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파사데나 장로교회 창립 13주년 기념예배를 드린 담임목사인 최호년 목사는 바울이 갈라디아의 교우들에게 보낸 편지에 쓴 "해산하는 수고"라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바울은 한 영혼을 그리스도의 형상을 이루기까지 양육하는 과정을 '해산하는 고통'에 비유했다. 이 고통은 끔찍하고, 야만적이며, 무자비하며, 잔인하다. 모든 생명은 모체에 살을 뚫는 아픔을 안겨주고 이 세상에 나왔다. 바울에 따르면, 영적인 생명의 탄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 가운데 모체에게 아무런 해를 입히지 않고 태어난 존재가 없듯, 해산의 수고 없이 태어난 영적인 생명도 없다.
최 목사는 이 말씀을 전하며 "다시"에 방점을 찍었다. '자유의 복음'이라 불리는 갈라디어서에서 바울은 갈라디아 교회 안에 율법주의가 스며들 와 '오직 은혜로만 구원을 얻는다'는 가르침을 가려버린 데에 울분을 토하며 이들을 '다시' 복음으로 굳건히 세워야함을 역설했다. 지난 8월 17일 파사데나 장로교회로 부임해 온 신참내기 담임목사인 최 목사가 이 교회를 이끌기 시작하며 꺼낸 화두도 바로 "다시"였다.
-파사데나 장로교회로 부임을 결정한 이유는?
최호년 목사: 아메리카 장로교(Presbyterian Church in America(PCA))소속 목사이기 때문에 다소 진보적인 미국장로교(Presbyterian Church of United States((PCUSA))로 옮기는 것에 대한 염려가 있었다. PCUSA는 포용성이 강하다. 그러한 면에서 따뜻함을 많이 느꼈다. 또 개방성이 강하면서도 보수적인 교회나 목사님도 많이 계신다. 보수적 교단 출신이라도 문제될 게 없었다. 하나님의 철저한 인도하심이지만 특별히 이 교회에 비전을 둔 것은 이전 교회에서 중고등부와 EM사역을 했기 때문이다.
- 자기소개를 해 달라.
최 목사:시카고에서 11년 정도 있었다. 트리니티 복음주의 신학교에서 신약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시카고 한인교회를 섬겼다. 중고등부사역부터 시작해 유년부, 초등부를 거쳐 장년부를 섬기며 수석부목사로 시무했다. 시카고 한인교회는 선교하는 교회다. 특별히 북한사역을 하고 조선족 교회를 세웠다. 이를 통해 교회의 본질을 배웠다. 그전에는 평신도 복음 전도 훈련인 '전도폭발' 운동을 일으킨 제임스 케네디(D. James Kennedy) 목사가 설립한 플로리다 주 낙스 신학교(Knox Theological Seminary)에서 목회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92년도 군대에서 부활주일에 세례를 받았다. 저를 위해 늘 기도해준 후배가 있었는데 그 후배를 통해 전도됐다. 98년도에 미국에 온 후 하나님의 은혜를 많이 깨달았다. 교비 장학생으로 미국에 왔으나 몸이 마비돼 물도 마시기 힘들고 눈조차 감을 수 없어 공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때 하나님을 간절히 찾았고 새로운 생명을 주시면 하나님 앞에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건강을 회복한 후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지, 이곳에 계속 머물어야 할지 갈등이 들었다. 이곳에 보내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일지 고민했고, 한 학기 후 공부를 중단하고 한 시간 떨어진 곳에 있는 낙스 신학교에 입학했다. 아프고 나서 한 차례 사건이 있었다. 결혼 후 미국으로 건너와 신혼살림을 차렸는데 집에 도둑을 들었다. 그 일을 계기로 세상적인 꿈을 다 내려놓고 하나님의 종이 되기로 결심했다.
- 다문화교회로서 다른 한인교회와 다른 어떤 장점과 어려운 점이 있나?
여러 회중이 함께 하니 서로를 많이 배울 수 있다. 예를 들면 파사데나 장로교회는 140년이 됐기 때문에 깊은 믿음의 뿌리가 있다. 이 교회를 지켜온 분들이 지닌 중요한 정신 중 하나는 '지역을 섬기려는 마음'이다. 지역 공동체를 섬기는 마음이 강하다. 한 예로, 수요일 정오에 매주 콘서트를 열며 홈리스들을 위한 바베큐 파티를 열거나 홈리스 센터를 찾아가 음식을 대접하고 양말을 나눠주는 등 홈리스를 섬긴다. 한인교회는 13년 밖에 안됐기 때문에 한인회중만 생각하고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기 쉬운데 그들을 통해 지역사회 섬김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다. 이외에 히스패닉 성도도 3년, 일본 회중도 2-3년 됐는데 잘 성장하고 있다.
어려운 점이라면, 다른 문화와 언어를 낯설어하는 분들이 계신다는 점이다. 다른 언어, 문화권 사람들과 계속 소통해야 하고 함께 해 나가야 하는데 이런 새로운 구조에 대해 낯설어하시는 분들도 계시다.
- '다문화' 비전을 좀 더 구체화한다면?
저도 성경적 근거와 답을 찾고 있다. 사도행전 2장의 오순절 사건이 보여주듯 성경적 근거가 필요하다. 성도들에게 '다문화'라고 말하면 의미가 잘 다가오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특별한 교회를 주셨는데 큰 그림보다는 지체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고 도와주며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부터 되지 않는데 우리가 어떻게 선교할 수 있으며 어떻게 다른 나라까지 가서 전도할 수 있겠나? 멀리 멕시코 까지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위의 홈리스부터 찾아가며 섬김을 실천해야 한다. 다문화의 핵심은 '영혼구원'이다. 그 마음만 있으면 인종, 세대를 뛰어넘을 수 있다. 예수님께서 행하셨듯 인종과 나이를 불문하고 영혼을 섬기는 마음에서 선교가 시작된다.
- 예배는 어떻게 드리나?
각자 독립적으로 드린다. 영어회중과 히스패닉회중은 전통적 예배를 드리며 한인회중은 좀 더 현대적인 예배를 드린다. 한인예배는 창립기념일 같은 절기에는 자녀들과 함께 연합으로 그리려 한다. 자녀들이 부모들과 함께 드릴 때 받게 되는 특별한 은혜가 있다. '분리'보다는 '하나됨'을 교회 안에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매달 각 회중 예배 시간에 성찬식을 거행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우리 중심은 그리스도임을 되새기며 서로 하나가 될 수 있다. 전체 회중 합동예배는 1년에 2~3회 드리며, 다른 회중에 가서 말씀을 전하기도 한다. 최근에 미국회중, 일본회중 예배에서 설교하기도 했다.
- '다문화'라는 비전 아래 목회철학도 달라졌을 것 같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본질은 같다. 성도들이 하나님의 은혜에 갈급해 하고, 은혜를 바라며, 교회다운 교회를 보고자 하는 것, 참된 교회가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는 진정한 하나님의 집이 되길 바라는 것은 동일하다. 우리 교회는 아트센터, 칼텍(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파사데나 시티 칼리지가 가까이 있어 청년들과 젊은 부부가 많아 그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또 풀러신학교가 바로 옆에 있어 목회자 가정이 많은데 그분들이 쉴 수 있고 재충전할 수 있게 도우며 그분들로부터 말씀을 듣기도 한다.
- 목회자 문제로 상처 받은 교인들을 어떻게 치유할 계획인가?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다. 일년 넘게 담임목사자리가 공석이어서 교인들이 많이 지쳤고 실망과 좌절, 낙심이 매우 깊었다. 목회자로서 말씀과 본질을 중시하면서 위로와 격려, 소망을 주려한다. 순모임에 동참해 그들의 기도제목, 가정사, 힘들었던 일에 관해 들으며 관계를 쌓아가고 있다.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듣는 목회를 하려한다. 앞으로는 일대일 양육이나 심방을 통해 관계를 형성해갈 계획이다. 또 리더 등 교회 직분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들의 양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 어떤 이들이 함께 하나?
유치부, 유년부, 중고등부, EM, 장년부, 찬양 담당 사역자들이 있다. 우리 교회에 젊은 층이 많아 2세 교육에 관심이 많다. 교역자들과 함깨 '어떻게 복음을 자녀들에게 전해야 하나'를 항상 우선으로 고민한다. 특별히 목회자 가정이 본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 저희 가족은 홈스쿨링을 통해 자녀들을 교육하고 있다. 홈스쿨링은, 낙스신학대학원을 다닐 때 주위의 교수님과 가정의 자녀들이 참 반듯하고 순수했는데 그분들께 영향을 받았다. 목회사역과 교수사역으로 바쁘면서도 가정을 중시하며 자녀와의 시간을 굉장히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자녀를 낳으면 홈스쿨링을 하기로 결정했고, 시카고로 와서 자녀를 낳은 후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 목회철학에서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강조했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
먼저 하나님과의 관계를 통해 은혜를 충분히 받고 그 받은 은혜를 쏟아 붓는 것이 목회라고 생각한다. 설교할 때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나 하나님의 마음도 함께 전해야 한다. 하나님의 뜻 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목자의 마음을 품고 하나님의 마음을 전해야 한다. 그것이 목회자의 생명줄이다.
- 목회철학에서 밝힌 '사람을 잃지 말라'는 신념을 더 설명한다면?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사람이 안보일 때가 있다. 일은 잘 됐는데 정작 사람은 다 떠나고 없을 때가 있다. 부교역자로 섬기며 '사역에만 집중하면 나중에 영혼을 잃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역보다 중요한 게 생명이다. 일을 이루기 위해 생명을 돌보지 않거나 그 영혼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면 결국 그들 영혼이 죽는다. 일(Doing)과 존재(Being)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행사나 프로그램 등 기계화된 방식을 통해 하나님을 가까이 하려 하면 그게 없으면 신앙이 무너지고 만다. 그보다는 하나님 앞에 한 사람이 바로 서서 매일의 삶에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갖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
- 목회에 있어 관계를 중시하는 거 같다.
신앙생활은 관계적 요소가 많다. 어떻게 용서하고 어떻게 섬기는 지를 교회가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부모가 삶을 통해 자녀가 신앙을 배우고 부모의 신앙이 자녀에게 스며들듯 자연스럽게 가르치고 싶다. 프로그램이나 행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삶으로 배울 수 있어야 한다.
- 미국장로교단의 '동성애자 목사 허용'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장로교단은 그들을 포용하는 능력은 강하나 한인성도들은 다른 한인교회들과 마찬가지로 보수적인 편이다. 동성애는 분명한 죄이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을 대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교단 안에서 빛을 내는 사명을 내는 사명을 감당해야 하지 않겠는가, 교단을 떠나는 것만이 답인가? 그 교단 안에서 목소리를 내는 사명을 감당해야 하지 않겠는가? 만약 그 논리대로라면 공립학교에 아이들도 보내지 말아야 한다. 교회 내에서 대다수가 동성애를 죄로 가르치지만 학교에선 공공연하게 자연스러운 것이라 가르친다. 그렇다고 학교를 떠나는 것 보다는 빛 된 자로서 친구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게 올바른 것이 아닌가? 또, 그렇게 생각하면 캘리포니아도 다 떠나야 된다. 저는 이 교단 안에 있는 게, 그들을 정죄하지 않고 그들을 받아주지만 죄를 죄라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라 생각한다.
* 최 목사는 칼럼을 통해 동성애에 관한 생각을 밝힌 바 있다.
바로가기 :예수님의 시선과 마음 http://www.weppc.org/?p=10636
- '다시 성경으로'라는 표어를 정했다. 이 표어를 어떻게 실천하고 있나?
성장을 추구하는 교회가 아니라, 진짜 크리스천이 뭐고, 교회가 뭔가에 중점을 둔다. 눈에 보이는 성장이 아니라 아픔과 치유를 통해서 우리자신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를 점검했으면 좋겠다.
- 성경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의 의미는?
13주년 예배를 드리면 그런 얘기를 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게 해산의 수고다. 해산의 수고 없이는 생명이 태어날 수 없다. 교회는 생명의 헌신과 수고로 세워지는 것이다.' 13년 전 파사데나 장로교회가 한인회중을 섬기기로 결정했을 때 영어회중의 절반이 교회를 떠났다. 이러한 아픔과 희생의 터 위에 한인교회가 세워진 것이다. 다시 해산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본질로 돌아 가야한다.
- 전도와 선교는?
전도는 문이 막혔었다. 교회가 하나님의 영광을 땅에 떨어뜨리고 큰 죄로 인해 교인들이 낙심되면서 전도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다시 회복되고 있다. 한 성도님이 '우리가 이제 나가서 나팔 불 수 있겠다고, 아프기도 아프지만 교회 자랑을 할 수 없었다. 서서히 회복되면서 전도하고 싶은 불꽃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도는 전도 집회 같은 프로그램보다는, 한 사람 한사람이 회복되어서 은혜를 받고 자연스럽게 되어야 한다. 각자의 일터에서 하나님을 자랑하며 평강을 전하고 허물을 덮어주는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도하는 게 올바른 방식이라 생각한다. 지역전도에 초점을 두고 있다.
- 파사데나 장로교회에 관한 소망과 비전은?
큰 비전은 제 마음은 한 영혼 한 영혼이 뜨겁게 예수님을 만나서 어디 있든지 하나님의 은혜를 전하고 믿는 것뿐 아니라 말씀을 지키기 위해 씨름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또 학교가 가까이에 있어, 공부하면서 밤을 새는 청년들이 많은데 청년의 때에 학업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밤을 새워 하나님을 깊이 만났으면 좋겠다.
-어떤 목회자가 되고 싶은가?
한 길을 갔으면 좋겠다. 이 소명, 사명, 이 한 길만 가도 좋겠다. 남편, 아빠의 자리를 잘 지켰으면 좋겠다. 목회의 길, 그 한 길만 가고 싶다.
파사데나 장로교회
주소: 585 E. Colorado Blvd., Pasadena, CA 91101
홈페이지: http://www.weppc.org/
예배시간: 주일 1부 예배 10시, 2부 예배 12시, 금요찬양예배 8시
전화: 626-795-6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