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과 부활주일이 지났지만, 이 땅은 깊은 슬픔 속에 잠겨 있다. 그리스도인들이라면, 누구보다 고난 당한 이들을 따뜻하게 품고 함께 울어줘야 할 것이다. 고통받는 이웃들을 생각하고 기도하며 돕게 하는 도서들을 살펴 본다.

헬프

스티브 코벳·브라이언 피커트 | DMI | 364쪽

부제가 '상처를 주지 않고 도움을 주고 받는 성경적인 방법'이다. 최근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수많은 희생자와 유가족들이 발생한 상황에서, 비록 책의 포커스를 '가난한 이웃'에 맞추고 있지만 저 '마음이 가난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한 번쯤 들어볼 만한 이야기이다.

경제개발 전문가와 NGO 사역자인 저자들은 "인간 생활의 어느 부분도 단독으로 빈곤을 벗어날 수는 없고, 모든 인간이 그러하듯 가난한 사람들도 육체적·정신적·사회적·영적 다양한 필요를 지닌다"며 "따라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 적절하게 개입하려면 경제적 개발이나 보건, 교육이나 농업, 영성 훈련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한 마디로, 그리스도인들은 성경 말씀대로 가난한 이들을 도울 의무가 있지만 각 개인이 실천할 때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는 것.

저자들은 먼저 '예수님은 왜 이 땅에 오셨을까?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라는 복음을 말씀과 행동으로 가르치셨기 때문에 교회도 그 본을 따라야 하는데, 예수님은 그 복음을 특히 아프고 연약하며 가난한 자들에게 전하기를 즐겨하셨다"며 "교회는 말과 행동으로 예수님이 만왕의 왕이시고 공의와 정의, 평화의 왕국을 도래하게 하시는 분임을 공표함으로써 그분을 구현하는 삶을 살아야 하고, 이 일은 예수님이 일하시던 곳 즉 장님들과 병자, 버림받은 자와 가난한 자들 사이에서 행해야 한다"고 답한다.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돌봐야 하지만, 성경은 지역교회들이 이 일을 직·간접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에 대해선 자유를 부여한다. 저자들은 이를 '중요한 임무, 그러나 배타적이진 않은 임무'라 표현한다. 어떻게 할지 가장 좋은 길을 찾으려면 지혜가 필요하며, 지역교회의 직접적인 지도를 벗어나 사역을 수행할 때도 반드시 사람들의 영적 삶에 관해 하나님의 권위를 부여받은 지역교회와 연계해 일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그들은 조언했다.

어떤 상황이든 빈곤한 사람들을 위해 일할 때 제일 처음 할 일은, 그들이 처한 상황이 구제나 복구, 개발 가운데 어떤 지원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빈곤을 줄이려는 노력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이 단계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미국 교회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들 가운데 하나는, 복구나 개발이 필요한 상황에 구제를 적용한 일이다."

구제(Relief)는 천재나 인재에 따른 당장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긴급하고 일시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응급지혈'에 해당하고, 복구(Rehabilitation)는 지혈 후 시작하는 것으로 사람들과 공동체를 재난 이전의 긍정적 요소들로 돌려놓는 일이다. 마지막 개발(Development)은 계속적인 변화를 통해 관련된 모든 사람들, 즉 도와주는 사람들과 도움을 받는 사람들 모두가 하나님과 자기 자신, 다른 사람들과 기타 창조세계와 바른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후엔 각각의 단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

응급지혈에만 급급하다 보면, 그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대신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저자들은 그러한 '온정주의'를 피해야 할 요소라고 지적한다. 특히 '영적 온정주의'에 대해 그들은 "우리 가운데 많은 이들은 물질적으로 빈곤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설교단에서, 주일학교에서, 여름성경학교에서 하나님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때로는 물질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이 하나님과 더 깊은 교제를 하고 우리에게 알려줄 영감과 경험을 지니기도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말을 멈추고 그들에게 귀를 열 준비만 돼 있다면 말이다. 이 외에도 물자·지식·노동·관리 등의 '온정주의'가 있을 수 있다.

물질을 기부하는 사람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 투자 대비 가장 큰 수익"이라는 사실이다. 심원하고 지속적인 변화가 생기기까지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 예를 들어 '기증한 기계들'이 결국 벌판에 버려져 녹이 슬게 하지 않으려면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그런 장비들이 필요한지 여부도 결정하도록 하는 점진적 과정을 참고 인내하며 받아들여야 한다. 기부를 하고 나면 즉각적인 변화와 결과물을 보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음을 에둘러 표현한 말이다.

앞에 나왔던 부제처럼 '상처를 주지 않고' 이웃을 도우려면, 이웃 사랑에 '성경적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저자들은 교회와 사역자들이 자산에 기초해 참여지향적인 개발과정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되는 원칙들을 제시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①인격적인 변화를 위한 방아쇠를 만들라 ②도움을 줄 사람들을 동원하라 ③눈에 띄는 성공의 흔적을 빨리 찾아 보라 ④행동하며 배우라 ⑤변화를 가장 잘 받아들이는 사람들과 함께 시작하라.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빈곤한 사람들만이 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로, 우리는 다양한 면에서 빈곤하기 때문에 모두 변화가 필요하다.

저자들은 마지막으로 "도움을 주면서 영속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마법의 비결 같은 것은 없다"며 "개발은 결국 예수 그리스도의 화목하게 하시는 능력과 성령의 힘에 의지하는, 기본적으로 아주 힘든 과정"이라고 전한다. 그리고, 이 모든 기법이나 도구들보다 중요한 단계는 바로 '회개'라고 강조하고 있다. 교회 구제사역 담당자나 목회자, NGO 관계자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들이다.

"만약 당신이 물질적인 복을 받은 그리스도인이라면 여기 좋은 소식이 있다. 당신이 물질적 빈곤을 겪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첫걸음을 내디딜 때, 즉 근대적인 세계관을 회개할 때 당신 자신의 가장 깊은 갈증을 해결할 수 있는 답, 곧 당신의 세상과 연관되시고 당신의 모든 죄를 고치시며 당신을 하나님과 자신, 다른 사람들, 기타 창조세계와 화목하게 하시고 당신과 물질적 빈곤을 겪는 사람들을 모두 진정한 인간으로 다시 만드시는 왕, 골로새서 1장의 예수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