문화적 요인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하여 생활 기능을 정상적으로 발휘할 수 없는 사람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노인의 개념의 다음의 몇 가지로 구분하여 보기로 하자.
(1) 국제노년학회 규정에 따른 노인개념
1951년 제2회 국제노년학회에서는 노인을 '인간의 노령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리적, 심리적, 환경적 변화와 행동의 변화가 상호작용하는 복합형태의 과정에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노인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그것은 환경변화에 적절히 적응하는 데 결함이 있는 사람, 자기통합 능력이 감퇴되어 가는 시기에 있는 사람, 생물학적 기관 및 조직 기능상 감퇴시기에 있는 사람, 생활 자체의 적응이 정신적으로 결손 되어 가고 있는 사람, 인체 조직 및 기능 저장 소모로 적응력이 감퇴되는 시기에 있는 사람 등이다. 이런 노인의 개념은 의학의 발달과 노인 인구 증가 및 건강상태의 증진, 사회적 참여가 확대되어 감에 따라 노인에 대한 개념은 점차 결손과 감퇴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차원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2) 자각 연령과 역연령에 따른 노인개념
노인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생물학적 연령과 개인 자각 연령의 차이가 큰 경우가 많으므로 노인을 개념화한다는 것은 상당히 복잡하다. 노인들은 자신들의 노화에 대하여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평가를 한다. 달력상의 나이인 역연령에 따른 나이는 자각 연령에 따른 나이와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주관적인 평가에 따라 노인의 개념이 달라지게 된다.
연령에 따른 노인 개념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대개 달력상 계산으로 60세 혹은 65세 이상을 노인이라고 규정하는 방식이다. 뉴가르텐(B. Neugarten)은 미국 노인을 생물학적 연령과 사회적 건강의 특징에 기초하여 연령별로 구분하였는데, 여기에는 다음의 3가지로 구분된다.
먼저는 초령 노인(the young old)이다. 초령 노인은 55-64세로서 활력이 있으면서 유능한 그룹으로 은퇴를 하였거나 직장과 가정에 대한 시간적 투자를 줄인 노인들이다. 이들은 재정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상당한 교육을 받았으며, 시간을 의미 있게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다. 그러면서 사회의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되며,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요구가 활발하다.
다음으로 고령 노인(the old-old)이다. 고령 노인은 진정한 노인으로서 65-74세로서 대부분의 퇴직자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상실을 경험하고 있으며, 사회적 지지와 건강에 대한 서비스를 가장 필요로 하는 집단이다.
끝으로 초고령 노인(the oldest-old)이다. 초고령 노인은 75세 이상의 나이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신체적으로 노쇠하고 질병에 걸린 경우가 많으며 사회적 활동이 어렵다. 여기에 속한 노인들 대부분은 경제적인 곤란을 겪고 있으며, 가정적,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그러나 오래 살수록 인간은 각각 다르게 노화된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에 생물학적 나이는 개인의 건강이나 사회적 능력 수준에 대한 충분한 지표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집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만 60세를 회갑으로 지내고 있다. 그러나 노인복지법(1997)에서는 65세를 노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생활보호법(1961)에서도 65세 이상의 노인을 보호노인으로 규정한다.
(3) 현대 사회에서의 노인개념
현대에 와서 사회변화에 따라 가족과 사회 속에서 노인의 역할 또한 크게 변화하였다. 여기에는 다음의 3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는 부부중심의 핵가족화로의 이동을 들 수 있다. 부부중심의 핵가족화로 가족 내 의사결정과 주체가 노인에서 부부로 옮겨갔고, 과학기술의 발달과 서구 종교의 확산은 가정의 제사기능을 축소시켜 주체로서의 노인의 역할에 축소를 초래하였다.
다음으로는 역할의 약화를 들 수 있다. 사회변화의 가속화와 현대 과학의 발달은 노인들의 전통에 근거한 지식과 기술, 그리고 그들의 인생 경험을 통한 지혜를 화석화시켜, 노인을 무식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쓸모없는 존재로 만들었다. 따라서 원로, 지혜의 보고, 전통의 전수자로서의 노인의 역할이 약화되었다.
끝으로 역할의 축소를 들 수 있다. 과거 가족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교육의 기능 전부가 학교 등 형식적 교육기관으로 이양됨에 따라 가정의 교육책임자로서의 노인의 역할이 축소되었다. 가족 중심의 산업구조가 공업 및 서비스업 위주의 산업구조로 변화함에 따라 가정의 경제권은 생산성이 우수한 젊은 층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따라서 노인들은 가정 내 경제권을 상실하고 경제적 자립 능력이 없어 젊은이들로부터 부양을 받는 존재로 전락되었다고 볼 수 있다.
2. 노인의 특성적 이해
노인상담은 이러한 노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노인상담은 노인에 대한 특성 이해가 필수적이다. 오늘날 노인에게 가장 큰 변화는 수명의 연장이다. 노인의 평균수명은 사회 및 과학의 발전에 따라 연장된 것으로 노인의 문제는 이러한 수명과 관련이 있다. 그 때문에 자연히 노인에 대한 문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사회의 중요한 정책을 수립해야할 처지에 있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대책은 물론, 의료적인 혜택까지도 고려해야할 정도에 이른 것이다.
이 외에도 노년기는 인생을 마감하는 시기이므로 심리적으로 허탈감이나 인생에 대한 허무감 때문에 불안정한 삶을 사는 때이다. 더욱이 노인에게는 각종 사고 발생이 갑작스럽게 일어나고 또 예기치 않게 죽음을 맞을 수 있다는 생각 등이 이런 불안을 야기하는 수가 많다. 그것은 노인의 평균수명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심리적인 문제로 관심을 가져야 할 요소라는 점에서 노인상담에서는 노인의 신체 및 심리적인 것과 관련된 전반적인 생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게 된다. 이러한 노인에 대한 이해를 위하여 신체적, 심리적 특성, 노인과 사회와해 증후군, 심리적 적응유형 등으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1) 신체적 특성
노년기의 신체적 변화는 노인에게 외부적으로 나타나는 현저한 변화 중의 하나이다. 노인의 신체는 세포조직이 약화됨에 따라 힘과 근력이 현저히 약화되는 현상이 따른다. 더욱이 신체는 신경조직의 둔화에 따라 속도 및 지구력이 감퇴되며, 특히 신체내부의 조직기능이 약화되고 시력과 청각도 감퇴하는 현상을 보인다. 이로 인해 전체적으로 팔, 다리의 힘이 감소되는 특징이 나타나 신체적인 질병이 발생하기 쉽다. 이러한 노인의 신체적인 특성은 다음의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신체적 기능의 약화로서 노인
노인에게 신체적인 기능약화는 일차적인 문제이다. 노인의 신체적 기능약화는 노화현상이라 부른다. 노화현상이란 생물학적으로는 본래 원형질이 변하는 것에 따라 각 세포에 변화가 오는 것이다. 세포의 변화에 따라 노인은 인체의 조직이 점차적으로 퇴화하며 세포분열과 세포의 성장조직이 둔화되는 현상을 보인다. 이러한 원인은 전반적으로는 세포의 구조가 위축되어 회복과 소생력이 약화됨에 따라 신체가 전반적으로 약화 내지는 둔화 또는 느린 활동의 결과로 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노화현상은 대개 40세를 넘으면서 흰머리와 더불어 서서히 노안의 증세로 인해 예민도가 감소하므로 시작된다. 노화현상은 시력의 예민도가 격감되는 현상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또한 시력의 예민도는 일반적으로 70세에서 80세가 되면, 노인성 백내장으로 인하여 시력이 급격히 감소되는 현상을 보인다. 그에 반해 청각의 쇠퇴는 시력에 비해 다소 늦게 찾아오는 편이다. 청각은 대개 60세까지는 별 이상이 없으며 70세부터는 30% 정도, 80대에는 절반 이상의 노인들이 난청이 된다.
특히 노인에게 치아의 변화는 더 심각한 것으로 60대에서는 50%, 70대에서는 60%, 80대에서는 80% 이상의 노인들이 치아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는 편이다. 치아상태가 좋지 않은 노인이라면 치아로 인해 소화가 잘 안될 뿐 아니라, 얼굴형도 노인답게 변하고 스스로 노쇠현상을 자각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치아상태와 관련하여 소화력의 둔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노화현상이 점차 발전된다.
물론 노인의 소화력이란 주로 타액이나 위액이 감소하게 됨에 따라 둔화가 일어나지만 치아상태와도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 외에도 인체에는 세포기능이 중요한데 노인은 세포기능이 약화되어 혈액생산의 기능이 약화됨으로 빈혈증도 나타난다. 그 결과로 신경이나 근육의 반응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행동이나 작업이 느려지고 세심한 일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또한 노인에게는 인체를 지탱해주는 뼈가 아교질이 점차 없어지고 석회질이 증가되어 조그만 충격에도 부러지기 쉽다. 노인이 교통사고를 당하면 젊은 사람보다 회복이 어려운 것은 석회질의 증가와 관계가 있다.
(2) 신체적 질병의 발생으로서 노인
노인에게 신체적인 질병의 발생은 이차적인 것이다. 노인의 건강에는 개인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나 대체로 질병이 자주 발생되는 편이다. 그런 점에서 노인의 질병은 특성상 갑작스럽다기보다는 신체적인 종합능력이 격감됨에 따라 발생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신체의 폐활량과 혈액활동의 약화로 산소호흡량이 낮아지게 되면, 뇌의 기능도 약화되어 신체 전반적으로 기능이 원활치 못하게 되는 결과이다. 그것은 노인질병은 회복이 느리므로 인하여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고, 심한 경우는 거의 미동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가족이 돌보아야 하므로 집안사람의 불편함이 따르는 등 생활의 변수가 일어나게 되는데, 이는 노인의 질병은 미연에 대비하거나 방지하는 것이 최선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노인의 신체적인 질병과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는 각종 의료해택을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점도 보인다. 이런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대책이 미비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것은 아직도 노인의 질병에 대한 대책이 그다지 체계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압축적인 고령화 현상은 다양한 노인문제를 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게다가 노인에게는 질병의 문제뿐 아니라 빈곤, 고독, 소외, 무위의 '4중고'는 현재 노인들의 질병과 함께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로 이미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었다.
2) 심리적 특성
노년기는 인생의 황혼을 바라보는 시기이다. 이 노년기에는 젊은 시절을 회고하면서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만족감과 기쁨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인은 심리적으로 고독감, 노여움, 소외감, 외로움, 좌절감 등을 갖기 쉽다. 이에 따라 노년기의 감정은 의심과 불평, 과거지향적인 집착, 호기심, 고집 등이 강한 편이며, 소극적이 되는 것이 특징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심리적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내향성과 수동성의 특성이다. 노인은 은퇴에 따라 심리적으로 내면화 되는 현상을 보인다. 이러한 내면화는 경제력의 상실과 신체적인 약화와도 관계된다. 즉 생활기반이 되는 직장에서 은퇴함으로써 생활력을 상실함으로 인해 외부지향적인 적극성이 감소하고 모든 문제를 내면적으로 깊이 숙고하여 처리하는 태도가 증가한다. 따라서 외부적 환경에 대하여 자신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능동적인 자세보다 타인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려는 수동적인 자세로 변화된다.
둘째로 경직성과 조심성의 특성이다. 우리는 "노인이 되면 고집이 강해진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이것은 노인의 경직성을 두고 한 말로서 노년기를 특징하는 것 중에 가장 뚜렷한 것이다. 노인이 되면 새로운 모험이나 생활방법을 수용하고 시도하기를 자제하게 된다. 그 때문에 최근에 편리하고 효율적인 기구나 방법이 개발되었음에도 그 사용을 거부하고 옛날의 비효율적인 방법을 고집하거나 고수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심리는 노인의 소극성에 기초하는 것으로 조심성과도 관계되고 있다. 노화에 따른 신체적 약화는 노인으로 하여금 그만큼 주의력과 조심성을 요구하여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게 만든다. 따라서 노인은 모든 사물에 대한 판단과 행동수행에 매우 조심스러워 하는 경향을 특징적으로 나타낸다.
셋째로 친근한 사물에의 애착심의 특성이다. 노인은 이제까지 사용하던 물건에 더욱 친숙감을 느낀다. 이러한 물건에 대한 친숙감은 심리적으로 외로움과 소외감, 고독감에 따른 것으로 이전의 생활방법과는 퇴행이나 폐쇄성에 근접하는 경향이다. 그것은 예전에 하던 놀이나 행동을 선호하고 오래 사용하던 물건에 더욱 애착심을 가짐으로서 심리적인 안정과 중요감을 채워가는 현상이다. 이는 노인의 과거지향심리가 표출되는 현상이기 때문에 새로운 물건보다는 헌 물건이, 새로운 사람보다는 옛사람을 더 좋아하게 된다. 대개 노인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 것은 그런 옛날을 지향하는 심리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넷째로 성(性)역할 변화의 특성이다. 노인이 되면 성역할에 변화가 일어난다. 성역할이란 일종의 특성의 변화로서 남성은 여성화 되며, 여성은 남성화 되는 경향이다. 이에 따라 남자 노인은 여성적 특성인 친밀성, 양육동기, 동정심 등에서 증가를 보인다. 그 반면에 여자 노인은 남성적 특성인 공격성, 자아중심적인 경향, 권위주의적 동기 등에 증가를 보인다. 그것은 할아버지는 여자 같이 행동하는 것을 자각하고 할머니는 남자처럼 용감하게 행동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로 남자 노인은 여자 노인을 더 적극적으로 의지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남과 여를 구분한 것으로 노인 전체적으로는 약화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 때문에 "노인이 되면 어린애 같다"는 말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섯째로 우울증 경향의 특성이다. 노년기는 심리적으로 여러 상실감을 경험하게 된다. 직장 은퇴로 인한 직장상실, 경제적 수입의 감소로 인한 경제력 상실, 가정 경제권이나 사회적 역할의 상실, 신체적 건강 수준의 하락, 사회적 고립감, 가족관계의 변화 등이 노년기의 우울성향을 증가시킨다. 게다가 함께한 배우자가 사망한다면 극심한 슬픔으로 인한 우울증이 더욱 증가하게 된다. 노인의 우울성향은 근본적으로 격리와 상실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볼 수 있는데 노인은 많은 상실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실의 경험은 노인으로 하여금 우울성향을 높이는 요소로 크게 작용하고 있으며, "노인이 되면 까닭 없이 슬퍼진다"는 것은 노인에게는 우울성향이 증가하기 쉬운 것을 의미한다.
여섯째로 인생의 정리와 유산을 남기려는 특성이다. 노년기는 발달적 측면에서 인생의 마지막 과정에 해당한다. 사람은 누구나 노년기에 이르면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회고하고 지나온 일생을 정리하려는 심리가 작용한다. 이러한 정리의 과정은 이제까지 살아 온 인생에 대하여 실패하고 좌절한 경험에 대하여도 담담한 자세로 임하게 되는 준비가 된다. 특히 특정한 일에 대하여 고착되었던 감정을 해소하고 다가오는 죽음을 평온한 마음으로 맞을 수 있는 심리적 준비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자각은 노인으로 하여금 생명의 유한성을 인식케 됨으로 후세에 남길 유산을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자신이 이 세상에 다녀갔다는 흔적을 남기려는 심리를 유산을 통하여 표출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상에서 기술한 노인의 심리적 특징은 거의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에릭슨(E. H. Erikson)은 노인의 심리적인 변화에는 노인 특유의 전체 인생에 대한 절망감이 기인하는 것으로 본다. 이 절망감이란 선택할 기회상실에 기초하는 것으로 노인에게 있어서는 이미 흘러가 버린 생으로 다시 선택할 기회가 상실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로 노인은 자기혐오와 자기경멸이라는 심리적 현상이 지배적으로 나타난다. 물론 그런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노인의 개인적 가치평가에 따라 좌우되는 측면도 있다. 그것은 노인 스스로 생각하는 삶의 기준치에 대한 자존감의 격감과 관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적인 기저에는 개인적인 가치평가만이 아닌 사회적인 현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노인이 되어 사회로부터 차선으로 후퇴하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노인으로 하여금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가치평가를 내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노인이 사회에서 역할을 상실하고 철수하는 문제가 노인에게 심리적 절망감을 갖게 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노인의 심리적 문제와 관련하여 가장 큰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죽음이라고 보아야 한다. 노인이 되면 무엇보다도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여 두려워하고 괴로워한다는 점에서다. 그것은 죽음의 문제는 노인이 갖는 공통적인 심리특성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죽음의 문제를 앞두고 있는 노인들의 현실은 죽음을 더 심각하게 생각하며 그 수용에 대하여도 다양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 반응의 공통점은 노인이 죽음에 대하여 현실적이지 못한 양상을 갖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죽음을 전혀 생각하지 않으려는 노인, 죽음을 평온하게 사라지는 것으로 느끼는 노인, 영원한 삶을 시작하는 것으로 여기는 노인 등의 형태를 의미한다. 특히 가까운 이들의 죽음이나 부부의 사별을 경험한 노인은 더욱 죽음의 문제를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고민한다. 그 때문에 상담은 노인과 죽음의 문제를 중요시하여 다루는데, 이는 노인에게는 특히 죽음에 대한 이해와 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인과 죽음(임종)의 문제는 특수한 노인상담의 주제에서 상세히 다루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노인상담의 기초 이해에 대하여 기술했다. 노인상담은 노인기에 만나는 문제를 상담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노인들은 대개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받기 위해서, 그들이 행복하지 못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을 다루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위기를 겪는 동안에 도움과 위로, 지지를 받기 위해서, 공감적이고 지지적인 누군가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 그들 스스로에 대해서 더 잘 알기 위해서 상담을 받는 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몇 개의 부분으로 구분하여 다루어야 했다.
노인상담의 이해에서는 노인상담이 발달적인 관점에서 보면 매우 다른 특징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다른 발달적인 상담, 즉 아동상담, 청소년상담, 부부상담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노인이 갖는 특성에 근거한다고 보아야 했는데, 인생의 후반기에 해당하는 노인은 발달의 과정에 있는 사람과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노인상담의 정의, 노인의 개념 등으로 구분하여 다루었다.
노인의 특성 이해에서는 노인상담은 이러한 노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노인상담은 노인에 대한 특성이해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오늘날 노인에게 가장 큰 변화는 생명수명의 연장인데, 노인의 평균수명은 사회 및 과학의 발전에 따라 연장된 것으로 노인의 문제는 이러한 수명과 관련이 있다. 그 때문에 자연히 노인에 대한 문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사회의 중요한 정책을 수립해야할 처지에 있다. 이와 관련하여 신체적 특성, 심리적 특성 등으로 구분하여 다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