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공식 발표된 ‘WCC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한 성명서’에 북한인권 관련 언급이 없는 것과 관련, 교계 인사 및 북한인권 운동가들은 일제히 이를 성토했다.
WCC는 “남한과 북한의 정부가 대립을 극복함으로써 정의와 인간존엄이 보장되는 지역사회를 회복하고 이산가족의 인도주의적 이슈를 시급하게 해결하고…” 정도로만 북한인권을 언급해 많은 보수·복음적 교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서경석 목사(북한인권한국교회연합 사무총장)는 이러한 행태에 대해 “WCC가 예언자적 사명을 포기했다”는 말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 목사는 “WCC는 지난 1970-80년대 온갖 문제제기에도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한국의 인권 개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그것이 한국 국민들로 하여금 WCC에 대한 찬사와 존경심을 갖게 했다”며 “그러나 이번 WCC의 행동은 이 같은 전통을 완전히 저버렸고, 북한인권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압제자 김정은의 편에 선 것과 다름 없다”고 밝혔다.
서 목사는 “그래서 저는 이번 WCC 총회는 ‘WCC 운동의 종언’을 고한 총회였다고 생각한다”며 “그리고 WCC를 그러한 방식으로 이끌어 간 한국의 에큐메니칼 운동도 이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진 것 아닌가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장통합측은 총회에서 결의를 통해 WCC가 북한인권 결의안을 내도록 하겠다고 결정했음에도, 그런 점들이 전혀 반영되지 못한 점은 WCC의 논의 구조가 얼마나 폐쇄적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경석 목사는 ‘인간 존엄이 보장되는 지역사회’라는 표현에 대해 “‘인권’이라고 표현하지도 못하는 WCC의 비겁함을 보라”며 “WCC는 애굽의 바로왕 앞에 가서 ‘내 백성을 해방시키라’고 말하지 못하고, 바로왕에게 지원·협력하겠다고 결정하는 등 ‘출애굽 신앙’을 저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WCC는 북한에서 고통당하고 있는 주민들을 대변하고자 하는 전 인류의 염원을 저버렸다”며 “이제부터 WCC는 한국 국민들 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기독교인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WCC 회원 교단인 감리회 소속 ‘탈북민 출신 첫번째 목사’ 강철호 목사(북한기독교총연합회 총무)는 “WCC는 오늘날 교회가 ‘땅끝까지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진정한 ‘땅끝’인 북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반성하지 않고 말 뿐인 선교를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강 목사는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 때문에 눈치를 보면서 북한인권에 대해 말하지 못한다면, 일제강점기 시절 신사참배를 했던 목회자들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더불어 WCC는 한국교회를 분열시키고 있기 때문에, 탈북민들은 WCC를 좋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하신 일은 당시 가장 소외계층이었던 ‘고아와 과부’를 품으시고 대변하신 일 아니었느냐”며 “WCC가 북한인권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면, 정말 예수님을 본받자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도 했다. 또 “이러한 행동은 비신자들에게도 우습게 보이고, 그들에게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이억주 목사(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는 “지난 6일 오전, 저희는 WCC 집행부에 동성애와 북한인권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면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현실을 외면한 선언문에 대해 실망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환상적인 이야기는 듣기는 좋을지 몰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WCC가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성경을 소지하고 있기만 해도 화형을 당하는 곳인데, 종교의 자유는 언급도 않은 채 평화협정만 이야기해서야 되겠느냐”며 “모든 외세들이 군사훈련을 중단하라고는 말하면서, 왕조 독재 사회의 처참한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왜 말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억주 목사는 “러시아정교회 대주교가 동성애에 대해 적극 반대하지 않았다면, 동성애 지지 성명까지 나왔을 것”이라며 “WCC는 더 이상 우리의 신앙에 문제나 일으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