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경비군을 상대로 치열한 총격전을 벌이며 자살폭탄 테러를 부추겼던 파키스탄 이슬람 급진세력 '붉은 사원'의 최고 지도자가 체포됐다고 현지 언론이 5일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파키스탄 치안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붉은 사원'의 최고 지도자인 마울라나 압둘 아지즈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체포 당시 아지즈는 부르카를 입은 채 여성으로 위장하고 사원을 빠져나오는 여성 대열에 끼어 있었지만, 이들을 검문하던 여성 경찰관에게 발각됐다.

12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 3일 총격전 이후 붉은 사원내 이슬람 세력들은 사원을 포위한 정부군과 사흘째 대치하고 있으며, 사원 안팎에서 총성과 폭발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원 안에 머물던 학생 등 1천여 명이 투항했지만, 여전히 수백명이 남아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우더리 모하메드 알리 이슬라마바드 부시장은 "지금까지 1천여명이 투항했다. 이 가운데 여성과 아이들은 사면되겠지만, 유혈 총격전 등 범죄에 연루된 남자들과 지도자들은 처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잔여 무장세력의 자발적인 투항을 종용하고 있지만, 사원측은 이를 거부하고 있어 대치 국면이 쉽게 막을 내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사원의 또 다른 지도자인 압둘 라시드 가지는 "정부와 대화할 준비가 됐다. 그러나 우리는 끝까지 버틸 것"이라며 투항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자베드 이크발 체마 정부 대변인은 "그들의 유일한 선택은 투항하는 길이다. 정부는 이들과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슬람 원리주의에 입각한 사회악 일소 등을 주장하며 반정부 투쟁을 벌여온 붉은 사원측은 지난 5월에는 사원 인근을 순찰하던 경찰관을 감금했으며, 최근에는 중국인 9명을 억류하기도 했다. 또 지난 3일에는 사원에 소속된 학생들이 인근 경찰서를 습격하고 정부 건물에 불을 지르기도 했으며, 치안군과의 총격전 도중 자살 폭탄 테러를 부추기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