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설레는 귀향길, 의미있는 만남과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 '성경적 가정원리', '그리스도인의 결혼생활'에 대한 '영혼의 의사' 마틴 로이드 존스(David Martyn Lloyd-Jones) 목사의 조언을 들어 보자.
◈자녀의 순종, 자연 이치이자 태초의 원칙
로이드 존스 목사는 에베소서 강해를 통해 사도 바울이 전하는 가족 간의 관계에 대해 교리를 바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가족>이라는 책에는 특히 자녀와 부모 사이에서 오는 여러 상황들에 대한 권면이 담겨 있다. 그는 기독교인 뿐 아니라, 비기독교인들도 가정생활에 대한 바울의 권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한다.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는 자녀로서 부모를 공경하는 것이 "태초부터 삶의 기본 원칙이자 자연의 질서 가운데 하나로 존재해 왔다"고 말한다. 이는 당연한 일이자 '옳은 것'이다. 부모에게 순종하지 않는 것은 자연의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고, 인간의 본성에 깊이 뿌리박힌 원리를 파괴하는 행위가 된다. 이는 '약속 있는 첫 계명'이기도 하다. 나아가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한층 깊은 진리를 드러낸다. 하나님이 우리의 아버지이시기 때문이다.
존스 목사는 가정의 붕괴가 곧 사회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이는 그가 이 글을 썼을 당시 영국의 상황이나, 지금 우리나라의 형편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만 해도 각종 사건사고의 근원과 배경에 어그러지고 깨어진 가정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는 "가정의 개념과 가족 관계, 가정생활이 깨어지면, 우리는 헌신의 목표를 잃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며 "하나님이 십계명의 다섯 번째 계명에 약속을 덧붙이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듯 하다"고 말한다.
◈부모가 자녀들의 믿음을 방해할 경우
자녀는 예수님을 믿고 부모님은 그렇지 않을 경우, 즉각 갈등이 불거지게 돼 있다. 명절 때는 멀리 떨어져 있던 부모를 오랜만에 만나지만, 이러한 갈등 상황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로이드 존스 목사는 단언한다. 사도 바울이 명한 '부모 공경'이 조건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다만, 믿지 않는 부모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찬찬히 정리해야 한다.
단 한 가지 예외적인 상황이 있는데, 하나님과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이다. 로이드 존스 목사는 "만일 부모가 하나님을 믿지 말라며 그분에 대한 순종을 방해한다면, 부모의 말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며 "부모가 의도적으로 죄를 짓도록 유혹하거나 강제로 옳지 못한 일을 하게 할 때도 순종할 필요가 없다"고 전한다. 그는 "하지만 그 밖의 경우에는 부모에게 순종하는 것이 옳다"며 "물론 마지막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는 참고 견뎌야 하고, 심지어 하나님과의 관계가 위태롭다고 생각되는 상황이더라도 일단 최대한 양보하고 화해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럴 경우 안타까운 마음으로 부모를 염려해야지, 오히려 부모를 무시하면서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는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갈 때는 항상 올바른 동기가 필요하고, 특히 기독교의 원리를 주장할 때는 성급한 태도나 상대방을 멸시하는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로이드 존스 목사는 "이렇게 실천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겠지만, 하나님의 명령이므로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부모의 말을 거역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쳤을 때, 마음에 힘을 얻고 올바른 판단을 유지하려면 그런 태도를 취해야 할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훈육, 극단의 조화
부모들에게, 로이드 존스 목사는 먼저 성경의 두 구절을 읽어준다. '매를 아끼는 자는 그의 자식을 미워함이라(잠 13:24)',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엡 6:4)'. 그는 "훈육의 문제는 바로 이 두 극단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하면서. 존스 목사는 "우리의 문제는 양자의 균형을 유지하지 않고 극단에 치우치는 데서 파생한다"며 "그러나, 성경은 극단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다.
'딸바보'라는 신조어가 상징하듯 갈수록 엄격함보다는 자상함이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 로이드 존스 목사의 '균형감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린아이가 좋아하는 대로 놔둬야 한다', '은혜만 있으면 율법은 필요 없다', '말과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면 사람은 바뀐다'는 현대의 신념들에 맞서, 그는 도처에서 훈육과 징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성경'을 펼쳐놓는다. 하나님은 은혜 이전에 율법을 허락하셨고, 이 조항들을 어겨도 아무런 해가 없으리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다는 것.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정확한 징벌'을 가할 수 있을까. 여기서도 그의 유일한 대응논리는 '성경'에 있다. 징벌을 가하되,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성령으로 충만한 채 균형 있는 통제력을 유지하려면 ①자신의 감정을 먼저 다스리고 ②감정과 행동에 일관성이 필요하며 ③언제나 합리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④자녀의 유익을 위해 행동하며 ⑤인격적이고 지성적으로 훈육하고 ⑥합리적인 태도로 징벌하며 ⑦자녀의 성장과 발전을 인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녀들의 교육을 학교에 떠넘기지 말고,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해야 한다.
◈고부 갈등, 결국 부부의 사랑으로
즐거운 명절이지만, 며느리들은 피곤하다. 시키는 것 없어도 힘들고, 함께 있는 것 자체가 긴장과 부담으로 다가온다. 로이드 존스 목사가 '라디오 DJ'처럼 시시콜콜한 처방전을 건네는 것은 아니지만, 에베소서 5장을 바탕으로 한 <그리스도인의 결혼생활>에서 남편과 아내 사이의 근본 원리를 제시해 준다.
로이드 존스 목사는 '결혼'을 그리스도의 구원 사역이라는 교리를 토대로 설명한다. 그리스도인의 연합은 곧 그리스도와 교회의 연합이라는 것. 이 원리를 알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혼생활은 삐걱거리고 구원 받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살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에베소서 본문에 나타난 아내의 복종과 남편의 사랑, 그 각각의 의무와 명령을 그리스도인의 복종과 그리스도의 사랑과 구속으로 설명하며 실제적 실천을 촉구해 나간다.
존스 목사는 바울의 아내와 남편에 대한 권면을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즉 부부 간에 서로 인정하거나 좋아할 수 없는 것들 즉 여러 결함과 부족함, 실패와 죄를 발견하고,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며 서로 비판하고 정죄하고 다투고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어떻게 구원받아 신자가 되고, 교회의 지체가 되었는지를 망각했기 때문이다. "사랑은 떨어지지 않는다. 사랑은 모든 결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계속된다." 믿지 않는 가정들과 다를 바 없이 고향으로 내려가는 부부에게,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는 외치고 있다. "그리스도인의 결혼이 그리스도인들끼리 결혼 관계를 맺는 것만 다를 뿐, 세상 사람들의 결혼과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는
20세기 최고의 복음주의 설교가로 불리는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1899-1981)는 영국 남웨일즈에서 태어나 26세에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할 정도로 촉망받던 '청년 의사'였으나, 하나님께서 '영혼의 질병'을 고치는 목회자가 되기를 바라심을 깨닫고 1927년 의학계를 떠나 목회에 헌신한다. 그는 성경의 권위가 훼손된 현대 교회를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한 권위를 가진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하게 설교하는 것과 교회의 진정한 부흥이 맞물려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저서로 <부흥>, <영적 침체>, <설교와 설교자>, <복음주의란 무엇인가(이상 복있는사람)>, 요한복음·사도행전·로마서·에베소서 강해 시리즈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