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목) 오전 9시부터 22일(토) 오후 5시까지 나성영락교회에서 "소원! 통일사역자 훈련"을 주제로 북한선교학교가 열렸다.

북한선교에 관심 있는 한인교회성도를 대상으로 열린 이 세미나에는 김경진 목사(나성영락교회 담임), 이철신 목사(서울 영락교회 담임), 양금희 교수(장신대), 하충엽 목사(서울 영락교회 선교전담)를 비롯해 이주성 팀장(월드비전 북한사업팀), 구혜미 전도사(영락교회 뉴코리아 국제학교 ), 강인덕 전장관(대통령 국가안보자문단) 등 북한선교 전문가들이 강사로 섰다.

김경진 목사의 설교로 시작된 첫째 날에는 ‘북한에 대한 이해 및 오리엔테이션’, 하충엽 목사의 ‘통이(統異)공동체란 무엇인가’, 강인덕 전 장관의 ‘북한 정치 이해’, 김내영 장로(평화통일 자문위원회 위원)의 ‘영락교회 북한선교사역과 자유인사역’, 양금희 교수의 ‘통일 이후의 사회적 통합’ 강의로 진행됐다.

나성영락교회
20일 오전 9시부터 22일 오후 5시까지 나성영락교회에서 "소원! 통일사역자 훈련"을 주제로 북한선교학교가 열렸다.

“통이공동체 : 분단시대의 끝에서 바라보는 미래”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한 하충엽 목사는 천지의 기상을 분간할 수 있듯 이 시대를 분간하는 것(눅12:56)을 강조하며, 베이비붐 세대가 뒤로 물러나고 그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와 2천 4백만의 북한 동포가 합쳐진 새로운 사회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새로운 시대에 대해 준비하지 못하면, 최윤식(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 박사가 예측하듯 ‘벼랑 끝에 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남북한 사람들의 정체성의 문제를 지적했다. “북한에서 사용되는 모든 물질에는 국가적 개념, 즉 혁명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평양에서 꽃은 주체사상을 나타내는 상징물이다. 예를 들어 매화는 애국적 절개를 나타내는 것이며, 해바라기는 민족의 태양을 상징하는 김정일화를 향하고 있다… (중략)… 이것은 주체사상의 핵심을 세뇌시키기 위한 상징물”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에서 언어를 어떻게 혁명의 도구로 사용하는지 설명했다. “1966년 북한의 문화언어 창달 정책에 의해 체제를 함축하는 단어들이 만들어졌다. ‘나는 할 수 있다’는 표현은 남북한에서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남한에서는 능력이 있거나 방법을 알고 있다, 혹은 의지가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나 북한에서는 ‘혁명의 완수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포한다. 즉 주체의식과 결부된다.”

그는 이러한 언어적 차이가 탈북 이후 어떤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지, 한 탈북민의 증언을 통해 알렸다. 탈북민은 “북한에서는 인민들은 항상 당이 어떤 요구를 하든지 간에 할 수 있다고 반응해야 한다. 그러나 이 때문에 남한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어렵게 직업을 얻어 첫 출근을 한 날, 과장이 일을 가르쳐주며 할 수 있느냐고 묻자 나는 버릇처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로 인해 나는 일을 배울 수 없었고 그와의 관계도 힘들어졌다”고 증언했다. 그는 서로의 언어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표층적으로 이해할 경우 남한과 북한 사람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행동 양식의 차이의 하나로 ‘약속’을 지적했다. 그는 탈북민 사역자들이 힘들어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탈북민이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한 탈북민에 따르면,“북한은 전체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약속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약속은 당의 특별한 목적을 위한 것이기에 개인의 이익을 위한 약속은 중요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위르겐 몰트만(Moltmann)과 미로슬라브 볼프(Volf)의 논의를 바탕으로 “이질화된 두 공동체서 한 사회 안에서 살아가기 위한” 과도기적 방법의 하나로 “통이(統異)공동체”의 형성을 제안했다.

그는 “13년간 영락교회에서 탈북민 사역을 통해, 남북한은 동질성의 공동체가 아닌, 이질화된 공동체임을 경험했다. 서로 다른 민족적 정체성을 가진 두 공동체가 한 공동체 안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은 공통의 민족적 정체성을 회복한다는 ‘통일’ 인식과는 구별돼야 한다. ‘통이’란 서로 다른 두 공동체가 한 공동체에 다른 공동체에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포용해주며 조화로운 공동체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몰트만은 그의 책 『God for a Secular Society: The Public Relevance of Theology』에서 예수님이 세리 마태의 집에 들어가 많은 세리, 죄인들과 함께 한 장면을 “다양성 안에서의 공동체 형성하는, 타자됨을 받아들이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해석한다. 몰트만의 제자인 볼프는 『베품과 용서』에서 타자에 대한 배제에서 포용으로 선회하기 위해 ‘회개’, ‘용서’, ‘타인을 위한 공간 만들기’ 그리고 ‘기도하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타자를 공동체로 환대했을 때, 새로운 정체성이 만들어 진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포용하며 서로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의 창출로 나아가는 과정이 통이공동체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첫째날 마지막 순서 “교회에서의 통이공동체”에서는 하충엽 목사,구혜미 전도사를 비롯해 두 탈북민이 패널로 나서 그들이 경험한 남북한의 이질성에 대해 전했다.

특히 기독교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북한에서는 어떻게 다르게 사용하는지 설명하며, 북한의 주체사상 주입방식에 대해 알렸다.

“은혜라는 단어는 주체사상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단어다. ‘영생은 수령이 은혜로 준다’라는 식으로 ‘은혜’는 김일성 수령 및 김정일 장군에게만 쓸 수 있는 단어다. 사랑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부모에게도, 부부 간에도 쓸 수 없으며 부부나 연인들은 ‘아껴준다’라는 말로 대신한다. 북한에서는 이 단어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고 함부로 쓰지 못한다. 한국에 와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부담스럽고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마태복음에서 ‘네 원수를 사랑하라’는 구절을 접했을 때, 김일성 원수를 사랑하라는 의미인 줄 알았다. 북한에서는 ‘적(enemy)’’의 의미로 원수를 발음할 때는 〔원쑤〕라고 한다. 북한의 두음법칙이 한국과 다르기 때문에 어떤 단어를 들으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다시 생각해야 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북한에서는 ‘려자(여자)’ ‘령도자(영도자)’라고 발음한다. 한국에 와서 ‘유일영도체계(북한에서는 유일령도체계라고 발음함)’라는 말을 들었을 때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지도자’라는 말도 오직 수령에게만 쓸 수 있는 단어인데 교회에서 리더가 되라는 들었을 때 어리둥절했다.”

하충엽 목사는 “북한에 가서 강의를 마치며 ‘이해가 되냐’고 묻자 안내를 해주던 사람이 북한에서는 그렇게 말하면 ‘다르게 생각하냐’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며 ‘리해가 되느냐’고 발음해야 한다고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하충엽 목사는 강의 참석자들에게 ‘백마’라고 하면 무엇이 연상되는지 물은 후, 다시 탈북민들에게 물었다.

탈북민은 “백마 탄 김일성, 김정일이 떠오른다. 어릴 때 ‘백마 노래’를 부르며, 수령을 태우는 백마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북한 대부분의 소녀들이 그렇게 자란다.”

또 한 탈북민은 11살 때 김정일 장군이 차에서 쪽잠을 자며 죄기밥을 먹는다는 뉴스를 접하고 눈물을 흘렸던 기억을 이야기했다. 이에 하 목사는 실재 김정일의 한끼 식사 비용이 180만원에서 200 만원을 호가했으나, 북한은 어린소녀가 ‘장군님의 쪽잠과 죄기밥’이란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도록 만들어 놨다며 황장엽씨의 말을 인용했다. “북한 사람들은 먹일 것이 없어 죽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정신이 병든 게 문제다. 굶어 죽어가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수령님을 잘 모시라’고 말하는 사회가 북한이다.”

하 목사는 “통일이 되면 우리가 맞이하게 될 2천 여명의 동포가 이런 사람들이다. 쉽고 간단하지 않다. 그리스도인에게 이를 준비할 사명이 있다”고 마무리 지었다. 한 탈북민은 “교회에서 하나님에 대해 말하는 것이 김일성에 대해 말하는 것과 너무 똑같아 거부감이 들었다. 지금은 왜 하나님이 어렵고 힘든 시간을 지나 이 땅에 오게 하셨는지 깨달았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많겠지만, 두렵지 않다. 앞으로 길바닥을 쓸건, 아프리카에 가 봉사를 하건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민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한국에 왔기에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통일 뿐이다. 이런 학술대회를 많이 찾아 갔는데,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북한 경제가 붕괴돼 통일된다고 전망하나 크리스천들은 김일성 사상이 무너져야 북한이 무너진다고 말한다. 나는 후자를 믿는다. 북한 사람들이 굶어 죽는다는 사실 보다 하나님도 모르고 죽어간다는 게 더 가슴 아프다”고 소회를 전했다. 구 전도사는 “서로 다르지만 한 분이신 하나님을 위해 기도한다. 학생들이 고향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을 흘린다. 통일 후 북한에서 함께 하나님께 기도하게 되길 꿈꾼다”며 강의를 마쳤다.

이후 21일(금)과 22일(토)에는 ‘북한교회 세우기’, ‘통일 이후의 사회적 통합’, ‘통일복지’ 등의 강의와 ‘북한의 교육 및 가정 이해’, ‘통일사역팀구성’ 등 활동을 통해 북한선교 및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통일 사회를 준비하고 새로운 사회적 통합의 가능성을 모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