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북한 체제와 남북관계 전망(1)
연초부터 남북관계가 다사다난하다. 제4차 핵실험이 감행되면서 남북 관계는 얼어붙었고 국제사회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8.25 합의 등을 계기로 그 동안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라는 많은 기독교 배경의 대북 지원/사역 단체들도 이번 핵실험을 계기로 다시금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특히 임현수 목사의 억류 및 무기교화형 선고에 이어서 CNN을 통해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한국계 미국인 김동식 목사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면서 남한 국적의 사역자뿐만 아니라 미국 등 해외 국적의 사역자들의 활동도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 한해 남북관계와 북한 체제를 놓고 기도하는 것은 북한에 마음이 있는 성도라면 반드시 해야 할 사명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북한 체제와 남북관계의 현 상황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남북관계와 북한의 변화를 위해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2016년의 시작과 정세
2016년 새해가 밝았고 올해도 어김없이 북한의 신년사 발표에 많은 언론과 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예년과는 달리 평양시 기준 정오(남한 시간 12시 30분)에 이뤄진 신년사 발표에서 김정은은 당 창건 70주년 관련 주요 성과를 과시하고 2016년에는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가 열리는 올해에 강성국가 건설의 최전성기를 열어나가자!'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신년사에서는 정치나 사상보다는 경제 강국 건설 등의 과업이 더 중요하게 제시되었다. 특히 김정은은 수소탄 발언 등으로 인한 국제 사회의 반발을 의식한 듯 신년사에서는 핵 관련 언급을 자제하였고, 이에 대해 어떤 이들은 북한 체제와 남북 관계가 2016년에는 좀 더 평화적이고 발전적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북한은 신년사를 발표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4차 핵실험을 감행하여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사실 작년 말부터 북한의 행보는 심상치 않았다. 8.25 합의와 이어진 이산가족 상봉으로 화해 무드가 이어질 것에 대한 기대가 있었으나, 곧 남북 고위급 회담 결렬과 김정은의 수소탄 발언, 그리고 모란봉 악단의 중국 공연 취소 등 좋지 않은 기류가 흘러 왔었다. 그리고 결국 2016년을 맞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핵 실험을 단행함으로써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것이다.
이번 4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다른 나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를 방어할 힘을 얻었다며 '자강'의 상징으로 핵실험을 추켜세우고 있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경제활동에 집중하기 위해선 국방력 강화가 우선'이라는 논리 속에 핵 실험을 통해 정권을 대대적으로 주민들에게 선전 및 경축하고 인민 경제도 살리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동북아 국가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직접적인 당사자인 남한의 박근혜 정부는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였으며 미국에서도 B-52 폭격기를 한반도에 출동시키는 등 일종의 무력시위도 전개되었다. 중국도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관련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중국이 어느 정도까지 북한에 대한 압박에 동참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전에 비해서는 강경해진 반응이다.
국제사회도 북한 핵실험을 규탄하고 있다.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을 통해 북한에 대한 제재 및 압박을 공식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EU도 유엔 등 국제사회의 북한 문제 대응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경제포럼 조직위원회는 핵실험 단행을 이유로 북한대표단의 연차 총회(다보스 포럼) 참석을 취소하였다. 또한 영국 의회는 대북 제재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하여 북한 핵 실험 및 인권 유린과 관련한 제재 방안을 논의하기도 하였다. 북한 핵 문제는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전 세계에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북한체제 전망
북한의 핵 개발은 북한 정권의 안전 보장과 때려야 땔 수 없는 관계이다.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김정은 체제에 들어오면서 북한의 주요 고위 관리들의 얼굴이 굉장히 자주 바뀌고 있다. 이전 장성택 처형에 이어 작년에도 현영철 숙청이 직간접적으로 확인이 되었다. 이러한 직접적인 숙청뿐만 아니라 주요 직위에 있는 관료들이 자주 자리가 바뀌고 군 장성들의 계급이 순간순간 변화하고 고위 관료의 경우 혁명화 지시를 받고 일선에서 사라졌다가 복귀하는 일도 관측되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 전략연구원은 김정은 시대 4년 동안 처형된 북한 간부가 1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김정은이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과 동시에 김정은이 권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예하 관리들을 감시하고 조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공포 정치로 대변되는 김정은의 이러한 정권 안정을 위한 움직임은 올해도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공포 정치 속에서 북한 체제의 기본 방향은 말 그대로 김정은의 의중에 따라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4차 핵실험 감행은 김정은의 의중이 핵 보유를 통한 정권 유지에 대해 최우선순위가 있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주었다. 또한 현재 추진 중인 핵-경제 병진 정책에서 경제 보다는 핵개발이 더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한다는 것이 확실하게 되었다. 핵 실험으로 인해 그나마 발전적으로 나아가던 남북간의 화해무드를 깨뜨리고, 또한 이로 인해 발행할 추가적인 경제적인 제재와 중국의 반발까지 고려할 때 경제적으로 득이 없는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실시한 핵실험이라는 점에서 김정은 정권의 주요 관심과 초점이 어디 있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외부의 경제적 제재가 이미 김정은 정권을 압박하는데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대북 제재와 관련하여 북한 정권이 피부로 느낄만한 피해라고 한다면 역시나 외화 확보의 문제일 것이다. 대부분의 무역이 중국을 통해 이루어지는 현 상황에서 중국을 통한 실질적인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일반적인 무역 활동에는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화 확보를 위한 활동에는 제재가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금번 4차 핵실험을 하는 와중에도 북한은 4월에 있을 평화 마라톤을 관광상품으로 계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정치적인 입장과는 별개로 외화 획득을 위한 활동은 활발히 전개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작년에 이슈가 되었던 북한의 노동자 해외 파견이나 그 외 불법적인 외화벌이 활동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더욱 중요해졌다. 다만 북한의 외화 확보를 억제하는 문제도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필요하며, 이들의 협력이 없다면 그 효과는 미비할 것으로 보인다.(계속)
/글=오픈도어선교회 월간 북한 개발소식 2월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