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최고행정법원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 없이 이슬람으로 개종처리된 45명의 기독교인들이 다시 행정적 차원에서 자신의 종교를 기독교로 바꿔달라고 제기한 소송을 심리하고 지금까지 하급법원에서 내린 판결을 뒤집는 판결을 내리고 다시 재판하라며 사건을 하급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는 이집트의 종교 관련 제도로 비추어 볼 때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콥틱정교회 신자들의 운신의 폭을 크게 넓혀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긍정적인 판결이다. 45명의 원고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판결이 내려지자 그들은 법정 안에서 환호성을 질러 법원 측으로부터 정숙을 요구 당하기도 했다.

법원 측은 비록 이슬람 율법상으로는 이슬람을 배교하는 것은 사형에 해당한다고 하나, 이집트는 이슬람 율법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슬람 율법 만으로 판결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하고, 실정법률 상에는 이들을 처벌하거나 원치 않는 종교에 행정적으로 강제 편입시킬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이번 재판은 사실상 여기서 패하면 더 이상 물러날 곳이나 희망이 없는 마지막 최고상급심이기 때문에 법정은 원고 측과 정부 측의 변호인들 사이에 치열한 법리공방이 오갔고 법정을 메운 이슬람 강경주의자들도 정부측에 가세해 소란을 피우는 등 어수선하면서도 격렬하게 진행되었다.

원고측 변호인인 나기브 가브리엘 변호사가 이집트는 시민인권국가이지 이슬람 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하자 법정 내의 이슬람 강경주의자들은 그에게 야유를 보내며 “이집트는 이슬람 국가다”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판결이 내려지기 직전 판결을 기다리는 시간에 다소 여유가 생긴 가브리엘 변호사는 위성방송인 TVDream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집트 헌법 2조는 이슬람을 국가의 종교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집트의 모든 법률은 이슬람 정신을 담는다고 되어 있으나 이 헌법 조항은 반드시 법이 모든 기독교인들의 목에 칼을 겨누어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재판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 내기 위해 원고측 변호인단에는 저명한 콥틱 정교회 신자 변호인들이 총동원 되었다. 맘도우 람지, 람제스 엘 나가르, 맘도우 나클라 등의 콥틱정교회 인권변호사들이 변호인단에 가세했다. 반면 정부측도의 만수르 아브델 가파르 변호사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원고들이 현재 서류상 이슬람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기독교로 바꿔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종교조작행위라고 비난하자, 원고측 변호인들은 이슬람 율법을 보면 이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슬람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고 맞받아쳤다.

지금까지 이집트의 법률은 기독교인이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지만, 반대로 이슬람 신자가 기독교로 개종하는 것은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법원의 이번 판결로 종교의 개종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 이슬람과 콥틱정교회 신자들에 대해 형평성 있는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새로운 판례가 세워질 수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하급심에서의 재심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만일 하급심에서도 이들 기독교인들이 승소할 경우 지금까지는 이슬람 신자가 기독교로 개종하고 자신의 주민등록증 상의 종교란에 명기된 내용을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바꾸려 할 경우 법원의 재판과 승인이 필요했으나 앞으로는 주무부서인 내무부에 요구만 하면 받아줄 수 있게 변할 수도 있다.

결론은 좋게 났지만, 재판 과정은 험악했다. 원고측의 람지 변호사(사진 아래)가 정부측 변호사인 마자르 파르갈리에게 “당신이 정부공무원이고 이슬람 신자가 자신의 종교를 기독교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하면 어떻게 하겠느냐 ”라고 질문하자 파르갈리는 나는 그의 목을 따버리겠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파르갈리 변호사는 재판에서 패소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이슬람신자가 기독교로 개종하고 이를 행정적으로 승인해 달라는 것은 사회의 질서를 위협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말을 들은 원고측 변호인은 “주민등록증 상의 기재 내용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을 바로 잡는 것이 사회의 안정을 뒤흔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가 법으로 한 사람의 개종을 막는 것은 이집트가 서명하고 비준한 여러 인권관련 국제협약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