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장 자주 싸우는 아동의 상담치료
자주 싸우는 아동들이 있다. 쉽게 공격성과 폭력성을 드러내는 아동들이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면 좋으련만 툭하면 싸운다. 이런 아동은 습관의 문제도 있기에 사회성의 하나로 보려고 하거나 까다로운 성격의 문제로 보려는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자주 싸우는 현상이 일시적이지 않고 지속되는 경우라면 서둘러 문제의 원인을 발견하고 처리해야만 한다. 그것은 외면적인 것만이 아니라 내면의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1. 자주 싸우는 아동의 행동특징
자주 싸우는 아동은 얼굴이 안정돼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아동은 누구와 싸웠는지 부모에게 잘 말하려 들지 않는다. 이들은 대개 감정을 숨기므로 속으로 갈등이 쌓여가는 것이지만, 얼굴의 어딘가에 상처가 있다든지 감정이 상해있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들의 행동특징에 대해서 그대로 드러난 현상을 중심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부정성의 발산
심리적으로 부정성이 증가하면 싸움이라는 폭력성이 발휘되는 편이다. 심리적 부정성이란 그 수준이 정도에 지나치면 폭발을 유발하게 된다는 점에서다. 이런 싸움에는 주로 때리는 가해자가 되는 경우와 얻어맞는 피해자로 구분되지만, 어느 경우라도 자주 싸우는 경우라면 감정표현이 원만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런 경우에는 대개 상대방과 언어로 적절히 감정을 표현하려는 것보다 행동으로 말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구잡이 싸움이나 서로 때리는 싸움은 외적인 것으로 드러나지만, 감추어진 싸움은 드러나기 쉽지 않은 편이다. 예를 들어, 한 아동을 집단으로 'OO는 심술쟁이'라든가, '안 놀아'라든가, '깍쟁이'라든가 몰아 부치는 싸움 등은 발견하기 어렵다. 이런 시각에서 자주 싸우는 아동은 학교에서 남의 신발을 밖에 내 던지거나 작품을 찢어 버리거나 등의 심술로 싸움을 시작한다. 이때 피해자 쪽의 아동은 그에 대응할 만한 약해서 그만 울거나 참고 견디는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2) 욕구 불만의 문제
아동에게 욕구불만은 내면에서 부정성을 증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물론 긍정성이 좋은 인격을 형성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하지만, 아동의 내면에 쌓인 부정성도 다른 측면에서는 행동의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생각하면 아동에게 욕구는 인격이 성장하는데 중요한 에너지로 작용하는 편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것은 정신의 자양분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다.
이때 자주 싸우는 아동에게 욕구불만은 여러 가지의 특성과 관련이 되지만, 기본적으로 아동은 먹고, 놀고, 갖고 싶은 것과 가장 관련이 되는 편이다. 아동은 먹고 싶은데 먹지 못할 때, 놀고 싶은데 놀지 못할 때, 그리고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할 때 욕구불만이 일어난다고 보아야 한다. 아동에게는 이런 기본적인 것이 본능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다. 이런 문제가 해소되지 못할 때 아동은 욕구불만을 경험하여 그것이 공격성으로 드러나게 된다는 점에서 자주 싸우는 아동을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자주 싸우는 아동은 집단에서 대단히 눈에 띄기 쉬운 아동으로 인식된다. 실내에서는 장난감을 독점하고 다른 아동에게 양보하려고 하지 않는다. 때로 이들은 밖에서 그네를 탄다면 내리지 않고 계속해서 타는 아동이기도 하다. 이런 아동은 누가 보아도 언제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고, 자기의 욕구대로만 행동하려고만 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런 아동의 부모는 "아이와의 하루하루가 전쟁 같아요", "아이가 너무 말을 안 들어요. 아무리 잔소리하고 타일러도 그때뿐이에요", "어떻게 하면 아이와 평화롭게 지내면서, 아이의 행동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나요?" 하고 반문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 있는 부모는 아동과의 실랑이를 너무나 자주하여 포기하고 싶을 정도일 것이다. 실제로 이들의 부모는 힘이 들어서 많은 경우에 아동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아동의 태도에 대하여 묵인하는 정도를 넘어 거의 방관하는 수준일 것이다.
3) 공격성의 문제
아동의 공격성은 행동으로 폭력성을 드러내는 것이 일차적이라 볼 수 있다. 아동에게 행동의 폭력성은 자신을 제어하기에 어려운 가운데 터져 나오는 행동이라는 점에서다. 이런 것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 아동의 공격성은 폭력적인 행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들에게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 폭력성은 알고 보면 일정한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이 발견된다. 그것은 자신의 내면에서 만족감이 없고 불행감이나 좌절감이 분노를 유발한다는 점에서다. 그러고 보면 이들의 분노가 바로 공격성이라는 행동으로 도출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내면에 쌓인 분노가 바로 공격성을 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점에서다.
실제로 아동의 공격성에는 그 정도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기도 하지만, 일정한 강도를 갖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공격성에는 일단 상대방의 옳은 말에 대하여 긍정이나 동의를 하지 않는 것, 상대방의 의견에 강한 부정이나 반대를 하는 것, 상대방에 대하여 강한 욕설이나 미움을 드러내는 것, 그리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것 등도 해당한다. 이런 행동이 모두 공격성에 해당되지만,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특성 때문에 공격성으로 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아동을 대하는 전문가나 부모는 이들의 다양한 공격성에 대한 특징을 알아두어야 하는 이유이다.
2. 자주 싸우는 아동의 심리적인 이해
자주 싸우는 아동은 상습적인 측면이 있다. 이들은 자신의 문제를 말로 풀어보려는 것보다 힘으로 해결하려는 쪽을 지향한다. 물론 이런 문제는 아동의 미성숙 때문에 행동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라 볼 수도 있다. 이런 행동이 자주 반복되면 이제는 그 해결의 수단으로 자주 싸우는 아동으로 되어 간다는 점에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우리는 싸우기를 좋아하여 싸우든 원치 않는데 자주 싸우든 간에 다음의 심리적인 측면을 중요시해야 한다.
1) 싸움의 원인
아동의 모든 싸움에는 싸우는 이유가 있다. 이것은 싸움에 대하여 알아두어야 할 이유이기도 한데, 일반적으로 싸움은 외부적으로 나타난 충돌의 현상이다. 이런 충돌은 감정이 갑자기 촉발되어 유발되기에 싸움에서는 가해하는 쪽과 당하는 쪽의 관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아동의 싸움은 어른의 눈으로 보면 시비를 가릴 수 있을 것 같은 일이라도, 아동의 입장에서 보면 나름대로의 이유를 가지고 있고, 표면에 나타난 것으로 알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싸움과 관련하여 보면 대체로 부모들은 아동들의 싸움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편이다.
일반적으로 부모들은 대개 아동의 싸움을 모두 죄악이라고 생각하거나, "양쪽이 다 나쁜 것이니까 미안해하고 사과해라!"라든가, 재판관이 되고자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아동의 싸움은 그런 대응법이나 중재법은 적절하지 않을지 모른다. 아동은 싸움을 통하여 서로의 요구를 충돌시키고, 싸움으로써 상대방을 인정하는 적응력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때로는 심하지 않고 다툼 정도에 그친다면 부모는 아동들의 싸움을 여유를 가지고 지켜볼 수도 있다. 위험할 정도로 흥분했을 때에는 '좀 떨어져'라든가, '잠깐 쉬어라' 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두게 하면, 어째서 이런 싸움이 벌어졌는지, 어째서 더 심해지는지 스스로 반성하는 경험도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2) 싸움의 성격
싸움은 모두 동일하지 않고, 싸움에 따라 성격이 다르게 구분된다. 아동의 싸움은 때리고 잡아끄는 싸움, 상대방을 배척하는 싸움, 그리고 악의적 의도와 계획을 가진 심술궂은 싸움 등이 있다. 이런 싸움들은 대개 아동의 경우에는 순간적으로 그룹 형태의 싸움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가정에서 일상생활을 하면서 서로 반발하는 것도 일시적으로 일어난다. 대수롭지 않은 싸움은 대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걸쳐 일어나는 것이 보통이며, 싸움을 하지 않는 아동 쪽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이다. 이것은 싸움이 어떤 형태로든 간에 아동에게는 쉽게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보면 반드시 싸움의 조건을 갖춘 성격의 싸움은 부상만 당하지 않으면 유념할 것이 없지만, 일어나지 말아야할 싸움 등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런 싸움에는 상대방에게 원한이 없는데, 형제자매에서 언제나 눌려 지내는 아동이라든가 가족관계에 대한 불만이 폭발해서 일어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또 부모님에게 금방 고자질하는 아동이나, 착한 아동이라고 칭찬받고 싶은 이기주의에 대해 겉으로라도 꾸짖을 수는 없지만, 어쩐지 기분에 안 맞는다고 행동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3) 열등감의 문제
아동의 싸움은 열등감의 문제로도 볼 수 있다. 물론 모든 부정성을 한 마디로 열등감이라고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대체로 부정성이 증가하면 열등감이 증가한다는 점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열등감이 많은 아동이 그것을 표출하려는 출구로 싸움을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시각에서 우리는 경쟁심이 많은 것도 그런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실제로 경쟁심이 강한 아동은 자기 나름대로의 고집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고집이란 정당한 것이 아닌데, 아마도 부당한 대우를 받은 데서 형성된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중요한 사람들로부터 존재의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라는 점에서다. 이런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긍정에너지의 고갈이 일어난다. 이런 현상을 애정결핍이라 해도 무방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인정을 받지 못하여 존재의 가치감이 낮아진 심리상태로 보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그들은 경쟁에서 이기어 인정을 받고 싶은 심리가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런 현상을 열등감으로 보려는 것이다. 이들의 열등감은 상당부분 욕구불만과 관련되어 있는데, 이들의 요구가 부모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많이 거절되었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이로써 아동은 부모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자신의 존재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의 부정적 감정이 바로 열등감으로 발전되고 고집으로 굳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고집은 자기 방어적이고 보호적인 측면이기에 더욱 강한 감정, 즉 내면에는 열등감이라는 감정이 밖으로는 고집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감정이 강하다고 모두 고집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정당한 의미의 감정은 일종의 의지(意志)로 볼 수 있는 반면에, 정당하지 않는 측면의 감정은 고집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아동에게 치료사나 부모는 아동의 욕구불만에 의한 열등감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열등감은 자기 존재의 가치감을 스스로 낮게 평가하는 데서 유발되는 부정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열등감은 흔히 부모가 자신을 인정하지 않아서 자신감을 잃는 것이다.
그래서 경쟁심이 강한 아동들의 성격이 형성되는 원인은 부모의 대응하는 방법에 그 원인이 있다. 집에서 정상적으로 대우받지 못한 것 때문에 다른 아동들과 놀 때는 언제나 두목 노릇을 하려고 한다는 점에서다. 이런 아동들에는 외아들, 막내, 여자 형제 중의 외동아들, 나이가 들어 늦게 낳은 아동 등이 해당되는 편이다. 이런 것이 드물게는 편모이거나, 가정이 경제적으로 가난하다는 등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기 싫어하게 되기도 한다.
4) 싸움의 긍정적인 측면
아동의 싸움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생각할 수 있다. 때로는 순기능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아동은 싸움을 통해 성장하고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성숙시키는 측면도 있다. 초등학교 1학년생인 두 아동이 싸움을 시작했다고 하자. 이런 경우에는 물론 힘이 센 쪽의 아동이 이긴다고 볼 수 있다. 부모님은 그때 나서려고 했으나 잠시 그들을 관찰할 수 있다. 이때 싸움에서 이긴 아동은 울고 있는 아동의 얼굴을 근심스럽게 들여다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가해자인 아동이 손가락 사이로 피해아동의 얼굴이 보였을 때, 이긴 아동이 "아프냐?"고 근심스럽게 들여다보며 물어보는 경우는 없을까? 이때 울던 아동이 "아니야!"하고 고개를 저었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에는 아마도 두 아동은 빙긋이 웃고, 울던 것을 그치고, 이긴 쪽은 가방에 책이란 짐을 챙겨 주고, 단단히 손을 맞잡고 돌아가기도 할 것이다. 이는 싸움을 통해 서로의 관계가 새롭게 개선되는 경험을 하하는 것이다. 이처럼 아동에게는 우호적인 교제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인간다운 자기주장의 충돌로, 뜨거운 싸움을 하는 가치 있는 경우도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다. 이는 치료사나 부모가 아동을 이론으로서가 아니라, 확신을 가지고 지도해야 할 이유일 것이다.
3. 자주 싸우는 아동의 상담치료
싸움은 겉으로 드러난 것이 전부가 아니므로 반드시 그 동기를 생각해야만 한다. 아동이라도 단순히 말 한 마디 잘못으로 높은 감정을 순식간에 발산하지는 않는다. 싸울 정도로 강한 감정을 발현하려면 이미 내면에 부정적인 감정들이 많이 쌓였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음의 몇 가지는 아동의 근본적인 문제에 중점을 두어 해결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1) 애정결핍 현상을 치유하라
어쩌다 싸우는 아동이라면 별다른 문제는 없지만, 자주 싸우는 아동이라면 분명히 내면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것은 이미 내면에 부정성이 축적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부모는 이것을 단순히 잘못된 습관의 고착이라는 도식으로 이해하려 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이미 심리적인 문제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심리적인 문제란 매우 근원적인 것으로 일단 부모의 애정결핍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 아동이 내면에 부모의 애정이 결핍되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결여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긍정적인 에너지가 결여된 상태는 애정의 결핍이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결핍적인 상태는 아동으로 하여금 외부의 충격을 완화시킬 충분한 능력을 갖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다. 그것은 아동에게 힘겨운 정도로 느껴지는 외부적인 충격을 넉넉한 정신적인 에너지로 완화시킬 완충적인 여건이 조성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런 결핍의 현상은 아동에게 반드시 공격성으로 유발시킨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다른 아동을 자주 때리는 공격성이야말로 그 아동의 내면에 부모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상태를 반증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아동을 야단치기보다는 오히려 관심을 갖고 인정해 주고 격려해주면 더 좋은 효과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불만감을 자극하지 않도록 하라
싸움은 아동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표출하는 방식이다. 물론 강한 의사 표시는 대개 내면에 쌓인 욕구불만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다. 이런 것에 대해서 우리는 더운 여름에 불쾌지수가 높은 상황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된다. 이때 우리는 남이 나를 괴롭게 해서도 화를 내지만, 그보다는 나에게 화낼 이유를 이미 가득하게 갖고 있기 때문에 화내는 것을 상정하자는 것이다. 동일한 상황에서도 반드시 화내지 않고 사건을 원만하게 처리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실로 어떤 일을 도저히 참지 못하고 역정을 낸다면, 아동이라도 그만큼 참기 어려운 내면의 특성이 작용한 결과로 보아야 한다.
이런 시각에서 부모들은 아동의 싸움에서 재판관이 되거나, 흑백을 가리거나 "미안해!"하라고 시키거나, 싸움이 시작되었을 때 곧바로 말리는 행위 등은 효과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대응이 때로는 아동의 마음을 설득시키는데 적절하지 않고 그다지 교육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적인 효과는 형제 싸움의 경우에는 높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형제간의 질투나 어느 쪽을 부모가 편들고 있다든가, 부모의 귀여움을 받고 싶다는 아동의 기분을 알고, 부모와의 깊은 애정관계가 얽혀 있으므로 교육하기에 쉬운 편이기 때문이다.
싸움에서 부모는 자기의 자녀가 이기게 하고 싶거나, 또 자기의 아동이 불쌍해서 상대 아동에 대한 분노나 원한을 갖기 쉽지만, 어린이의 싸움은 끝나고 나면 분노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아동의 싸움은 빨리 풀어야 하고 오래도록 꽁하고 여기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3) 감정표출을 훈련하도록 하라
아동이 감정을 표출하는 데는 일정한 훈련이 필요하다. 이런 훈련이 원만하게 된 경우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출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감정은 부드러운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정도에 이르면, 아동들도 손찌검 등의 행동으로 표현하게 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치료사나 부모는 아동들과 자주 대화하여 그들의 감정을 표출하게 만들어야 한다. 아동은 이런 의사표현을 하는 훈련의 과정을 통하여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출하고 수용하는 법을 학습하게 된다는 점에서다.
물론 감정의 표출은 의사소통의 기술이지만 아동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기에 치료사나 부모는 아동의 표현에 귀를 기울여 들어주고 응수하는 경험을 자주할수록 아동은 의사소통에 익숙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아동은 집에서 부모와 더불어 감정을 표출하지 않으면, 밖에서 잘못된 행동방식으로 표현하게 된다. 이는 "말하지 않는 아동이 행동으로 말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도록 만들고 있다.
나아가 싸움에 대한 감정표출을 극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이런 극화에는 미리 싸움을 예상하여 화해를 시도하는 훈련의 하나이다. 아동이 실컷 싸우고 화해한 시점에서 "싸움에서 네가 졌다면 어떻게 됐지?"라고 해서 일종의 심리극을 시켜 보면 싸움을 간접적으로 경험하여 회피하려는 효과도 있다. 이런 심리극은 싸움을 한 당사자들 뿐 아니라 다른 아동에게 재현시켜 제삼자인 아동도, 당사자인 아동도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4) 존재를 수용하도록 하라
존재의 수용은 아동을 부드럽게 만든다. 그것은 내면에 긍정성이 축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긍정성이 아동의 태도와 행동의 안정성을 보이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의 고집스러운 행동을 멈추게 하기 위해, 실제로 수많은 부모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아동들에게 화를 내고 야단을 친다. 이런 경우에 부모는 자신이 하고 있는 꾸중이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괜히 아동을 주눅만 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면서도 말이다. 그러면서도 대개의 부모들은 "말을 안 듣고 자기 고집대로 행동하는 아동을 그냥 놔두자니 속 터지고, 혼내자니 아동이 상처받을까 봐 걱정된다"고 말한다. 이런 현상은 적절한 대응법을 발견하지 못한 결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아동을 혼내는 데도 원칙과 방법이 있다. 소리치지 말고 때리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원칙 없이 섣불리 혼냈다가는 아동에게 오히려 상처만 될 뿐, 잘못된 행동을 고치는 데는 아무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로부터 심하게 야단을 맞거나 매를 맞아온 아동은 주눅이 들고 소극적인 성격으로 자라나기 쉽다. 이런 아동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키울 뿐만 아니라,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존재로 성장하게 된다는 점에서다.
야단치는 부모나 강한 사람 앞에서는 위축된 행동을 보이지만, 혼자 있거나 약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취한다. 물론 야단을 맞고 자란 모든 아동들이 소극적이거나 공격적인 성격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야단치는 방법을 제대로 모르는 부모라면, 아동을 정상적으로, 그리고 올바르게 양육하는데 위험성을 충분히 갖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5) 야단치기보다는 격려하라
자주 싸우는 아동은 고집이 센 경우가 흔하다. 물론 이런 고집은 진정한 것이 아니라 알고 보면 불만적인 특성이기도 하다. 불만적인 특성이 부모의 말을 듣지 않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아동이 자기 고집대로 행동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그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지 모른다. 이렇게 하여 문제가 해결된다면 다행이지만, 그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심리적으로 불편해 스스로를 달래려 애쓰고 있는 아동을 야단친다면, 아동은 더욱 불안해져서 고집을 부리는 방법으로 자기를 방어하려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아동에게 야단하거나 핀잔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너는 고집을 부리면 앞으로 국물도 없다"고 말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엄마의 말을 잘 들으면 엄마가 야단치지 않을게" 하는 방식으로 말하는 것도 적절치 못하다. 아동이 고집을 부리는 일에 대해서 겉보기의 공통점에 혼동을 일으켜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는 적절한 대응이나 양육적인 지도의 근본이 되는 것은 아동의 마음에 있는 긴장이 풀리도록 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사나운 친구가 있다면 안심할 수 있는 친구를, 풀이 죽어 있다면 마음 착한 친구를 물색해 줄 일이며, 특히 꼼꼼한 아동이라면 적당하고 좋은 일을 알려주어야 올바른 대응이 된다는 점에서다. 자주 싸우는 아동에 대하여 야단치기보다는 격려를 더 해 주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주 싸우는 아동의 상담치료에 대하여 기술했다. 자주 싸우는 아동들은 공격성과 폭력성을 드러내는 아동들이라고 했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면 좋으련만 툭하면 싸운다는 점에서였다. 이런 아동은 습관의 문제도 있기에 사회성의 하나로 보려고 하거나 까다로운 성격의 문제로 보려는 측면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자주 싸우는 현상이 일시적이지 않고 지속되는 경우라면, 서둘러 문제의 원인을 발견하고 처리해야만 했는데, 그것은 외면적인 것만이 아니라 내면의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서 이들의 행동적인 특징과 심리적인 이해, 그리고 상담치료 등으로 구분하여 다루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