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짐머맨 사건이 미국 사회의 인종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2월 무장하지 않은 흑인 청소년을 쫓아가 다투다 총으로 살해한 짐머맨이 13일 무죄로 판결나자 흑인 사회가 요동하고 있다.
플로리다 주 샌퍼드에 거주하는 짐머맨(28)은 동네 치안을 돕는 방범단에 속해 있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하던 날 오후, 길을 걷는 트레이본 마틴(17)을 발견했다. 무슨 연유인지 짐머맨은 마틴이 수상하고 위험 인물이란 판단을 했으며 차를 타고 뒤쫓았다. 그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이 오기 전에 차에서 내려 마틴과 충돌했고 결국 총을 그의 가슴에 쏴 버렸다.
그는 마틴이 자신을 위협했기 때문에 정당방위 차원에서 총을 쐈다 주장했고 또 배심원들을 설득하는 데에 성공했지만 여론은 그렇지 않다. 현장 목격자가 없는 상황에서 당사자는 사망했고 짐머맨의 유죄를 밝힐 수 없기 때문에 무죄 평결이 내려졌다 보는 것이다.
평결 자체도 그렇지만 정작 여론을 자극하는 것은 경찰의 대응이다. 짐머맨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될 때에도 경찰은 6주간 그를 체포하지도 않았다. 막상 사망한 마틴에게서는 위험한 물건이나 총기는 커녕, 사탕과 음료수만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초기에 조사를 하지 않다 이것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늑장 대응했다.
문제는 짐머맨이 방범대에서 활동하며 주로 흑인들에 대한 신고를 자주 했다는 점이다. 그런 전제 하에서 그는 아무런 위험 요소가 없는 고등학생에게 시비를 걸어 사고를 발생시켰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흑인 커뮤니티는 마틴이 흑인이기 때문에 희생됐다고 주장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짐머맨은 백인계 라티노다. 아버지는 페루계 백인이고 어머니는 라티노이며 그는 백인 거주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다. 인종 차별이란 의혹을 받기 쉬운 대목이다. 또 재판 당시 배심원조차도 백인 다섯 명에, 라티노 한 명으로 구성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13일 판결 이후, 뉴욕, 샌프란시스코, 애틀랜타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