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종교로서의 유교의 특성과 함께, 크리스천들에게 가장 민감한 조상 제사와 우상숭배 논란 등에 대해 짚어주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서론
현대 기독교와 유교와의 '대화' 내지 유교권 선교신학은 중세 중국에서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Matteo Ricci)가 다루었던 것 이상으로 신중하게 다루지 못하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는 유교에 대해, 종교라기보다는 오히려 인륜이나 정치윤리에 가깝게 여긴다. 그러나 유교는 한국에서 기독교를 가장 많이 핍박한 종교였다. 조선 500년간 국가종교였던 유교는 제사행위와 효의 행위를 동일시함으로 기독교 전래시 1천여명의 가톨릭 순교자를 내게 하였다.
현재도 한국에서는 유교의 유산으로 조상의 기일과 국가적 명절인 중추절 및 구정에 국민 다수가 조상에게 제사를 드리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조상제사는 유교적 종교행사일 뿐 아니라 무속 문화권에 토착화된 고등종교들과 사이비 이단 종파들까지 예외없이 시행해 오는 공통적 의례이며, 심지어는 가톨릭 신자들과 일부 개신교도까지 이를 허용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유교 윤리의 중심이 되는 충효사상은 유교를 하나의 종교로 대변하게 하는 조상숭배와 손을 꽉 잡고 있다. 한국의 무교적인 영성이나 유교는 영들의 충돌을 겪지 않고 영분별이 요청되지 않는다. 하나님 자신의 영을 받은 기독교의 배타적 영성과는 달리, 오히려 한국의 유·불·선교는 샤머니즘과 함께 종교다원적인 형태로 공존해 왔던 것이다. 한국 뿐 아니라 중세 중국에서도 유교권 선교는 오랜 선교 역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진했고, 유교권 선교를 위한 전략도 변변치 못한 실정이었다.
유교와 기독교의 관계는 먼저 두 종교의 세계관을 대조하지 않고는 어떤 것도 분별할 수 없다. 필자는 지면관계상 유교의 구원관은 따로 정립하지 않으나, 유교의 구원은 역사 내적으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유토피아를 이루는 것이다. 하나의 완전한 인간을 통해 이 유토피아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하며 '성인(聖人)'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유교의 인간론을 통해 자력구원관, 중세 '신유교'적 영혼 산화론, 조상숭배를 통해 보이는 샤머니즘적 내세관과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그러므로 필자는 먼저 유교의 세계관을 정의하고, 이어서 유교의 신관과 제사에 관해 서술하고, 조상숭배 문화권 선교접촉점 문제를 연구하고, 현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종교혼합주의 운동에 관해서도 언급한다.
우리는 여기서 유교의 종교철학을 통해 유교의 범신론을 간파하고, 유교가 기독교의 유일신론과 창조론을 만나게 될 때 유교의 범신론이 파괴되거나 기독교의 창조론이 파괴될 수밖에 없음을 예측하게 된다. 기독교와 유교의 대화는 한 마디로 창조론과 범신론과의 대화이며, 한 쪽을 포기하지 않고는 통합되지 않는 갈등을 피할 수 없다.
세계관
유교의 신관과 인간관은 먼저 세계관을 전제해야 비로소 논할 수 있게 된다.
공자의 세계관은 그가 친히 주석하여 후대에 전달한 역경에서 발견하게 된다. 역경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세계관을 간직한 경서로, 그 근본을 고대 최초의 신화적 황제 복희(또는 포희)에 두고 있다. 복희역(伏犧易)은 일월성신과 산천초목 등의 자연현상의 변화하는 이치를 관찰하여 음과 양의 원리로 설명하고, 그 형상을 괘도를 만들어 길·흉·화·복을 점칠 수 있게 한 것이다. 중국인들은 '8괘'가 가장 오래된 신화적인 인물 '복희'에게 근거했다고 믿는다. 이 복희 8괘도는 중국 최초의 세계관을 설명하고 있는 셈이다.
복희역은 음()과 양(-)의 3효를 겹쳐놓은 8개의 괘이며, 8괘는 공자의 역경 해설 '계사전'에서 설명하는 바와 같이 절대자는 태극이고, '태극'은 양의(兩儀), 즉 음과 양을 포괄하고 있다. 음과 양의 존재 근거를 공자는 태극이라 본다. 태극에서 음양 즉 양의가 출생(生)되고, 양의에서 4상(四象: 태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