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부산총회(10th Assembly, World Council of Churches)가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를 주제로 30일 오전 부산 우1동 벡스코(Bexco)에서 10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전체 공개 행사로 한국교회 성도들과 WCC 총회 참석자들이 함께한 '개회예배(Opening Prayer)'는 시작을 알리는 '타종' 후 입장 순행, 애가, 하나님의 말씀, 축복기도 순으로 진행됐다.
입장 순행에서는 십자가를 선두로 각 대륙 대표자들이 자신들을 상징하는 이콘(icon)이나 성수(聖水) 등을 가지고 나와 단상에 올려놓았다.
'애가' 순서에서는 "생명의 하나님, 우리가 이 세상의 모든 고통과 고민거리들을 가지고 주님 앞에 나왔습니다. 온갖 회의론과 의심과 피로와 곤핍 속에서 우리가 주 하나님을 찾습니다. 우리 기도를 들으시며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전체 기도 후 아프리카·아시아·카리브·유럽·라틴아메리카·중동·북미·태평양 등 지역별로 울부짖음·부르짖음과 소망' 기도문을 낭독했다. 각자의 '난곳방언'으로 기도문이 울려퍼지는 동안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아프리카에서는 "아프리카가 간직했던 주님의 아름다운 형상은 욕심 많은 자들이 자원을 빼앗고, 공동체를 갈갈이 찢어발긴 경계선을 놓고 싸우는 동안에 온통 일그러져 버리고 말았으며, 여성과 소녀들을 주님의 형상으로 보지 않고 성욕의 대상으로 여겨 괴롭혔다"며 "주님의 탄식소리가 마주 울리듯, 강물은 말라 버리고 호수가 범람하며 목초는 할퀴어졌으니 오 생명의 하나님이시여, 정의와 평화를 위한 우리의 모든 노력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 달라"고 기도했다.
아시아에서는 "불법과 해고와 강요된 침묵 속에 살고 있는 달리트(불가촉천민), 토착민, 언어적-인종적 소수민들의 한숨 속에서, 강제노동과 과노동, 위험한 작업장에 시달리며 일하고 있는 수백만 어린이들의 눈에 사무치는 괴로움과 절망 속에서 주님을 뵈온다"며 "우리의 소비욕 대신에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며 살고자 하는 의욕을 주시고, 자연자원과 인력을 남용하는 집단적 불안정을 거부하게 하시며, 무관심과 무감각에 찌든 때를 깨끗이 씻어 달라"고 했다. 이외에 지역마다 특성에 맞는 기도문들을 전했다.
메시지는 아르메니아정교회 총대주교 카레긴 Ⅱ세가 전했다. 누가복음 24장 28-35절을 본문으로 카레긴 총대주교는 "저희를 초청해 주신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특별히 복을 내려 주시기를 빈다"며 "아르메니아 사람들은 한국인에 대해 한 가족 같은 느낌을 갖고 있는데, 저희들처럼 오랜 세월 식민지 지배를 받고 분단의 역사를 겪는 등 아픔을 아는 민족이기 때문"이라는 말로 서두를 열었다. 그는 "그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인들은 창의력과 자유를 향한 열망을 잃지 않았고, 복음의 열정으로 그리스도의 빛을 찬란하게 비추고 있으며, 한국 기독교 공동체가 지닌 점증하는 힘을 우리는 모두 자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다"고 덕담했다.
총대주교는 "에큐메니칼 정신은 아르메니아 문명에서 비롯한 것이라 보고, 특히 아르메니안 사도교회의 복 되신 선조들에게서 그 내력을 찾는다"며 "자애로우신 성 네르세스, 람브론의 성 네르세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신앙적 훈계들에게서 그 증거를 찾을 수 있고, 중세기 로마가톨릭교회와 비잔틴교회 사이에 과감한 대화들이 오갔는데 그들은 표어로 '일치는 교회의 본질적 요소, 자유는 비본질적 요소, 사랑은 만물 속에'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성 요한의 말씀처럼 우리 각자는 서로 다르고 모두 독특하지만 같은 뿌리에서 돋아난 가지들이고, 그리스도를 찾는 우리의 공통된 믿음과 주님을 향한 사랑은 우리를 하나로 엮어준다"며 "이렇게 일치를 이루는 일은 에큐메니칼 운동에 참가하는 모든 이들이 실천해야 할 일들 가운데 가장 첫째요 우선적인 일"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영적인 일치에 힘써야 하고, 믿음과 봉사에서 하나됨, 예수 그리스도와 거룩한 교회의 이름으로 온 세상에 복음 증거를 하는 일에서 하나됨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주교는 "성서시대가 시작되기 전 이교도들은 가난한 자들을 돌보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반대로 예수님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을 베풀어 주셨다"며 "그리스도의 주권을 인정함으로써, 주님께서 희생제물로 돌아가신 후 부활하셨던 사실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인정함으로써, '나를 따르라'시며 사랑의 손길로 초대해 주시는 주님 앞에 우리가 전심으로 응답함으로써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들의 심령을 감화하셔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후덕함과 형제애, 소망을 함께 나누도록 인도하신다"며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가 깨닫는 것은 우리 이웃을 향해 인격적인 접근을 하는 것과 어느 누구에게든 예외 없이 인격을 존중하고 인격적 성결을 이루도록 돕는 일들"이라고 했다. "이는 어느 행정기관이나 과학기술에 위임할 수 없는 일로, 겸손한 자세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생명 주시는 하나님의 인도를 늘 따라야 한다"고도 했다.
이후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조를 함께 읽었으며, 한반도를 비롯해 전세계를 위한 중보기도가 이어졌다. 특히 한반도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 땅 한반도를 위해 기도합니다. 남북한으로 분단된 양국 백성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이 민족이 화해하게 하시며, 통일을 이루어 평화롭게 살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예배는 파송례를 전하면서 마무리됐다.
WCC 제10차 부산총회는 이후 열흘간 개회식, 총무 및 의장 보고, 주제회의, 에큐메니칼 좌담, 워크샵, 마당 프로그램, 선거, 위원회, 교파별 모임, 폐회 및 최종보고, 보냄예배 등이 진행된다. 주말인 2-3일에는 방한 인사들이 '한국교회와 함께하는 평화를 위한 순례 프로그램'으로 각 지역교회를 찾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