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 교회 이야기
김도진 | 토기장이 | 280쪽
가나안 교회는 1986년 청량리 588 윤락가 한가운데 세워진 교회입니다. 장소가 만만치 않은 것처럼, 목사님도 특이한 이력을 가진 분입니다. 1939년 일본 나고야에서 출생, 해방 후 아버지의 고향 경남 함안에 와서 삽니다. 독립군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4·19 의거의 혼란기에 불의에 항거하지만, 경찰을 때린 사건으로 지명수배를 받고 쫓기듯 군에 입대합니다. 군 제대 후에도, 어머니의 죽음 이후 생긴 한을 술과 폭력으로 소진하며 알코올 중독자가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예수 믿는 아내를 얻었지만 술에 찌든 생활을 청산하지 못했고, 사기꾼들에 의해 전 재산을 날리고 허물어져가는 판잣집에서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암담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사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는데, 꿈 속에서 누군가 "나는 네 아내가 믿는 예수니라"고 말하면서 칼로 다리를 수술했습니다. 깨어보니 2년 동안 고통스럽던 다리가 하나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달려가 "내 아내가 믿는 예수가 내 다리를 고쳐주었다!"라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교회에 나갈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고, '이제 다리가 완전히 나았으니 전보다 더 자유롭게 술을 마시면서 돌아다닐 수 있겠구나' 생각했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험한 인생을 산 저자만이 아니라, 꼭 우리의 모습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들면 도와 달라 기도하고, 아니 때로는 기도하지 않았는데도 하나님의 일방적인 사랑으로 해결받았으면서도, 마치 내가 무엇을 해서 해결된 것으로 착각하며 다시 하나님을 지우고 내 맘대로 사는 우리의 배신 인생!
갑자기 베드로와 가룟 유다가 생각나네요. 베드로는 수제자로, 가룟 유다는 재정 담당 제자로 예수님을 따랐는데 중간에 둘 다 사고를 치죠. 베드로는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배신하고, 가룟 유다는 돈 때문에 예수님을 배신합니다. 나중에 둘 다 잘못을 깨닫는데, 그 순간부터가 중요합니다. 베드로는 회개를 했고, 가룟 유다는 후회를 했기 때문입니다. 잘못이 생각나서 울지만 울음을 그친 후 다시 그 길을 가면 '후회'가 되고, 마음과 방향을 바꾸어 다시 그 길을 가지 않는 삶의 변화를 이루면 '회개'가 되는 겁니다. 이 때 저자의 모습은 회개가 아니라 후회였습니다.
이렇게 저자는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했으면서도, 감사함을 모르다 세 번이나 사기꾼에게 당합니다. 그 많던 친구들은 모두 떠나고, 빚쟁이들만 찾아오는 상황 속에 빚쟁이를 피하려 삼각산 기도원에 갔는데, "내가 너를 도우리라!"는 예수님의 환상을 보게 됩니다. 그 순간 "주여! 제가 죄인입니다!"라고 베드로 같은 회개의 고백을 하는데, 42년간 행했던 온갖 범죄 인생이 필름처럼 눈앞에 지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에게 사기를 치고 죽음의 상황으로 내몬 사람들의 피를 보려 칼까지 품고 다녔는데, 십자가에서 피 흘리는 예수님이 그 마음을 대신 채워주면서 새 사람이 된 겁니다.
그래서 44세의 늦은 나이에 신학 공부를 시작했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 가나안 교회를 개척합니다. 그런데 노숙자들이 교회에 오니 교회 성도들이 떠나기 시작해요. "어디 신성한 하나님의 집에 더러운 인간들을 끌어들인단 말이오?"라며 장로들이 모두 나가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부흥의 은혜를 주셔서, 무당 골목에서 시작한 교회가 이전을 하게 되었는데, 그곳이 바로 청량리 588 사창가 한가운데, 당구장을 했던 장소였습니다. 1988년 어느 봄날 이곳으로 이전해, 노숙자, 부랑인, 깡패 등 갈 곳 없는 사람들의 쉼터가 된 겁니다.
김도진 목사님은 '가나안 쉼처' 입소를 위한 두 가지 약속을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절대로 술을 먹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 사람들은 한번 술을 마시면 하루 이틀이 아니라 몇 주 동안 마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활을 위해 금주(禁酒)부터 실천하게 한 겁니다. 또 하나는 예배에 참석하는 것입니다. 매일 새벽 5시 새벽예배를 시작으로 저녁 7시에 저녁예배까지 드렸습니다. 그래서 말씀으로 변화된 그들이 일을 하게 됐고, 그 소득의 십일조를 드리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조건 먹여주고 재워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큰 문제인 음주에 대해 자각을 주고, 말씀과 예배로 영적인 치유를 시도했기 때문에 놀라운 열매를 맺게 된 것입니다.
저자는 노숙자 쉼터의 자랑거리를 세 가지로 표현합니다. 첫째 '말씀 교육'입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프로그램이나 일시적인 훈련이 아니라 지속적인 말씀 교육 뿐임을 믿고 한 것입니다. 둘째는 '사랑'입니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그들이 감동을 받을 때까지 사랑을 주며 변화를 시도한 겁니다. 셋째 '노동'입니다. 예수님을 영접하면 절대 놀고 먹지 않는다는 확신 속에, 노동을 하나님이 주신 소명으로 받아들이게 한 겁니다. 그래서 이 책의 5부(변화된 사람들)에 보면, 정말 '하나님께 돌아오면 이렇게 될 수 있구나!' 하는 실제적인 간증이 넘칩니다. 그 분들의 인격을 존중해서 가명을 쓴 것도 참 아름답네요.
1년에 6-7백명 이상의 소외된 이들(노숙인, 출소자, 장애인 등)이 찾아와 변화되고 있는 이곳에, 저자는 2만명 이상 수용하는 교육 자활센터를 꿈꾸며 살고 있습니다. 그들 때문에 하나님 앞에 보여드릴 열매들이 생겼다는 목사님을 보며 참 도전이 됩니다.
'1년에 한 명이라도 이런 사람을 만나면 영적으로 돌보기 참 어렵겠다!'는 생각이 솔직히 들었습니다. 고아원에서 자라서 폭력을 일삼다 교도소에서 나온 청년, 결핵 3기로 뼈만 앙상하게 남은 날카로운 성품의 청년, 살인 등으로 삼청교육대까지 끌려갔다 온 건달, 항상 유언장을 지니고 다닌 22년 교도소 생활의 전과 8범, 20대부터 40대까지 폭행 전과로 인해 감옥에서 지낸 40대 사나이, 아내를 죽이고 무기수로 살다 감형되어 찾아온 사람! 이 모두가 예수로 인해 변화되어서 간증을 남긴 사람들입니다.
공감(共感)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네요. 김도진 목사님은 젊은 시절 이들과 비슷한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그들과 공감할 수 있었고, 복음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감동받을 때까지 사랑하라! 낮은 곳에는 경쟁자가 없다"는 저자의 고백이 강한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나는 무엇과 경쟁하며 살고 있을까? 여러분은 무엇을 보며 살고 계신가요?
사랑합니다. 하늘뜻섬김지기 이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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