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세상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변해야 할 사람들이 많다. 너나 나나 변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을 보라. 나는 바뀔 생각이 없다. 단지 너만 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서로 으르렁거릴 뿐이다.

 

이런 태도로 살아가니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가정도 부부도 신음하고 있다. 직장이나 사회에서도 달라지는 게 없다. 상대방만 변해달라고 요청하니 바뀔 게 없다.

수십 년 동안 신앙생활을 해 온 여자 집사님이 있다.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해 왔지만, 최근처럼 뜨겁게 하나님을 만난 건 처음이다. 남편은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다. 아주 보수적인 사람이다. '욱' 하는 남편의 성격 때문에 속상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동안 성격 차이로 힘들 때가 많았다. 아이들이 크면 헤어져야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어느 날 어느 여집사님이 그 집사님에게 '제자반 공부를 함께 해 보자'고 제안했다. 자신이 없어 주저했다. 그런데 결국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만둘까 생각도 해 보았다. 훈련을 받으면서 큰 변화가 없는 자신 때문에 부끄러워서.

그러던 어느 날부터 놀랍게 변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주님의 은혜다. 이미 주님께서는 각자에게 은사를 주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QT 과제를 하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자신이 받은 은사는 순종과 봉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생활과제 가운데 '남편에게 순종하고, 그 느낌을 알아오라'는 것을 주셨다. 그 전 주 공부에서 자신의 은사가 순종이라는 것을 발견했었다. 그런데 남편에게 순종하기에 대한 과제가 나왔다. 그래서 마음을 비웠다. 남편의 말에 토를 달지 않고,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남편이 시키는 일을 기분 좋게 따라 주었다. 남편이 좋아하는 것을 해주고, 남편이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호응해주었다.

이틀 정도가 지났다. 남편의 태도가 변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집안일을 전혀 도와주지 않던 남편이었다. 그런데 변하기 시작했다. 청소기도 돌려주고, 빨래도 널어주었다. 더 놀랄 일이 있다. 교회를 갔다 오니 분리수거까지 해놓았다. 아내가 없는데도 스스로 집안일까지 찾아서 했다.

집사님은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남편에게 그저 순종했다. 남편에게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남편이 좋아할 행동을 했다. 그랬더니 남편과의 관계가 회복되어갔고, 남편도 함께 변화하기 시작했다. 부부는 서로 소리 없이 변해가고 있었다.

어느 날 제자반 생활 과제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 쓰기'가 주어졌다. 남편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를 쓰는 동안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지금까지는 '내가 잘하면 남편도 잘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가를 바라고 헌신하려 했다. 그것을 생각하니 너무 부끄러웠다. 그래서 남편에게 약속했다. "앞으로 예수님처럼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과 순종을 하겠다"고. 남편을 존경하고 섬기겠다고 편지를 썼다.

제자반에서 생활과제를 나눈 후 사람들의 이목이 부담스러웠다. 사람들이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바라볼 것 같아서 부끄러워 숨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가식적인 마음을 버리고 순종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평소 "지금 당장 1천만원을 줄 테니 교회 가자"고 해도 절대 따라나서지 않던 남편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교회에서 전도축제를 하고 있는 중이어서 집사님이 남편에게 부탁했다. "당신을 잃은 양으로 올렸는데,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게 해 줬으면 좋겠어. 한 번만 가주면 안 될까?" 그런데 남편이 흔쾌히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다.

기대해 본다. 한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세 번이 되어 앞으로 하나님의 자녀로 신실한 신앙생활을 할 것을.

그저 놀라우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남편에게도 고마울 뿐이다. 예전에는 무엇을 바라고 행동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어떤 대가나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남편에게 순수한 마음으로 순종한다. 부부관계는 점점 회복되었다. 덕분에 자녀들도 평안해졌다. 제자훈련을 하며 배웠던 것들을 하나하나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수님의 모습을 닮아가고자 애써본다. 그랬더니 거기에서 기쁨과 행복을 맛볼 수 있었다.

복음은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킨다. 우리 안에 주인으로 모신 예수님이 한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변화시킨다. 인생 비전도 바꾸고, 삶의 태도도 바뀐다.

'무늬만 그리스도인'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날 게 없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주인으로 모신 사람에게는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사고체계를 바꾼다. 마음 씀씀이가 달라진다. 삶의 태도가 변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그 안에 계신 주인 때문에 습관도 달라진다.

주인이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아무리 자신에게 유익할지라도. 자신에게 편리할지라도. 자신의 코드에 맞추어 사는 게 아니다. 주인의 코드에 맞추어 살려고 애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주인의 기쁨을 위해 살아간다.

그런데 아는가? 나에게 일어난 변화는 또 다른 사람에게 전염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변화는 전염이다. 내가 변하면 내 주변의 사람들이 변한다. 변화는 멈추지 않는다. 계속해서 전염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기에 조직의 변화보다 사람의 변화가 중요하다.

상대방을 변화시켜서 내 인생이 변하길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것은 그저 욕심일 뿐이다. 그것은 강요일 뿐이다. 더 큰 불편을 초래할 뿐이다. 너를 바꾸어 내 인생이 달라지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세상은 갈등으로 물든다. 주님은 말씀하신다. 네가 바뀌면 세상이 달라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