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인 1963년 11월 22일, 널리 알려진 세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아직까지도 죽음과 관련한 음모론이 끊이질 않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멋진 신세계>를 쓴 영국의 올더스 헉슬리, 그리고 본지에서 꾸준히 ‘소천 50주기’를 맞아 소개하던 C. S. 루이스다.
국내에서 ‘C. S. 루이스’ 하면 홍성사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홍성사는 지난 2000년 1월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시작으로 루이스가 쓴 작품 22편과 관련 서적 9편 등 13년간 총 31편을 펴냈다. 50주기가 어느 누구보다 남다르게 다가올 ‘홍성사’가 말하는 C. S. 루이스와 그의 작품들, 그 ‘사용법’과 주요 에피소드들에 대해 들어보자.
-C. S. 루이스의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출간하게 되신 계기가 있다면. 현재까지 나온 관련 서적들의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루이스 정본 시리즈’를 내기 전, 당시 국내에 존재하던 루이스의 책들은 해외 출판사와 정식 계약을 맺지 않았고 질이 떨어지는 번역으로 루이스의 진면목을 독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정황이 무척 안타까웠고, 그만큼 한국교회에 C. S. 루이스를 제대로 소개해야겠다는 의지 또한 컸습니다.
지금까지 홍성사에서 펴낸 루이스의 책은 모두 31권입니다. 그의 저작이 22권이고, 연구서 및 관련서가 9권입니다. 열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루이스의 저작: 「순전한 기독교」, 「고통의 문제」,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네 가지 사랑」, 「시편 사색」, 「개인 기도」, 「기적」, 「인간 폐지」,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 「천국과 지옥의 이혼」, 「순례자의 귀향」, 「침묵의 행성 밖에서」, 「페렐란드라」, 「그 가공할 힘」, 「예기치 못한 기쁨」, 「헤아려 본 슬픔」, 「루이스가 메리에게」, 「루이스가 나니아의 아이들에게」, 「당신의 벗, 루이스」, 「영광의 무게」, 「피고석의 하나님」, 「기독교적 숙고」(22종).
루이스 연구서 및 관련서: 「C. S. 루이스, 기쁨의 하루」, 「C. S. 루이스 데일리 메시지」, 「루이스 대 프로이트」, 「루이스와 톨킨」, 「나니아 나라를 찾아서」, 「루이스와 잭」, 「C. S. 루이스와 기독교 세계로」, 「루이스의 서재」, 「조지 맥도널드 선집」(9종).”
-출판사에서 루이스의 책에 유달리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작품에 집중하면서 그의 사상에 영향을 미친 작품들까지 파고드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요.
“루이스를 제대로 소개하려고 애쓴지 어언 15년이 지났습니다. (해외 출판사와) 정식 계약을 하고도 출판하기까지 다른 책들보다 몇 배나 더 노력과 수고가 들었습니다. 이종태 목사님, 김선형 선생님 등 처음 역자 분들의 공이 큽니다. 사진을 참고하기 위해 온 세계의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골라서 값을 치르고 사는 일도 수 개월씩 걸렸습니다. 루이스의 사인 하나도 당시 미술팀장 권진숙 선생님이 정교하게 다듬고 매만진 것을 사용했습니다.
루이스의 다양한 면모를 더 잘 알리기 위해 루이스 전문가를 찾아 그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독자들에게 제공했고, 그에게 영향을 주거나 자극을 준 저자들을 선별하는 작업을 오래도록 해 왔습니다. 책임 편집자를 영국 현지에 보내 루이스가 지낸 곳들을 답사하게 하기도 했지요. 부디 루이스가, 대한민국 땅에 홍성사가 한글로 당신의 글을 이렇게 열심히 전파했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음을 기억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여전히 그를 품고 사는’ 홍성사 정애주 대표이사는 출판사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매달 발행하는 ‘쿰’ 11월호에서 C. S. 루이스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를 생각하면 왠지 가슴 가득 먹먹한 눈물이 차오른다. 모르겠다. 왜 그런지는. 루이스를 한국에 읽히고자 수고한지 어언 15년이다. 손익을 따져 보아야겠다. 정식 계약을 하고도 출판하기까지 처음 길을 가는 듯 노력과 봉사는 다른 책의 네 배가 들었다. … 루이스를 하다 보니 쉽게 감동을 주는 책에 대한 ‘촉’이 무뎌진 것이 더 큰 고민이었다. 팔릴 만한 대중적인 원고는 계속 뒷전이 되고 말았다… 아뿔싸! 그만하자.”
-지금도 C. S. 루이스의 글이 많이 읽히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는 많이 읽혀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C. S. 루이스는 누구보다 이성적으로 기독교 신앙을 풀어내고 변증함으로써 믿음이 없는 이들에게까지 복음을 설득력 있게 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상상력을 통해 기독교 세계를 더욱 깊이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주었지요. 무엇보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모범이 되는 경건한 삶을 살았습니다. 이런 점이 귀감이 되어, 한국의 성도들이 신앙생활 가운데 자신의 믿음을 어떻게 지키고 전해야 하는지 배우고 깨닫게 합니다.”
-C. S. 루이스의 작품들이 현재까지 나온 것만 22권인데, 어떤 작품부터 읽으면 좋을까요. 정말 좋은데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쉬운 책이 있다면요.
“루이스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 먼저 읽기 좋은 책으로는 「순전한 기독교」와 「고통의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책들을 먼저 섭렵하면 나머지 책들은 어떤 순서로 봐도 루이스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무난히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기독교란 무엇인가, 그리스도인의 행동은 어떠해야 하는가 등에 대한 C. S. 루이스의 관점이 돋보이는 「순전한 기독교」는 신앙인들이 몇 번이고 읽어도 좋고, 주변에 기독교를 모르거나 그릇된 인식을 가진 분들에게도 소개하기 좋습니다. 「고통의 문제」는 내용이 조금 어렵긴 하지만 인간의 삶에서 피할 수도, 떼어놓을 수도 없는 주제인 ‘고통’에 관한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고 해답을 찾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아쉽게도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운 책을 꼽자면, 우주 3부작 「침묵의 행성 밖에서」, 「페렐란드라」, 「그 가공할 힘」 등입니다. 한국의 기독교인들에게 소설은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데, 소설이야말로 상상력을 통해 풍성한 기독교적 가치를 담아 전할 수 있는 장르입니다.
우주 3부작 가운데 특히 「페렐란드라」는 루이스가 자신의 작품 가운데 가장 좋아한 작품이기도 하죠. 독자들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서 잠시 빠져나와 전혀 다른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익숙한 삶과 가치들을 재평가해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유명한 J. R. R. 톨킨은 출판사에 이 책을 적극 추천하면서 ‘작품에 매료된 나머지 다 읽을 때까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며 ‘언어 창조와 문헌학적으로 볼 때 단순히 좋은 정도가 아니다’고 극찬했습니다.”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나, 독자들 반응이 (좋은 싫든) 가장 뜨거웠던 작품은 무엇인가요.
“논란은 아니지만, ‘루이스도 이런 생각을 했구나’ 싶을 정도로 솔직하게 쓰인 책이 있는데, 바로 「헤아려 본 슬픔」입니다. 오랜 시간 하나님의 존재를 변증해 온 C. S. 루이스가 아내와 사별한 뒤 깊은 절망에 빠져 의심과 믿음, 원망과 감사의 줄타기를 하며 써내려간 글입니다.”
-홍성사 직원들이 가장 힘들게 느꼈던 작품이 있다면요.
“「기적」이라는 작품은 루이스 스스로도 ‘앞으로 두 번 다시는 이런 책을 쓸 수 없을 것 같다’고 고백할 정도로 기독교 변증 작업에 혼신의 힘을 다한 책입니다. 그의 책 가운데 이해하기가 가장 어려운 편이어서, 편집 과정도 무척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기적’이라는 주제만큼, 그와 관련한 루이스의 놀랍고도 기발한 생각을 만나볼 수 있지요.”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루이스의 작품들은 얼마나 되나요. 출판 계획이 궁금합니다.
“「세상의 마지막 밤(The World’s Last Night)」이 내년 출간될 예정입니다. 「기독교적 숙고」나 「피고석의 하나님」 같은 루이스 글 모음집이지요. 내후년 출간 예정인 「실낙원 서문(A Preface to Paradise Lost)」은 존 밀턴의 「실낙원」에 대한 루이스의 신학적인 가정과 문학적 접근을 이해할 수 있는 책입니다. 현재 루이스 저서 가운데 알려지지 않은 책이나 글이 있는지 두루 살피고 있으며, 길어도 5년 안에는 루이스 시리즈가 완결되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