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3.1운동의 의의와 기독교의 역할' 심포지엄
▲심포지엄 순서자들. ⓒ김은애 기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 3.1운동100주년기념사업준비위원회(위원장 조경열 목사)가 13일 서울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3.1운동의 의의와 기독교의 역할'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주최측은 "3.1운동은 한국교회가 민족과 사회의 아픔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교회의 사명을 수행한 대표적인 사건"이라며 "이 3.1 정신을 계승하고 확산시키는 일이 한국교회의 정체성을 새롭게 세우고 사회를 향한 선교적 과제에 바르게 응답하는 자세"라며 행사 취지를 밝혔다.
▲이은선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김은애 기자 |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한 연구 시리즈의 첫 부분으로 '3.1운동의 의의'를 발표한 이은선 교수(안양대)는 먼저 3.1운동의 배경과 전개 과정, 근본 정신, 국내외 영향 등을 서술했다. 이 교수는 3.1운동에 대해 "일제의 무단통치와 경제수탈 속에서 독립의 기회를 찾던 우리 민족이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에 영향을 받아 거족적으로 일으킨 자주독립운동이었다"며 "외부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주권을 회복해 독립을 얻으려는 반제국주의 운동이었으며, 내부적으로는 이전의 봉건적 질서를 해체하고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출발시켰다"고 평했다.
이어 "국내외에 걸쳐 3~5월 치열하게 전개됐던 3.1운동의 근본 정신은 기미독립선언문과 그 전후에 발표된 다양한 선언문들과 포고문들과 신문들과 격문들에 반영돼 있다"며 ▲민족 자존에 근거해 자주독립국가임을 선포 ▲평화를 바탕으로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 반대 ▲봉건제도를 극복해 민주공화국을 세우는 토대를 놓음 등을 그 예로 꼽았다.
그는 3.1운동에서 나타난 '비폭력 평화 정신'에 대해 "우리 민족이 역사적으로 언제나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고 평화를 사랑했던 정신에서 나왔다"며 "또 3.1운동을 전후한 기독교계의 선언서가 14종인데, 이를 분석해 보면 비폭력·무저항·평화운동 노선의 확립에는 기독교가 영향을 미친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3.1운동은 대한민국의 주역이 국민이라는 사실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냈으며, 3.1운동 이후 민주공화제라는 정치체제를 채택했다"며 "이러한 민주주의 도입에는 기독교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근거로 조선독립선언과 훈춘선언서, 서재필이 발표한 필라델피아에서의 선언서 등을 언급하며 "이 선언서들에서 시종일관 강조되고 있는 자유와 평등, 서구 민주주의 등이 기독교를 통해서 유입되었음을 언급한 점이라든지, 그 대응으로 일본이 조선의 기독교인들을 탄압하였다고 지적한 점, '그 무거운 십자가를 지지하여'라는 표현 등에서 드러난다"고 말했다.
3.1운동의 민족사적 의의와 영향에 대해서는 ▲거족적 민족운동이었다는 점 ▲일제의 우리나라 지배 방식의 변경을 가져온 점 ▲전 국민이 동참하면서 독립정신이 고양되고 민족 역량이 강화된 점 ▲이후 임시정부가 조직된 점 ▲국제적·평화적 독립운동의 기폭제가 된 점 등을 꼽았다.
한편 이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봐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임시정부 수립이 대한민국 건국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은 국제법상의 공인을 얻지 못한 상태이고, 실질적인 국민에 대한 주권을 행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국가 건설이 실질적인 주권을 소유할 때 이루어진다면, 그것을 위한 투쟁을 하는 과정을 실질적인 국가 건설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끝으로 이 교수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그 고귀한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며 "3.1운동의 평화정신을 오늘의 현실에 맞게 창조적으로 계승·발전시켜 남북의 평화통일, 동북아의 평화체제 구축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 사회 내부의 이념 갈등과 빈부 격차의 문제 등을 3.1운동의 유산으로 세워진 민주공화국의 이념을 새롭게 발전시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3.1운동에 있어서 기독교의 역할과 그 영향'에 대해 발표한 강종권 교수(구세군대학원대학교)는 "이번 발표의 목적은 96년 전의 3.1운동이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는지 찾으려는 것"이라며 "특히 극심한 반기독교운동으로 인해 정체성 해명에 시달리는 한국 기독교가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논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먼저 '3.1운동의 주체·주도세력이 누구인가'라는 논의에 대해 "천도교가 모든 것을 계획하고 이끌었다"는 주장에 반발하며 "기독교가 당시 조선에서 가장 크고 전국적인 조직 공동체였으며, 해외에서 활동하는 많은 민족운동단체들이 기독교 공동체의 한 뿌리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누가 3.1운동의 주체세력이었고 주도했는지를 가리는 것은 결코 보기 좋은 것이 아니"라며 "중요한 것은 기독교가 연대하지 않았다면 천도교 혼자만의 힘으로 운동을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며, 시도했다 할지라도 단순한 소요로 끝났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강 교수는 "3.1운동 이후 일제의 '문화정치'로 인한 갑작스러운 사회 변동으로 기독교가 위기를 맞게 되었다"며 "민족의 광복을 위한 '투쟁의 현장'에서 십자가를 메는 것을 기피하고 민족의 역사 무대에서 탈락했다는 비난과 비판의 표적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1운동 이후 나타난 기독교의 문제점에 대해 ▲선교사들의 친일화 경향과 비행 ▲초월적 신비주의 운동 ▲정치·사회 문제 외면 등을 꼽았다.
'선교사들의 친일화 경향과 비행'에 대해 강 교수는 "일제는 이권을 보호해 주고 접근책을 쓰며 선교사들을 친일화시켜, 조선인들의 독립 의지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게 했다"며 "또 선교사들의 인종차별적인 편견과 오만으로 인한 각종 비행 및 추문과 관련된 사건들로 인해, 조선 사회에서 선교사에 대한 배척 분위기가 고조됐다"고 말했다.
또 강 교수는 "기독교 지도자들이 '비정치화' 경향을 드러낸 것도 기독교가 조선 사회의 비판의 표적이 된 큰 이유"라며 "이들은 3.1운동 이후 기독교 민족운동을 비판하거나 일정한 거리를 두는 입장을 취했으며, 교회가 문화운동이나 사회봉사를 하며 세상의 일을 논의하는 곳이 아님을 강조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기독교 지도자들의 현실 안주와 비정치적 태도'에 대해 "당시 언론은 '조선의 기독교가 민중들에게 정신과 물질의 분리를 강조하면서 세상과 물질을 부정하고, 죽은 뒤의 천당만 생각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한다'고 비판했다"며 "3.1운동 이후 일제의 이러한 기만적인 문화정책에 편승한 기독교의 태도는, 사회주의 사상에게 비판받는 구실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사회적 책임 결여와 비정치성은 오늘에까지 이르게 되어, 기독교가 한국 사회에서 비난의 표적이 된 것"이라며 "더구나 비정치성을 표방하면서도 정치와 결탁해 사회구조를 우롱하는 행위들은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켜, 기독교에 대한 불신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한국 기독교가 3.1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여겼던 것처럼 ,국가와 사회를 정의롭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세워가는 것"이라며 "이 일에 과거와 같이 조금도 주저없이 함께하는 것이 바른 기독교인의 태도"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