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이라 불리는 두 여성이 나란히 같은 출판사에서 에세이를 펴냈다. <청춘아 가슴 뛰는 일을 찾아라>, <숨지 마, 네 인생이잖아>, <당신도 언젠가는 빅폴을 만날 거야>에 이은, 국제사회복지사 김해영 선교사의 <다행이다, 아침이 온다>와 자녀 양육을 위해 캐나다로 떠났다 다시 돌아온 이성미 집사의 <사랑하며 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이다. 김해영이 '희망'을 말한다면, 이성미는 '사랑'을 노래한다.
◈"나야말로 그 마을에서 희망을 찾아냈어요"
다행이다, 아침이 온다
김해영 | 두란노 | 264쪽
134cm라는 작은 키로, 원망과 불평 대신 오지 아프리카로 떠나 다른 사람을 섬기고 있는 김해영 선교사. 조금씩 알려지다 보니, 많은 이들이 '아프리카에서 어떤 일을 경험했기에 그토록 강력한 사람이 되었는가' 하고 궁금해 한다고 한다. 성공하는 비법이나 결핍을 강점으로 해석할 수 있는 비결 말이다.
하지만 김 선교사는 "아프리카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는 선생님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는, 한 다큐멘터리 촬영팀 PD의 스치듯 건넨 말을 듣고는 깨달았다. "한 사람의 인생에게 이보다 더 멋진 말이 있을까요?"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14년 동안 수많은 아침을 맞았다. '다행이다, 오늘 이 아침, 살아있지 않은가!' 하며 맞았던 날들이다.
"그 아침이 오기까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절감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육체적으로는 죽지 않았지만, 영적으로는 계속 죽음을 경험한 날들이었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
김 선교사는 말씀처럼 자신이 '굿 호프(Good Hope)라는 거친 땅에 심긴 한 알의 밀알 같은 처지'였다고 말한다. 굿 호프는 남부 아프리카 보츠와나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그녀는 20대 중반에 평생 처음 들어 본 이 나라에 가게 됐다. 14년 후, 지금 천만다행으로 그 긴 시간 죽고 또 죽는 과정을 통과하여 마침내 온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오늘 이 한 날이 거칠고 힘들어도, 내일 아침이 온다는 단순하고 소박한 믿음 안에서 평화와 감사를 누리고 있습니다."
김해영 선교사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한 순간을 보츠와나의 굿 호프 마을에서 살던 시절이라고 고백한다. "마치 목걸이 한가운데 걸린 보석과 같이, 반지 위에 올려진 보석과 같이 이 시절과 함께 살았던 사람들이 항상 내 마음 가운데서 반짝이며 빛을 내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런 거친 환경에서 보츠와나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간 삶의 희망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나야말로 그 마을에서 희망을 찾아냈으니 말입니다. 굿 호프 이야기는 바로 제가 찾은 인생의 행복이자 하나님 안에서 찾은 삶의 의미입니다."
◈캐나다로 떠나, '기도' 덕분에 '사람'이 되다
사랑하며 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이성미 | 두란노 | 324쪽
"나는 지금 행복하다. 무엇을 가져서가 아니라, 무엇이든 놓을 수 있어서."
책 제목도 그렇고 위의 고백도 그렇고, 뻔한 듯하지만 쉽게 꺼낼 순 없는 말들이다. 하지만 이성미 집사에게는 버림받은 것 같은 인생 속에서 만난 주님이 계셨다. "숨쉬는 것조차 포기했을 때, 사방이 막혀 있을 때, 바닥에 쓰러져 있을 때, 주님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게 오셔서 손을 잡아 일으켜 주셨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대책도 없이 '아들의 유학'을 핑계로 떠난 캐나다. 하지만 뒤늦게서야 이러한 과정에서도 하나님의 계획하심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밤이 밤이고 낮이 낮인 시간을 얼마만에 가져본단 말인가! 일을 완전히 내려놓고 아이들 옆에서 하루종일 엄마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린 내게 캐나다는 하나님이 주신 쉼터였다. 정말 감사했다."
이 집사는 정착했던 밴쿠버에 이민교회가 세워지는 등 나름대로 적응해 가던 차에, 서울에서 '톱 탤런트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듣고는 너무 놀라 후배들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단다. 실제로 통화를 해 보면 후배들은 '다음엔 내 차례 아닌가' 해서 무서워 떨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을 기도하다, 뜻하지 않은 기도가 나왔다. "주님, 제가 가겠습니다." 이 집사 자신도 놀랐다. 후배들에게도 돌아와 달라는 전화가 오기 시작했고, 결국 돌아왔다.
"내가 안주한 곳에서 떠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알았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은 얼마나 어려웠을까? 성경에 나오는 부자 청년이 생각났다. 아브라함이 믿음의 조상이라 불리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힘들게 영주권을 얻었고, 시민권 획득을 앞두고 있었지만 돌아섰다. 아이들에게 시민권을 주고 싶었지만, 하나님께서 "넌 천국 시민권이 있는데, 다른 나라 시민권이 또 필요하니?" 라고 물으셨기 때문이다.
이 집사는 캐나다 생활에서 '기도'를 얻었다. 기도 덕분에, '새 사람'도 아닌 '사람'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돌아와서 그녀는 "하나님이 왜 나를 가장 전성기일 때 캐나다에 보내셨는지" 알게 됐다고 한다. "내가 최고의 자리에서 떠났기에, 다시 이 땅에 돌아왔을 때 그 자리에서 일할 수 있었다. 만일 슬럼프에 빠졌을 때 떠났다면 다시 돌아왔을 때 설 자리가 없었을 것이다. 하나님은 이미 내가 돌아올 자리까지 예비해 놓으셨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모두 버리고 갈 수 있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이성미 집사는 책에서 이외에도 자녀 교육에 대한 단상과 어린 시절, 그리고 여러 연예인 공동체들을 하나로 묶는 연합예배가 세워지는 과정과 '간증계의 이효리'로 놀림받은 사연 등을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