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기독교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남부와 중서부 주들을 가리키는 '바이블 벨트(Bible Belt)' 지역에서 처음으로 동성결혼을 허용한 주가 나왔다.
11일은 아칸소 주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첫날로, 이날 적어도 12쌍의 동성부부에게 결혼 증명서가 발급됐다. 앞서 주 연방법원은 동성결혼을 금지한 법안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크리스 피아자 판사는 "아칸소 주의 동성결혼 금지 법안은 미국 헌법에 명시된 동등한 권리 보장이라는 원칙에 위배된다"며, "결혼을 이성 커플에게만 허용하는 것은 평등의 정의를 축소시키는 것으로 위헌에 해당하며, 이성적인 근거 없이 소수 집단을 배척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관행이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판결에 따라 아칸소 주에서는 동성부부에게도 결혼 증명서를 발급해 주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증명서 발급과 관련해서 주의 행정 체계에는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아칸소 주 내 여러 카운티들의 연합체인 AAC(Association of Arkansas Counties)를 이끄는 크리스 빌린스 사무총장은 "판결문은 우리가 언제부터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하는지를 명시해 주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주 차원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첫날 이전에 이미 15쌍의 동성부부가 증명서를 발급 받기도 했다.
한편, 피아자 판사의 판결은 1997년 통과되어 현재까지 유지되어 온 동성결혼 금지법을 완전히 뒤집은 것으로, 대부분이 기독교적이고 보수적인 주민들의 정서와는 반대되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피아자 판사는 "우리의 자유에 대한 의식은 매우 느린 속도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전 세계의 자유의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자유는 사생활을 가질 권리 또한 포함하는 것이다"고 판결 당시 밝혔다. 그는 "이제는 우리가 이 자유의 빛을 모든 형제 자매들에게 전할 때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아칸소 주 정부는 이러한 판결에 대해 항소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애런 샌들러 주 정부 대변인은 "우리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지만, 우리에게는 주의 헌법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우리는 항소할 것이다"고 전했다.
보수주의 주민들 역시 주 정부의 이러한 계획을 지지하고 있다. 보수주의 가족 단체인 아칸소패밀리카운슬(Arkansas Family Council)의 제리 콕스 회장은 "피아자 판사는 아칸소 주민들의 뜻에 반한 결정으로 모두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현재 미국에서는 워싱턴DC와 17개 주(캘리포니아, 코네티컷, 델라웨어, 하와이, 일리노이, 아이오와, 메인, 메릴랜드, 메사추세츠, 미네소타, 뉴햄프셔, 뉴저지, 뉴멕시코, 뉴욕, 로드 아일랜드, 버몬트, 워싱턴)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어 있다. 바이블 벨트에서는 아칸소 주가 처음으로 동성결혼을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